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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다 Apr 13. 2022

벚꽃을 먹었다

벚꽃은 비에 맞아 이미 다 졌겠지만

점심시간, 다시 일하기까지 15분 남짓. 조금이라도 이 봄을 즐기고 싶어 밖으로 뛰쳐나갔다. 뛰쳐나갔다니 꽤나 극적여 보이지만 마음은 딱히 극적이지 않았다.


그냥. 자투리 시간에 조금이라도 이 벚꽃을 눈에 담고 싶었다.


그렇게 나가고 나서. 난 나가길 참 잘했다고 생각했다. 벚꽃이 아름다워서 난 잘 나왔다고 생각하며 벤치에 앉아 흐드러진 벚꽃을 보았다.


벚꽃잎 하나가 내 바지 위로 떨어졌다. 툭하고 내 다리에 내려앉은 그 벚꽃잎은 아름다웠다.

하지만 져버린 벚꽃잎일 뿐이지 않은가 하고 난 생각하다가 짧아서 더 빨리 흐르는 시간이 애석했다.


내 인생도 이렇게 순식간에 지나가버리면 어쩌지, 나는 아직도 내가 원하는 게 뭔지도 잘 모르겠는데, 길을 찾았다고 생각했는데 잃기를 반복했는데, 하는 걱정들이 흐드러졌다.


억울해


너도 억울하니?


벚꽃은 대답하지 않았다.


나는 벚꽃을 집어 들어서 아주 조금이라도 이 지구의 자연과 아름다움 그리고 삶을 만끽하고 싶어서 꿀꺽 벚꽃을 삼켰다.


벚꽃이 참 맛이 없다.


그래도 나는 내 뱃속에 들어간 이 벚꽃이 가슴까지 번져 흐드러지길 기도했다.



벚꽃이 당신 마음에도 흐드러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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