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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하사색 Sep 15. 2022

나에게 물냉이처럼 기억될 음식은

누구에게나 특별하게 기억되는 음식이 있지 않을까?

  


  어릴 때 흔하게, 그리고 자주 밥상에 올라오던 음식은 콩나물과 두부였다.

  엄마는 비닐봉지에 넘치도록 사온 콩나물로 콩나물국을 만들고 콩나물무침을 만들고 때로는 새빨간 콩나물 볶음을 만들었다.

  다행히도 아삭아삭한 콩나물은 언제 먹어도 맛있었고 가끔은 간장 양념으로, 가끔은 고춧가루 양념이 되어 밥상에 올라왔던 두부는 자주 먹어도 질리지 않았다.

  결혼 후 가족들을 위한 식사를 준비하고 식재료를 구입하는 엄마가 되어 보니 어릴 적 엄마가 콩나물과 두부를 왜 자주 밥상에 올렸는지 이해가 된다.




  넉넉하지 않았던 가정 형편에 시부모님까지 함께 사는 8명의 가족이 풍족하게 먹을 수 있는 식재료는 물가상승에도 가격 변동이 거의 없고 저렴했던 콩나물과 두부였으리라.

  또한 성장기 자녀들을 키우는 주부에게 나름의 영양을 갖추고 있는 콩나물과 두부는 부담 없는 먹거리였는지 모른다.

  신혼 초 남편과 함께 운영하던 횟집에서 기본 안주로 내온 콩나물국을 드시면서 어머님이 끓여주시던 그 맛이라며 어머니를 추억하시곤 했던 어르신들도 생각난다.

  이렇듯 누구에게나 특별하게 기억되는 음식이 있지 않을까?

  특히 그 음식이나 식재료가 가난했지만 따뜻했던 그 시간들을 기억하게 한다면 그 어떤 음식과도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물냉이의 저자인 안드레아 왕은 미국 시골의 중국 이민자 가정에서 자랐으며 그 경험을 바탕으로 이 책을 썼다.



  빨간색 페인트가 많이 바랜 낡은 폰티악 자동차를 타고 길을 가던 가족은 도랑물에서 자라고 있는 물냉이를 발견한다.

  고향을 떠나 타향 생활로 고단했던 부모님의 눈앞에 나타난 물냉이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추억을 기억하게 하는 존재다.

  부모님에게 물냉이는 타국에 와서 성공을 꿈꿨지만 이루지 못한 아쉬움을 위로하는 식재료일 수 있지만 가난으로 인해 친구들 사이에서 소외감을 느끼는 주인공에게는 마치 도랑물 속 진흙탕에 빠진 가족의 처지를 대변하는 것 같아 못마땅하다.

  저녁 식탁에 반찬으로 올라온 물냉이를 먹고 싶지 않았던 주인공은 물냉이로 인해 그동안 한 번도 듣지 못했던 외삼촌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중국의 대기근이 있던 그때, 물냉이 줄기처럼 마르고 초췌한 어린 외삼촌을 먼저 보낸 엄마의 아픈 기억이 물냉이의 은은하면서 쌉쌀하지만 톡 쏘는 아릿한 맛으로 전해져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우리는 함께 물냉이를 남김없이 먹는다.
이렇게 물냉이에 대한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간다. [물냉이 _ 안드레아 왕]


  물냉이로 인해 불현듯 떠오른 엄마의 기억은 슬프지만 물냉이를 처음 접한 주인공과 가족에게 앞으로 따뜻한 추억과 희망을 상징하는 음식이 되리라 믿는다.

  나 또한 넉넉하지 않았던 어린 시절부터 함께 해 온 그 음식들이 나의 몸과 생각을 건강하고 윤택하게 해주었음에 감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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