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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가 아닌 화해하기

애도를 통해 트라우마를 극복하다

by soulgarden

우리 뇌의 변연계라는 곳은 감각(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과 관련된 기억을 저장하는 곳이다.

그래서 감각이라고 말하는 경험 즉 몸으로 익힌 감각은 쉽사리 잊히지 않는다.


뇌의 변연계 옆에는 해마라는 장기기억을 담당하는 곳이 있는데

변연계에서 느낌 감각이 해마로 옮겨져 그 감각이 장기기억까지 담당하게 되면

그 기억은 더 잊기가 어려운 것이 되리라.

그래서 몸은 기억한다 라는 책이 나온지도 모르겠다.


몸이 기억해서 잊히지 않는 기억들이 존재한다.

그런 기억들 중 현재까지의 기억과 경험까지 영향을 끼치는 기억들을

보통 트라우마 하고 얘기한다.


트라우마의 치료는

트라우마 상황을 재 기억하여 그 상황에서의 자신의 감정, 생각, 신체 반응을 살핀 후

과거 상황에서의 대처방식을 바꾸어 재연해보고

대상과 상황에 대한 용서나 화해를 통하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이것은 쉽지 않다.

용서는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상황과 대상, 나 자신의 대처방식에 대한 분노와 죄책감, 억울함은 모두 같이 붙어 있어

어떤 것부터 처리할지도

어떤 것인지로 모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용서가 아닌 화해를 하기도 했다.





16년... 짧은 시간이 아니다.

왜 그렇게 미련하게 판단을 미루어왔을까?


상대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

그 기대가 나로 하여금 상황에 대한 판단을 미뤄왔던 것이다.

과거에는

내 판단을 신뢰하지 않은 내가 있었다.

상대에 대해 기대하는 내가 있었다.

미련하게 기다리고 행동을 미루는 내가 있었다.

상대가 변화하길 바라는 의존이 있었다.


그러나

상대는 16년이 지나도 자신의 모습을 유지한다.

상대는 바뀌어야 할 이유도 목적도 상황도 없는 것이다.

상대는 나에게 의존하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상대에게 표현을 했을까?

아니하지 않았다.

과거에는 표현하지 않는 내가 있었다.


현재는 어떠한가?

과거의 영향으로 나는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었다.


미래는 어떠한가?

힘들어하고 힘겨워했던 불쌍한 나 자신과 화해하기로 했다.




애도에 관계된 책들을 보게 된다.

애도란 떠나보내는 의식을 말한다.

떠나보내기 위해서는

나는 과거와 현재, 미래의 앞으로의 상황과 상대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바뀜을 확인할 수가 없다.


그래서

과거 상대의 행동에 대해 이해하기보다는

상대의 행동에 내 판단을 신뢰하지 않고 미루고, 의존하고, 표현하지 않은 무기력했던 나와 화해하기로 했다.




' 너는 네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을 했어. 그렇게 해서라도 너는 네 환경과 사람들을 지키고 싶었던 거야.

네가 했던 행동이 최선이었어. 그렇게 행동했던 니 자신을 이해하고 동정하고 안아주렴.

그리고 떠나보내.

그러면 그 안에 새로운 네가 떠오를 거야.

새로운 너는 미련하지도 않고 의존하지도, 표현을 못하지도 않을 거야.


담담하고 편안하게 너 자신을 신뢰하고, 표현하며 네가 원하는 너와 너의 세계로 향함을 행동하게 될 거야.

과거에 반대의 행동을 마음껏 해보았기에 넌 지금 네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수 있게 된 거야.


그런데

16년이면 좀 긴 시간이긴 하다. 시간이 좀 아깝긴 해. 하지만 어쩌면 너에겐 그 기간이 필요했을 거야.

그러니

다음 상실과 애도의 기간에는 시간을 좀 줄이자.

한 번 해봤으니까 다음엔 빨리 깨닫고 나올 수 있을 거야. 확신해.

이젠 차분하게 담담하게 단단하게 이젠 네 길을 가렴.

너 자신을 믿으렴 '



내가 과거의 나를 이해하고 용서해준다.


내가 나에게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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