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일이다.
밤 11시가 넘을 무렵, 초4 아들이 빨리 주무시라며 우리 부부를 강제 취침 시켰다. 가끔 거실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피곤한 탓인지 곧 잠들었다.
이른 아침, 거실에 나와보니 간밤에 산타할아버지가 다녀가셨나 보다.
기관지염이 심한 아들이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비한 걸까.
뜯어보니 편지와 함께 이런 게 들어있지 뭔가.
번쩍번쩍 불빛이 들어온다. 친히 색칠까지 한 것 같다. 고마워 아들. 그리고 미안해. 아빠가 선물을 준비하지 못했네.
감기에 좋다며 지인이 뱅쇼를 건넸다. 계피, 비타민C 풍부한 과일을 가득 넣고 끓이셨단다.
어떤 맛일까? 궁금했다. 마시기 전, 그 고마운 마음 잊지 않고 기도한다. 수정과 맛과 비슷했다. 맛있는데.
사람에 상처받고, 사람에 위로받는. 인생은 그런 것이겠지. 가끔 그런 순간이 있다. 자기 마음에서 망명해야만 하는. 늪처럼 허우적거리게 만드는 과거의 기억으로부터 디아스포라가 되어야만 하는. 그런 때가. 김수영의 말처럼, 까맣게 타버린 거미가 된 올해. 비장한 마음으로 다가올 새해를 향해 다짐해.
2025. 2025. 청춘이오. 청춘이오.
그래, 내년에는 스무 살의 나로 돌아갈래!
따뜻했던 성탄절을 막 넘어선 지금, 고운 밤이 깊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