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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다 Dec 31. 2021

새해 다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한 주 전에 동생이 서울에 올라와서는 내게 물었다.


"언니. 내 새해 목표가 뭔지 알아?"


나는 무표정에 숨겨진 그녀의 비장한 눈빛을 읽으며 물었다.

"뭔데?"


"내 새해 목표는 웃기지 않을 때 웃지 않는 거야."


내가 웃자 그녀는 내게 진지한 목표고 쉽지 않은 목표니 웃음 그치라고 했다. 나는 미소만 은근히 띠고 그녀에게 말했다.


"그래. 가끔 너 보면 가식적인 웃음 참 많더라. 내 눈엔 다 보인다. 네가 언제 진짜 웃고 언제 가짜로 웃는지."


가짜 웃음은 듣기만 해도 헛헛하다. 그녀의 가짜 웃음은 필요 없다. 그녀는 진짜 웃음이 훨씬 아름답다.


실은 나도 몇 주 전부터 새해 목표를 세우고 있었다. 새해가 오기 전에 목표를 세우는 일의 가장 큰 장점은 이렇게도 이야기할 수 있다는 거다.


"작년에도 다짐했던 거면 해야지."


겨우 하루 전 다짐이면서도 작년에도 다짐했던 거니 꼭 해야 한다고 게으른 자신을 설득할 수 있다. 그래서 새해 다짐은 새해 전야에 세우는 게 제맛이다. 더군다나 좋아하는 작가분들이 잔뜩 모인 브런치에서 다짐을 올리면 어쩔 수 없이 지켜야 한다는 다짐은 작년이 되어버린 다짐의 수순이 될 터이다.


웃고 싶지 않을 때 웃지 않는다는 말이 당연한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당연한 일을 나도 못하고 있었. 웃는 거 말 거고, 온전한 진실을 나누는 일. 나는 내 생각과 마음을 있는 그대로 진실되게 잘 나누지를 못하는 편이다. 나에게 일어난 일과 나의 이야기를 나누어 본 경험이 거의 없다. 선택적으로 거짓말도 다(했다 면대면으로). 특히 숨기는 건 주종목이었다.


다가오는 새해에 앞서,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큰 결심을 했다. 불가능할 거라 생각했던, 언제나 시도하고 싶어도 용기가 없어 실천하지 못했던.


'나와 세상에 솔직해지기.'


내 속에 담긴 말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말하고 싶은 대로 적어 내려가고 싶다. 나의 15% 말고 100%로. 묵직하게 쌓여 먼지 냄새만 풀풀 풍기는 오랜 이야기들을 숨김없이 풀어내리고 싶다.


내 가슴 깊숙한 저편에 묻어두었던 이야기 때문에 늘 가슴에 진실하지 못한 이가 가지는 슬픔이 머물렀다. 이제는 나와 세상의 관계와, 글과 나의 관계를 향한 관계 회복을 위해서라도 이야기하고 싶다.




처음 커피를 마셨던 때가 생각난다. 몇 살이었는지 기억이 안 난다. 한 초등학교 3, 4학년쯤이었던 것 같다. 친구와 아지트라고 부르던 슈퍼 건물 뒷켠 구석에서 친구는 나에게 캔커피를 건넸다. 나는 안절부절못하며 '레츠비'캔을 손에 받아 들고 덜덜 떨었다.


"마셔."


친구의 말에 나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친구에게 전화를 빌렸다. 엄마 번호를 누르고 떨리는 마음으로 두려운 마음으로 신호음이 끝나지 않기를 기다렸다. 신호 소리가 끝나고 엄마가 나긋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엄마. 나 모다야.

엄마......

나....... 커피. 마셔도 돼?"


의외로 엄마가 그러라고 했고 나는 전화를 끊고 믿기지 않고 설레는 기분으로 '레츠비'가 내는 '칙' 소리를 천천히 음미하며 캔을 땄다. 나는 아직도 그날의 '레츠비'맛을 잊을 수가 없다. 지금 '레츠비'를 사서 마시면 이상하게도 그때 그 맛이 아니다. 때때로 커피 맛집에서 우려낸 믿기 힘들 만큼 맛있는 커피를 마신 기분도 그때의 기분을 쉬이 따라오지 못했다.


그 레츠비의 맛은 허락된 자유의 맛이었다. 늘 안된다는 말에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된다는 말에 마셨던 건 레츠비가 아니었다. 레츠비의 모습을 한 자유였다.


난 또 한 번 그 맛을 맛보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나는 쓰기로 했다. 그간의 발버둥과, 지금의 다짐을 솔직하고 적나라하게.




내가 받은 상처는 모두 사랑하는 이들이 준 것이어서, 내 이야기와 엮인 사람들을 사랑하기 때문에, 내가 받은 상처가 그만큼 끔찍해서, 난 늘 입을 열지 않고 조용히 상황만 멀거니 지켜봤다. 이야기하지 않는 나에게 상담사 선생님께서 말했다.


"모다 씨. 이건 모다 씨 이야기예요."


심지어 상담 선생님에게까지 나에게 일어난 일련의 경험을 설명하지 못한 채 주저하며 물었다.


"상처받은 이야기를 하면 내가 사랑하는 이들을 흉보고 욕하는 거 아닌가요... 혹여, 나의 마음을 그들이 알게 되고 되려 상처받을지도 모르잖아요. 내가 안 좋은 모습만 드러내서 욕보이게 만드는 걸지도 모르잖아요."


사랑하기 때문에 더 아팠다. 하지만 선생님 말처럼, 나의 이야기는 나의 입이 아니고서는, 나오지 못했다. 상처 주고 싶지도 않고, 받고 싶지도 않은 나에게 선생님은 이해시켜주셨다. 말하지 않으면 털지도, 나아가지도 못한다는 걸. 나는 서서히 조용히 머무는 일보다 말하는 일을 택하고 싶어졌다. 죽이 됐든 밥이 됐든. 말하지 않으면 그저 그 자리에 머무르기만 할 뿐이니까.


내가 숨기니 글과의 관계에서도 늘 선이 그어져 있었다. 이런 숨기려는 마음 때문에 글을 쓰기 전에 늘 나를 가로막는 기분들이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 머물렀다. 두려움, 트라우마, 괴로움, 집착. 나는 과거에 집착한다. 내 속에 담긴 이야기를 하지 않아서 그렇다. 글을 쓰는 이 공간은 놀이터인데 발목에 과거라는 족쇄가 채워져서 맘껏 뛰놀 수가 없어 슬프다.


이제는 홀가분하게 내뱉고 싶다. 더는 과거에 쫓기는 기분으로 살고 싶지가 않다. 말하지 못해서 가슴에 꿉꿉하게 묵혀져 버린 상처들을 전부 비워내고 새로운 이야기를 담고 싶다.


나의 새해 목표.


이제부터 하고 싶은 말은 하면서 살기.




나의 이야기 속의 수많은 당사자 분들 중 혹시 지나치다가 나의 글을 읽고, 놀라고, 상처를 받게 된다면. 미안하다. 난 정말 나의 이야기를 해야만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 같다. 부디 솔직하게 나의 경험을 서술하고자 하는 나의 욕구를 이해해주길 바랄 뿐이다.


그리고 내가 무언가를 잘못 알고 있다면 나에게 이야기해주거나 문자를 보내주어도 좋을 것 같다. 어쩌면 우리가 오랜 오해를 풀게 될지도 모르니까.



2022년에는 자유의 맛을 흠뻑 맛보는 해가 되어라♡


새해가 기대된다.

22년 새해는 속 시원한 해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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