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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든 Feb 18. 2024

내가 사랑한 음악들

박정현의 Angel

살다 보면 도심 한가운데에 있기라도 한 것처럼 마음이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 초록색 불은 없고 빨간색 불만 계속되는 것 같았다. 브런치는 솔직함이 각축전을 벌이는 공간이지만 나는 “내 평생 가장 힘들었던 시간이었다” 정도로 간단히 기록하고 싶다. 2018년 인도로 기억하는데 그해 11월이 되어 디왈리(빛의 축제)를 맞은 우리 가족은 자이푸르 어느 호텔에 머물렀다. 심란한 마음은 가라앉지 않았고, 내가 처한 상황도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아 전환점이 필요했다고 느꼈다.


가족여행이지만 독립적인 공간이 필요했던 나는 테라스가 딸린 호텔을 예약했다. 밤이 되어 아내와 아이가 자는 방을 소등한 후 테라스로 나갔다. 핸드폰, 이어폰, 다이어리, 펜을 들고 테라스에 마련된 라탄 의자에 앉았다. 날씨가 제법 쌀쌀한 탓에 긴 담요로 몸 전체를 덮었다. 사실 디왈리는 외국인이 견디기 힘든 축제이다. 긴 축제 기간 내내 폭죽을 터트리는데 공기질도 나쁘고, 오발탄도 잦아 아이들이 사망하는 사건이 자주 벌어진다.


빼곡히 들어선 주택가 옥상에서 아이들과 어른이 뒤섞여 폭죽을 쏘았다. 밤은 모든 소란을 고스란히 받아주었다. 나는 테라스에서 그 광경들을 바라보았다. 문득 인도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 크리켓이 떠올랐다. 땅에 처박힌 공을 넓적한 배트로 걷어 올려야 하는 모습과 인도인들의 삶이 어딘가 모르게 비슷해 보였다. 눈앞의 광경도 다르지 않았다. 연신 쏘아 올린 폭죽에 손뼉 치며 웃는 아이들의 얼굴마다 서러운 기쁨이 맺혔으니까.


난 비장한 마음으로 비긴 어게인에서 박정현이 부른 “Angel”을 듣고 있었다. 무언가 기록할 요량으로 다이어리를 챙겼지만 아무것도 쓰지 못한 채 멍하니 멈춰 있었다. 깊은 새벽까지 같은 곡을 반복해서 듣던 내게 변화가 생겼다. 딱딱하게 굳어 있던 마음이 어느 순간 조금씩 움직였고 덩달아 몸도 미세하게 떨렸다. 잔뜩 웅크린 눈가의 근육도 더 이상의 수축을 포기하고 마음에 전부를 맡겼다. 가사의 후렴구를 첨부한다.           


In the arms of the angel Far away from here

From this dark, cold hotel room,

And the endlessness that you feel

You are pulled from the wreckage

Of your silent reverie

You're in the arms of the angel

May you find some comfort here


사람은 자기 안에 있는 것들을 밖으로 꺼내는 과정을 통해 치유되고 상처를 극복한다고 한다. 그날, 새벽이 내리던 무렵, 별도 보이지 않던 고요 속에 한참을 휩싸인 게 전부였지만 위로받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럴 필요도 없었다. 이것이 음악이 우리와 소통하는 독특한 방식이기 때문이다. 만약 당신을 이야기하거나 당신을 들어줄 대상이 없을 때 낙담하지 말고 음악 속으로 들어가길 바란다. 내가 그랬듯이.. 당신도 위로를 얻게 될 것이니까. 음악이 없다면 이토록 짧은 세상에서 우린 얼마나 헤매었을까.   


https://www.youtube.com/watch?v=LNi-6-0fGFk



이미지 출처 :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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