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글, 그 틈에 문이 하나 있다고 생각했다.
내 마음에는 '언어'라는 집이 있다. 그 집은 미로같이 생겼다. 방이 많고 어지러워 길을 잃기가 쉬웠다.
나는 그 집에서 잠시 놀다가 떠도는 말실수를 발견했다. 슬쩍 길을 비켜주자 말실수는 나를 무시하고 어디론가 슬금슬금 기어가버렸다.
어떤 사람은 글을 잘 쓰는 사람이 말도 잘한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말의 영역과 글의 영역은 교집합이 있을지 언정 좀 다르다고 생각했다. 글은 온전한 의식의 영역이 될 수 있는가 하면, 말은 온전히 무의식의 영역이 될 수 있었다.
예전엔 누가 내게 말실수를 하면 용서하기가 힘들었다. 대체 나한테 왜 그런 쓸데없는 말을 하는지. 그 말을 해서 자신이 얻을 건 뭔지 탓하고는 했다. 심하게.
그런데 언젠가부터, 내가 내 마음에 떠오르는 감정과 무의식을 받아들여주면서부터, 누군가의 무의식을 탓하지 않기로 했다. 나에게 무의식이 있듯이 저 사람에게도 무의식이 있는 거니까. 무의식이 미친 짓을 하긴 하지만 그건 어쨌든 무의식일 뿐이었다. 무의식을 탓하기엔 그 영역이 너무도 방대했다.
나는 그 사람이 정말 실수로 내뱉었을지도 모르는 무의식의 말에 더는 머무르지 않기로 했다. 그 사람의 마음에 드는 감정과 스치듯 떠오른 무의식을 굳이 낚아채서 탓하지 않기로 하니 마음도 편했다.
슬쩍 비켜준 말실수는 천천히 스스로 무의식의 영역으로 모습을 감춰버렸다. 모든 이의 마음에 지어진 언어의 집은 다 다른 모양이겠지만. 나는 말과 글, 그 틈에 문을 하나 만들어 주었다.
꼭 글을 잘 쓴다고 말을 잘한다는 법은 없는 것처럼 나는 말과 글, 그 틈에 문이 하나 있다고 생각했다.
말과 글 사이에 문 만들어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