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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가계부 : 단순하고 거대한

A : (건축사사무소) 퇴사 후 미래계획자, 여, 27세

by 모초록

결혼계좌 첫 예금

100,000



한 달간의 소비를 정리하며 꽤 단순해진 생활을 확인했다.


교통비 53,240원

네이버 지도 도보 35분 정도의 거리를 출퇴근하며 교통비가 크게 줄었다. 지하철 13,800원, 버스 19,400원, 택시 2회 20,040원을 사용했다.


카드 미사용일 4일

3월 13일, 3월 19일, 3월 25일, 3월 28일 카드 사용하지 않은 날이 4일이나 있었다. 계좌이체로 통신비가 이체된 점을 제외하고서는 실제로 돈을 사용하지 않은 날이었다. 저녁으로 집밥을 먹었거나 내가 결제하지 않은 날일 것이다.


커피 139,000원

한 달간 커피를 사서 마신 금액, 약 25잔.1 생각보다는 적은 금액을 지출했다. 혼자서 커피를 한 번밖에 사 마시지 않았다.


외식 310,240원 — 약속 정산을 위한 계좌이체 송금 2회, 입금 2회

외식 6회, 배민 3회, 혼자서 떡볶이 3회. 친구를 4번 만났다.


선물 비용 561,000원

3인에게 선물한 비용과 아버지 환갑 선물로 지출한 비용. 환갑잔치를 위해 네이버페이로 구매한 깜짝 박스, 환갑 풍선과 현수막 금액을 합계하면 더 큰 비용을 지출했을 것이다. 이달의 큰 위험이었으나, 회사에서 환갑 축의금을 받았다. 이미 지나버린 엄마의 환갑이 생각났다. 대소사 공유도 사회생활인가 보다. 풍선에 적을 문구의 선택지가 많았고 이 문구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나이가 뭣이 중요 환갑’


집 대출금 원리금 상환 약 900,000원

월세보다 훨씬 큰 금액이지만 월세와 다른 점이 있다면 저축하는 마음과 미래를 생각하는 마음이 함께 있다는 것이다.


여행 계좌 100,000원

이번 달부터 여행 계좌를 결혼 계좌로 변경했다.


돈은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지표 같다. 숫자로

보는 나는 내 생각과 다른 점이 참 많지만 꽤 정확하다. 오직 나를 위한 소비가 적어졌기 때문에 혼자 적는 가계부가 조금 무의미해진 부분을 알게 되었다. 삶의 삼각형이 점차 강해지는 것 같다. 하고 싶은 일, 가족, 돈. 요즈음 직업이라는 분류 내에서 다양한 슬픔을 느끼며 돈이라는 지점을 놓아버리고 싶다고 자주 생각했는데, 이제는 내가 돈을 놓는다면 가족의 무게가 더해진다는 부담감이 생겼다. 혼자일 때도 균형이 필요했지만 어쨌든 이제는 더 큰 용기가 필요해졌나 보다. 더욱 삶이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3월은 정말 단순한 삶을 실천했던 것 같다. 그러나 남는 돈은 왜 여전히 없으며, 더 여유가 없는 듯이 느껴지는 걸까? 하지만 어디까지나, 숫자는 숫자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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