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을 살아보니' 김형석 박사님을 뵙고
좋은 부모가 되고 싶다
결혼 7년 만에 아이를 만났다. 좋은 부모가 되고 싶었다. 그런데 어떤 부모가 좋은 부모인지 헛갈렸다. 해 달라는대로 다 해주고, 사달라는 건 다 사주고, 먹고 싶다는 걸 다 사주면 훌륭한 부모일까? 그건 좀 아닌 것 같았다. 우리 부모님처럼 아이를 키우면 좋은 부모일까? 그것도 잘 모르겠다. 아이는 어른의 거울이라니까 부모는 모범이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는 확실했다. 그럼 결국 좋은 부모는 좋은 사람이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이 좋은 사람일까? 무엇보다도 몸과 마음과 생각이 건강해야 할 것 같았다. 몸만 건강하고 마음과 생각이 없으면? 마음만 건강하고 몸과 생각만 튼튼하면? 생각만 건강하고 몸과 마음이 비뚤어져 있으면? 다 원하는 모습은 아니었다. 그럼 몸과 마음과 생각이 모두 건강한 지점은 어디에 있는 걸까? 먼저 인생을 여행하시고 종착역 즈음을 바라보시는 어르신의 이야기라면 깨달음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백년을 살아보니'라는 제목은 그런 점에서 내 마음으로 직진했다. 20대에 일본에서 유학하시고, 독일 철학을 전공하신 김형석 박사님의 이야기는 잔잔하면서도 깊은 여운을 주는 호수 같았다. 박사님은 한 달 있으면 정말로 100세가 되신다. 연세대학교 철학과 명예교수이시면서, 작년 소득세를 3천만 원 가까이 납부하실 정도로 여전히 활발하게 일하시는 현역. 그분의 책 '남아 있는 시간을 위하여', '행복예습'도 찾아 읽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김형석 박사님을 꼭 한 번 뵙고 싶었다. 마침 공개 강연이 있어, 한 달 전에 예약해 놓고 그날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강연장에 박사님께서 걸어 들어오시는데 그 모습을 보기만 해도 코가 시큰했다. 99세의 연세에도 허리가 꼿꼿하시고, 걸음이 단단하시다. 저렇게 몸을 관리하시려면 얼마나 노력을 하셨을까. 한 시간 반 강연하시는 동안 마이크 들고 계신 팔에 흔들림이 없다. 하루하루를 다지고 또 다져 세운 100세. 앞에 계신 것만으로도 존경스러웠다.
사랑하고, 사랑받는 사람
김형석 박사님께서는 독서의 중요성에 대해서 책에서도 강연에서도 여러 번 강조하셨다. 인류에게 문화적 혜택을 주는 나라는 영국, 프랑스, 독일, 미국, 일본이라 할 수 있는데, 국민들의 80%가 백 년 이상 독서를 해 온 나라들이라고. 이탈리아, 스페인은 선진국 문턱에서 미끄러졌는데, 독서가 부족해서 그런 것 같다고. 남미를 여행해 보면 책 읽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고, 책을 많이 읽으라 강조하셨다.
나는 겨우 한 권을 출간했고, 두 번째 책을 쓰고 있는 초보지만, 써 보니 조금 알겠다. 알고 있는 모든 것들을 탈탈 털고, 경험을 마른걸레 짜듯 짜고 또 짜내야 겨우 한 권의 분량을 맞출 수 있었다. 박완서 선생님께서도 이놈의 직업은 해도 해도 쉽지 않다고 푸념을 하셨었다. 나는 작가가 되고서 책을 더 많이 읽는다. 한 사람의 통찰과 경험을 2시간이면 배울 수 있는데, 그보다 더 경제적이면서 효율적인 방법이 있을까 싶다.
김형석 박사님께서는 인생에서 30세까지는 배우는 시기이고, 30~60세까지는 일하는 기간, 60세는 사회적으로 재탄생하는 시기라 표현하셨다. 직장에서 해방되고, 가정에서도 책임에서 벗어난다고. 그렇지만, 60세가 되어도 절대 놀지 말라 당부하셨다. 가장 소중한 것은 정신적 가치, 즉 학문, 예술, 도덕이라고. 육체적 능력은 40대 이후엔 꺾이지만 사고하는 능력은 점점 더 커져 60~75세가 전성기라 하셨다. 박사님께서는 아직 일할 수 있어서 행복하고, 제자들이 잘 되어 너무나 행복하다 하셨는데 그 말씀이 정말로 부러웠다.
박사님께서는 슬하에 6남매를 두셨다. 아내께서 딸들에게 너희들과 부대끼던 그때가 고생스러웠어도 내 인생에서 제일 행복했다고, 그때로 돌아가 다시 살라 해도 기꺼이 그 길을 택하겠노라는 말씀을 남기셨다고 한다. 박사님께서는 사랑이 있는 고통은 행복이라 하셨다. 그렇다면 좋은 사람이 된다는 건 사랑하고, 사랑받는 사람이라는 걸까. 나는 종착역이 가까워질수록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누군가가 내 말 한마디로, 내 글 한 줄로 힘을 얻어 그 고개를 넘도록 도울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꼭 안아주고 싶은 사람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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