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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다 Jul 18. 2022

슬픔은 왜 존재하지?

넌 궁금하지 않아?

슬픔은 왜 존재하는가. 나는 의문해보았어. 이 지겨운 슬픔이란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세상은 어떨까.


그래. 슬픔 대신 오직 죄책감만 가득한 세상이라면?- 아마 그 세상 속 사람들은 하지 말아야 할 일들을 하며 살아가겠지. 자신 가슴이 이미 아니라는 걸 명확히 알고 있음에도 저지르는 행동들이 넘쳐날 거야. 신경과민에 빠진 이들에게는 조금 느슨해질 수 있는 틈이 될지도 모르지. 몸매에 과도하게 신경 쓰는 여자는 꼬깔콘을 먹고, 섹스리스 부부는 섹스를 하고, 전교 1등은 땡땡이를 치는 거야. 그리곤 이렇게 말하는 거야. 참 살만한 세상이네. 하지만 사람들은 모두 말하겠지 그 정도는 양반이야. 난 어제 말야- 하며 상상치도 못한 일들을 늘어놓겠지. 그러니까 이 세계, 죄책감으로 가득한 세계는 상식이란 게 존재하지만 그건 그저 존재하기만 할 뿐이야. 사실 우리 세계의 일부 인간들이 이미 살고 있는 세상이지.


그럼 죄책감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은 어떨까- 이곳은 천국이거나 지옥일 거야. 모두가 애초에 죄책감을 느낄만한 일들을 저지르지 않거나, 모두가 끔찍한 일을 저지르고 그 누구도 털끝만큼도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겠지.


그렇다면 내가 궁금한 건 천국이야.

지옥은 이미 세상의 어느 나라, 어느 장소에서 벌어지고 있잖아. 더불어 내가 끔찍한 말들을 내뱉을 피욘 없어. 다만 난, 천국, 그 세계가 궁금할 뿐이야. 그 세계에서는 모두가 행복할까?


대답은 제각각이겠지. 하지만 아마 대부분 행복할 거야.


그런데 말야. 그 세계에 사는 누군가 이러는 거야. 이 세계는 너무 지루해. 난 좀 더 강렬한 걸 원해. 그리곤 문을 열고 나가는 거야. 그 반대편의, 죄책감으로 득실대는 지옥으로 말이야.

아마 그건 방황이겠지. 난 언젠가 그 사람이 자신이 살던 세계를 갈망하게 될 날이 올 거라 믿어. 난 말야- 라며 믿기 힘든 말을 내뱉었더라도 말야. 어느 날, 자신을 소중하게 대하고, 사랑해주는 이들을 기억하며 말이야. 난 말야. 그들이 다시 자신이 떠나온 세계를 그리워할 그때 그 천국의 문이 열려 있으면 좋겠어.


하지만 또 누군가 말할지 몰라.

그건 네 착각이야.

죄책감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은 천국일 수 없어.


하지만 뭐 어때 모두 상상일 뿐인걸?


그래도 그 누군가는 포기하지 않고 내게 이러는 거야.


모두가 올바르게 생각하고, 올바르게 말해, 올바르다는 게 뭔데? 모두 각자의 기준에서 생각할 뿐이잖아. 배려심 가득하고 서로를 사랑한다는 기준은 모두 달라. 그 기준을 모두 충족시킬 수 있어? 그러다가 예민함만 가득해질지도 몰라.


그러네.


그렇다면 이건 어때- 그 무엇도 의미를 잃어버린 세상이야. 이곳은 내가 자주 들르는 곳이야. 사랑은 빛을 잃고, 희망은 색을 잃은 곳이지. 모든 것이 그저 있는 그대로의 존재로 존재할 뿐야. 의자는 의자, 책상은 책상, 너는 너, 나는 나지. 하지만 그 이상의 의미는 없어. 나에게 넌 너고, 너에게 난 그저 나지.

어쩌면 조만간 그곳으로 이사를 가게 될지도 모르지.

대신 그곳은 상처도 없어. 그 누구도 아프지 않아. 아픔은 의미를 잃어버렸거든. 고통도 존재하지 않지.


아. 그렇다면 어쩌면 진짜 천국은 그곳이 아닐까?


오늘 밤에도 울다가 울다가 그런 생각을 해보았어. 슬픔이 의미를 잃은 세상에서 난 행복하지 않을진 모르지만 적어도 이 고통을 끝낼 수는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너는 어때? 어떤 세상을 보았으면 좋겠어? 비록 그 세상을 진짜로 보게 될진 모르는 일이지만, 만약 네가 생각한 세상이 근사하다면 그곳에 날 초대해줬으면 좋겠어. 그럼 나는 또 하나의 천국을 보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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