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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인가

어린 왕자와 여우의 이야기

by soulgarden

어린 왕자가 여우에게 말한다.


“ 내려와서 나랑 같이 놀자. ”

“ 난 지금 너무 슬퍼. 난 너와 같이 놀 수 없어. 나는 아직 길들여지지 않았거든.”

“ 길들여진다는게 뭐야? ”

“ 그 말은 서로 익숙해진다는 말이지. 아직까지 더는 나에게 수만 명의 어린 소년들과 아무 차이도 없는 그냥어린 소년에 불과해. 난 너를 필요로 하지 않고, 너는 나를 필요로 하지 않아. 나도 너에게는 수만 마리의 여우들과 전혀 다를 바 없는 한 마리의 여우일 뿐이야. 그렇지만 네가 나를 길들이면 우리는 서로를 필요로 하게 될 거야. 그리고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세상에서 유일한 친구가 될 거야 ”



셍덱지페리의 어린완자에 나오는 어린왕자와 여우와의 대화이다. 이것은 두 사람이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서로에게 그 누구도 줄 수 없는 특별한 존재가 됨을 말하고 있다. 하지만 이 특별한 관계란 서로에게 길들여짐을 의미하는데 이는 상호존중과 상호 동의, 서로에 대한 의존과 더불어 서로가 조화롭게 존재하는 방법을 설명하려 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하지만 이러한 특별한 관계가 되기 이전에 우리가 지녀야 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신뢰라는 것이다.



“ 일단 내게서 조금 떨어진 풀밭으로 가서 앉아. 나는 너를 곁눈질로 몰래 훔쳐볼거야. 넌 아무 말도 하지마.

말이란 오해의 원인이 되거든. 그런 다음 넌 날마다 내게로 조금씩 다가오는거야. 언제나 같은 시각에 찾아와 주면 좋겠어. 네가 만일 아무 때나 불쑥불쑥 나타난다면 내가 언제부터 너를 맞을 준비를 해야 하는지 전혀 알 수가 없잖아. 또 곱게 마음을 단장하고 널 기다리는 행복감을 맛볼 수도 없어 ”


여기에서 여우는 특별한 관계를 원한다면

" 네가 너를 신뢰할 수 있도록 해줘,

내가 널 지켜보고 너에게 신뢰를 가질 수 있는 시간을 줘" 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에게 다가오려 하는 사람에게 또 다가가려는 사람에게 ‘나를 한 번 지켜보세요’ ‘나는 당신을 지켜볼 시간이 필요해요’ 라는 말을 하지 못한다. 그 이유는 내가 그 사람을 좋아해도, 그 사람은 나를 좋아하지 않을거 라는 마음 그리고 그 사람이 나를 안 좋아하면 나는 보잘 것 없는 사람이야 라는 생각 때문이다. 즉 자신에 대한 신뢰와 그 사람의 의견이 어떻든 간에 받아들일 수 있는 존중의 마음이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신뢰와 존중을 프로이드는 아기 때 엄마와 아기가 이루는 관계에서 찾았다.

즉 신뢰는 엄마와 내가 분리된 독립체라는 것을 받아들이면서 우울함에 빠졌다가 그것을 극복해 내는 과정에서 배운다는 것이다.

아기가 엄마와의 완전한 분리를 받아들이는 과정인 생후 3년까지 아기는 늘 엄마를 찾는데 그 때 엄마가 옆에서 반응을 보여주고 안심시켜주고, 아기는 혼자 놀고 있어도 엄마가 어디에 도망가지 않을 거라는 믿음 그리고 엄마가 나를 사랑하고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 즉 기초적 신뢰(basic trusr)를 갖게 된다. 이것이 우리가 배우는 최초의 신뢰이다.

하지만 생후 3년 기초적 신뢰를 배우지 못하는 사람은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도, 자신을 좋아해주는 사람도 늘 신뢰하지 못하고 늘 의심하고 그 사랑을 시험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그 사람은 사랑하기가 힘든 사람이 된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혼자 살지 못한다. 더불어 살아야 하는 존재이다. 그래서 우리 모두는 친밀한 관계, 특별한 관계, 서로 믿고 의지하고 존중하는 관계를 통해 위로받고 격려받고 성장해나가게 된다. 그러나 기초적 신뢰가 없고 늘 나와 상대를 의심하는 사람들은 특별한 대상과 관계를 경험하지 못하게 되고, 인생에서 우울과 패배감, 좌절감을 느낄 때마다 저 사람 때문이야 라고 생각하고 다른 사람을 탓하고 원망하는 삶을 살게 된다.

이 시점에서 한번 생각해보자.

과연 나는 내가 태어나서 제일 처음 만난 최초의 대상인 엄마에 대한 나의 생각과 느낌은 어떠한가?

나는 엄마를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는가?

나는 엄마를 믿을 수 있는가? 믿을 수 있다면 왜 그런가? 믿을 수 없다면 왜 그런가?

나는 엄마에게 어떤 사람인가? 엄마는 나를 믿는가? 엄마가 나에 대해 가지는 생각과 느낌은 어떠한가?

엄마와의 관계를 통해 성찰한 내용들이 현재 나의 대인관계에서 어떤 생각과 느낌을 가지게 하는가?

현재 어떤 행동을 만드는가?

그 행동은 나의 대인관계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


이것에 대한 성찰이 바로 ‘내가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인가?’에 대한 해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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