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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하사색 Sep 16. 2022

아직은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아직 안경만은 맞추고 싶지 않다


언젠가부터 가까이 있는 글씨가 흐릿하다. 

오히려 멀리 있는 글씨와 사물이 

더 선명하게 보인다. 

난감하다.



이런 게 노안인가?

주위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벌써 노안이 온 것 같다고 

우스갯소리처럼 말하곤 했지만 

최근에 듣기 시작한 요양보호사 수업에서 

40세부터 노안이 시작된다고 하니 

인생을 살아가면서 

한 번쯤은 맞닥뜨리게 되는 

순서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일종의 자존심일까? 

아직 안경만은 맞추고 싶지 않다.

난시로 인해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쓰던 안경을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소프트렌즈로 바꾸고 

렌즈가 익숙해지면서 하드렌즈로 바꿨다. 

안경을 벗고 난 뒤 

얼굴의 생김새가 달라진 건지 

동글동글 귀엽기만 하던 

얼굴에 윤곽이 생겼다.



결혼 전에 라섹 수술을 하면서부터 

세상 편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다시는 안경과 조우하지 않을 거라고 믿었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었다.



내가 노안으로 인해 

안경을 맞추는 시기를 

끝없이 미루고 싶은 마음이 

어쩌면 인생초보김선생님이 쓰신 글에 담겨 있던 

양가 어르신들의 고집과도 

같을지도 모르겠다.



거동이 불편하지만 

아직은 지팡이에 의지하고 싶지 않으신 어르신과 

치아와 잇몸이 약해졌지만 

틀니만은 하고 싶지 않으신 어르신



그 어르신들의 그 모습에서 

몇십 년 후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벌써부터 씁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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