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소가 왔다 갔다- 왔다 갔다-
시소가 왔다 갔다 한다. 어릴 적에는 한쪽에 나보다 나이가 많은 이가 앉는지의 여부가 왔다 갔다의 비중을 차지했다. 재밌게 타려면 나와 무게가 비슷한 친구를 골라타야 한다는 건 아이 때 알게 된 여러 놀이터 스킬 중 하나였다. 시소에 푹 앉아보면 역시 반대편에 누군가 타지 않는 이상 한쪽이 푹 가라앉는다. 이쪽 편에 섰다 저쪽 편에 서서 편차를 크게 만드는 것처럼, 나는 초긍정 인간에서 초부정 인간이 되었다.
초긍정 인간일 때는 미국식 개그가 좋았는데
초부정 인간이 되고 나서 영국식 개그와 사랑에 빠졌다.
언젠가 오래전 책에서 읽은 구절인데
미국 사람은 '현재는 비록 우울하지만 미래는 밝을 거야.'의 느낌으로 말장난을 하고,
영국 사람은 '미래는 결코 우울하지만 지금은 행복하니 됐어.' 식의 블랙코미디를 한다고 했다.
초긍정 인간일 때는 미국식 개그가 좋았는데
초부정 인간이 된 지금은 블랙코미디가 좋다.
아버지는 생일날 촛불을 끄시고 동생에게 생일 선물로 안마를 좀 해보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케이크를 자르지도 않고 포크로 파먹다가, 아버지가 케이크를 좀 달라며 입을 '아아'하고 여시길래 케이크를 입에 넣어드렸다.
그러자 동생도 아버지도 웃길래. 뭐지 했는데.
손에 안마를 받으며 아파서 '악악-' 입을 여신걸 보고
나는 달라는 줄 알고 입에 케이크를 넣어드렸더라
는 것처럼.
어쩐지 힘든 상황 속에 웃픈 이야기들.
그런데 또 여기까지 생각하다 보니.
대체 미래를 긍정하고
현재를 부정하는 것과,
현재를 긍정하고 미래를
부정하는 것이
모두 긍정과 부정을 담고 있지 않느냐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긍정과 부정 사이에 두 발을 딛고
시소의 중심을 지키는 게 실은 건강하게
내 마음을 상하지 않게 하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