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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경 May 01. 2019

하루 500원

매일매일 쓰겠다는 약속

이슬아 작가님

  1992년생 이슬아 작가님은 헤엄 출판사 대표이기도 하고, 『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의 작가이면서 글쓰기 선생님이자, 『일간 이슬아』의 발행인이다. 『일간 이슬아』는 하루 500원의 저렴한 구독료로, 구독하시는 분들의 이메일로 매일매일 ‘글’을 써서 보내드리는 메일링 서비스이다. 구독자 수가 정해져 있어, 내 차례까지 오지 않는다. 늘 매진이다.


  학자금 대출을 갚기 위해 뭐라도 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그 시작이었다고 한다. 일상을 살면서, 모든 업무 문의 메일과 SNS에 답변을 하고, 심지어는 문의 전화도 직접 다 받으면서 글을 쓴다. 매일 운동도 한다. 이성의 우뇌와 감성의 좌뇌를 자유자재로 오가는 진화한 신인류다.  


  나는 특히 『일간 이슬아』의 사업 모델에 충격을 받았다. 책을 두 권 쓴 2년 차 작가인 나도, 지금 ‘일간 이슬아’라는 이 글을 쓰기 위해서 두 시간 정도가 필요하다. 최저 임금이 한 시간에 8,350원이니까 이 글의 원재료 값은 기타 비용을 제외하고도 16,700원이다.


  나도 블로그에 매일 콘텐츠를 업데이트하지만, 한 달 수입으로 14,157원이 입금되었을 뿐이다. 게다가 '아이디'라는 페르소나로 만나는 독자들은 어떤 모습을 하고 계신지, 어떤 생각을 하시는지, 어떤 분야에 관심을 갖고 계신지 이해도가 낮다. 그래서 주로 캐주얼한 글을 쓰게 되는데, 과연, 이 기록들이 작가로서의 역량 개발에 도움이 되는 건지 의심이 생기는 중이었다. 그런데, 이런 방법도 있었구나! 나는 내 글을 독자에게 하루 500원에 보내드릴 생각은 해 보지 못 했다.

좋은 것은 늘 배우고 싶다

  하루 500원,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하루 500원에는 ‘약속’이 담긴다. 매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그 과정에서 작가는 틀림없이 성장한다. 스스로를 담금질하며, 무두질하며, 성실하게 생산해내는 질 좋은 콘텐츠는 독자분들과 깊게 소통하며 지속 가능한 관계를 가져갈 확률을 높인다.


  사자가 제 새끼를 낭떠러지에 떨어뜨린 후 살아남는 놈만 기른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작가님은 스스로를 낭떠러지에 떨어뜨리고, 살아 올라오는지 아닌지를 테스트하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자기 자신을 한계에 내던지며 훈련하면, 몸도, 마음도, 생각도 강해질 수밖에 없다. 20대부터 몸과 마음과 생각을 닦으며 정진하는 삶의 태도는 얼마나 마음을 울리는 작품으로 되돌아올까.  


  『90년대생이 온다』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될 만큼 독특한 색깔이 있는 세대라 하지만, 또 생각해 보면 그건 고대 그리스의 소크라테스 시절부터 있던 이야기이다. 어쩌면 90년대 생은 독특한 라이프스타일뿐 아니라, 정해진 24시간 내에 이 모든 일을 즐기며 다 해 낼 수 있는, 진화한 인류인지도 모르겠다.


  좋은 것은 배우고 싶다. 나도 나를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뜨리고 얼마나 성장할 수 있는지 지켜보고 싶다. 내 글을 구독해 주시는 단 한 분의 구독자가 계시더라도, 약속은 약속이다. 그 한 분이, 나를 스스로의 한계에 도전하게 하고,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게 이끌어 주실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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