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서두르지 않는다.
1906년 그의 나이 쉬흔 넷에 가우디는 성가족 대성당 완성 설계도를 발표한다.
자신이 살아 있을 때 완성되기 어려운 건축물을 설계하는 것은 대체 어떤 심정일까...
슬프게도 내 손으로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완성시키지 못할 것이다. 내 뒤를 이어서 완성시킬 사람들이 나타날 것이고 이런 과정 속에서 장엄한 건축물로 능히 탄생할 것이다. - Antoni Gaudi
가우디는 산업화와 시대적 혼란 속에 신앙을 잃어가는 세대를 안타까워하며 가난한 사람이든 부유한 사람이든 너 나할 것 없이 와서 신을 찾을 수 있는 성전을 짓고 싶어했다. 조물주가 창조한 자연을 닮은 하늘 아래 가장 아름다운 성전을 지어 신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 지기를' 바라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그가 성가족 대성당을 짓는 목적은 이처럼 자신의 천재적 재능에 대한 세상의 인정이나 부, 입신양명이 아니었기에 설계부터 범인들의 상식을 뛰어넘는 스케일로 그려졌다.
천상의 아름다움과 시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규모로...
완공에 대한 기약 없는 믿음과 기대로...
그가 살아 있는 동안 성당 건축은 후원금 부족으로 지체되기 일수였고 가우디가 직접 길거리 모금에 나서기도 해 조롱의 대상이 되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가족 대성당은 1926년 그가 사망한 이후에도 지금까지 사람들의 후원금만으로 느리게 느리게 지어지고 있다.
예산 부족에 늘 시달리지만 애초에 예산과 공사 기일을 고려하지 않고 설계된 건축...
성가족 대성당은 이렇게 인간의 시간을 벗어나 신의 시간 안에서 신의 섭리대로 지어지고 있다.
신은 서두르지 않는다. -Antoni Gaudi
인간은 신이 아니기에 매사에 예산과 시간을 걱정하고 생계와 성공, 남들로부터의 인정과 사랑을 갈구하며 바쁘게 살아간다. 무의미한 생을 못 견뎌하며 나름의 의미를 만들고자 발버둥 치며 살아가기도 한다.
나도 그렇다.
부족한 시간 속에 쳇바퀴 도는 하루를 어떻게든 의미 있게 보내려 발버둥 치며 피곤한 삶을 산다.
가우디 사후에도 여러 훌륭한 건축가들의 손을 거쳐 멋지게 지어지고 있는 성가족 대성당은 내게 조용히 말을 걸어온다. 인간의 계획대로 살면 일 평생 서두르다 흙이 되어 사라지지만 신의 계획대로 살아가면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고... 신의 섭리대로 성가족 대성당은 제 때 지어질 것이고 사람들은 그 안에 살아 움직이는 신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니 지켜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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