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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경 Nov 14. 2018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백년을 살아보니' 김형석 박사님을 뵙고

좋은 부모가 되고 싶다


결혼 7년 만에 아이를 만났다. 좋은 부모가 되고 싶었다. 그런데 어떤 부모가 좋은 부모인지 헛갈렸다. 해 달라는대로 다 해주고, 사달라는 건 다 사주고, 먹고 싶다는 걸 다 사주면 훌륭한 부모일까? 그건 좀 아닌 것 같았다. 우리 부모님처럼 아이를 키우면 좋은 부모일까? 그것도 잘 모르겠다. 아이는 어른의 거울이라니까 부모는 모범이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는 확실했다. 그럼 결국 좋은 부모는 좋은 사람이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이 좋은 사람일까? 무엇보다도 몸과 마음과 생각이 건강해야 할 것 같았다. 몸만 건강하고 마음과 생각이 없으면? 마음만 건강하고 몸과 생각만 튼튼하면? 생각만 건강하고 몸과 마음이 비뚤어져 있으면? 다 원하는 모습은 아니었다. 그럼 몸과 마음과 생각이 모두 건강한 지점은 어디에 있는 걸까? 먼저 인생을 여행하시고 종착역 즈음을 바라보시는 어르신의 이야기라면 깨달음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백년을 살아보니'라는 제목은 그런 점에서 내 마음으로 직진했다. 20대에 일본에서 유학하시고, 독일 철학을 전공하신 김형석 박사님의 이야기는 잔잔하면서도 깊은 여운을 주는 호수 같았다. 박사님은 한 달 있으면 정말로 100세가 되신다. 연세대학교 철학과 명예교수이시면서, 작년 소득세를 3천만 원 가까이 납부하실 정도로 여전히 활발하게 일하시는 현역. 그분의 책 '남아 있는 시간을 위하여', '행복예습'도 찾아 읽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김형석 박사님을 꼭 한 번 뵙고 싶었다. 마침 공개 강연이 있어, 한 달 전에 예약해 놓고 그날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강연장에 박사님께서 걸어 들어오시는데 그 모습을 보기만 해도 코가 시큰했다. 99세의 연세에도 허리가 꼿꼿하시고, 걸음이 단단하시다. 저렇게 몸을 관리하시려면 얼마나 노력을 하셨을까. 한 시간 반 강연하시는 동안 마이크 들고 계신 팔에 흔들림이 없다. 하루하루를 다지고 또 다져 세운 100세. 앞에 계신 것만으로도 존경스러웠다.

사랑하고, 사랑받는 사람

김형석 박사님께서는 독서의 중요성에 대해서 책에서도 강연에서도 여러 번 강조하셨다. 인류에게 문화적 혜택을 주는 나라는 영국, 프랑스, 독일, 미국, 일본이라 할 수 있는데, 국민들의 80%가 백 년 이상 독서를 해 온 나라들이라고. 이탈리아, 스페인은 선진국 문턱에서 미끄러졌는데, 독서가 부족해서 그런 것 같다고. 남미를 여행해 보면 책 읽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고, 책을 많이 읽으라 강조하셨다.


나는 겨우 한 권을 출간했고, 두 번째 책을 쓰고 있는 초보지만, 써 보니 조금 알겠다. 알고 있는 모든 것들을 탈탈 털고, 경험을 마른걸레 짜듯 짜고 또 짜내야 겨우 한 권의 분량을 맞출 수 있었다. 박완서 선생님께서도 이놈의 직업은 해도 해도 쉽지 않다고 푸념을 하셨었다. 나는 작가가 되고서 책을 더 많이 읽는다. 한 사람의 통찰과 경험을 2시간이면 배울 수 있는데, 그보다 더 경제적이면서 효율적인 방법이 있을까 싶다.


김형석 박사님께서는 인생에서 30세까지는 배우는 시기이고, 30~60세까지는 일하는 기간, 60세는 사회적으로 재탄생하는 시기라 표현하셨다. 직장에서 해방되고, 가정에서도 책임에서 벗어난다고. 그렇지만, 60세가 되어도 절대 놀지 말라 당부하셨다. 가장 소중한 것은 정신적 가치, 즉 학문, 예술, 도덕이라고. 육체적 능력은 40대 이후엔 꺾이지만 사고하는 능력은 점점 더 커져 60~75세가 전성기라 하셨다. 박사님께서는 아직 일할 수 있어서 행복하고, 제자들이 잘 되어 너무나 행복하다 하셨는데 그 말씀이 정말로 부러웠다.


박사님께서는 슬하에 6남매를 두셨다. 아내께서 딸들에게 너희들과 부대끼던 그때가 고생스러웠어도 내 인생에서 제일 행복했다고, 그때로 돌아가 다시 살라 해도 기꺼이 그 길을 택하겠노라는 말씀을 남기셨다고 한다. 박사님께서는 사랑이 있는 고통은 행복이라 하셨다. 그렇다면 좋은 사람이 된다는 건 사랑하고, 사랑받는 사람이라는 걸까. 나는 종착역이 가까워질수록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누군가가 내 말 한마디로, 내 글 한 줄로 힘을 얻어 그 고개를 넘도록 도울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꼭 안아주고 싶은 사람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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