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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사랑이 빛나게 해

딸기 모하니

by 모든

사순절 묵상 첫 줄을 쓰고 있었다. 과학소년 애독자님이 방문을 열더니 직접 만든 디저트를 건넨다. 이게 뭔가 싶어 주방을 둘러보니 수고한 흔적이 역력하다. 반으로 쪼개진 딸기가 올리고당과 꿀과 사가사각 황설탕과 하얀 슈가 파우더에 묻혀 있다. 엊그제 몰래 훔쳐본 과학소년에 의하면 분명 크렌베리사탕이어야 했다. 좀 애매하다. 맛을 봤더니 달콤해. 도대체 이 디저트의 정체가 뭐냐고 물어봤다. 애독자님께서 선뜻 대답을 못하신다. 다시 물으니 묵묵부답이다. 애독자님 대신 이름을 지어줬다. “딸기 모하니?”


사랑은 무례히 행하지 않는 것. 판단은 Pass. “애독자님, 너무 맛있어서 그러는데 좀 더 먹을 순 없을까요?” 애독자님 말씀하신다. “나도 먹어야 하는데.”


자기 먹기에도 부족한 빨간 사랑을 3월 아침부터 아낌없이 나눈 애독자님의 마음은 사랑이었고. 한방 얻어맞은 아비는 사랑에 겨워 연신 미소 짓는다. 기준을 내려놓으면 알게 돼. 사물이든, 일이든, 자녀든, 부부든, 부모든, 당신이 찾고 사랑하는 신이든. 사랑이 그 사랑을 빛나게 한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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