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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경 May 29. 2019

식물의 힘

첫 책 출간 후 일 년

우리 집이 숲이 된다면

  작년 이맘때쯤 나의 첫 책 ‘우리 집이 숲이 된다면’이 나왔다. 뒷얘기지만, 담당 편집자께서는 갑자기 둘째를 갖게 되어 휴직을 하셨다. 한편으로는 하필이면 내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나는, 후배들이 같은 처지라면 무조건 휴직하라 조언하는 선배이기도 했다. 사회인으로서는 무책임하다 하겠지만, 비슷한 상황에서 아이를 두 번 잃어본 적이 있는 언니로서 이야기하자면, 무책임보다 생명을 구하는 일이 먼저다. 내 몸과 마음이 건강해야 책임도 다 할 수 있다.

  다른 스케줄이 가득 차 있던 팀에서는 내 책의 순서를 미룰까 고민하셨다. 그런데, 내가 꼭 지금이어야 한다고 우겼다. 많이 알려, 아이들이 주로 생활하는 공간을 건강하게 하면 좋겠다. 그 마음만 있었다. 팀장님도, 이전 담당 편집자도, 새 편집자도, 나도 우린 모두 엄마이기 때문에, 우리는 이 책을 가장 먼저, 최선을 다해 열심히, 빨리 작업해, 미세먼지가 가장 심한 봄에 내놓았다. 실제로 도움이 되었다고 연락을 주셨던 분들이 많이 계셔서, 우리의 노력은 보람을 느끼게 해 주었다.

  내 경험이 정답은 아니다. 그렇지만, 여러 가지 해결 방법 중 하나일 수는 있다. 식물이 가득한 공간은 전기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아도 비슷한 컨디션을 유지하는 항상성이 생긴다. 환경에 적응한 식물은, 자기 나름대로 생태계를 꾸려, 하나하나 돌보지 않아도 스스로 살아간다.

  무엇보다 식물은 누구에게나 민주적이다. 아무리 부자라도 식물은 돈으로 키울 수 없다. 정성을 쏟지 않으면 식물은 대번 파르르 기절한다. 반면, 돈이 없어도, 나만의 식물은 가질 수 있다. 사과, 레몬, 오렌지 등등의 씨앗을 발아시켜 나무로 키우는 얘기는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돈이 없어도 정성이 있으면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새로운 일들

  출간 후 일 년. 책 덕분에 많은 분들과 소통할 일이 있었다. 도서관에서 대출 순위가 높다며 데이터에 근거해 초청을 해 주시는 곳들도 있었고, 백화점 문화센터에서도 요청이 많았다. 그리고, 간간히 방송에도 나갔다. 남들 앞에 서는 걸 즐기지 않기 때문에 망설였다.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의심이 되었지만, 내가 할 수 있을 거라 믿는, 그분들의 전문가적 식견을 믿기로 했다.

  이제 첫 책을 출간한 작가이면서, 책을 20권 30권 출간한 작가님들처럼 노련하길 바랄 수는 없다. 첫 돌을 맞은 아기가 할 수 있는 일과 스무 살 성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분명히 다르다. 나는 겨우 첫 책이니까, 돌쟁이답게 걸음마를 하면 된다고, 스스로에게 용기를 주었다. 그래도, 강연에 갈 때마다 시간에 맞춰 원고 내용을 복습하고 갔다. 거울 앞에서 똑같은 목소리와 몸짓으로.

  다행스럽게도 뭐든 하면 나아진다. 때로는 서툴러도, 진정성이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기도 한다. 매일매일 글을 읽는 게 일인 편집자들께서도 내 책을 읽고 식물을 키우기 시작하셨고, 최근 어떤 어르신께서는 내 책이 곤도 마리에의 책처럼 삶을 변화시켰다고 극찬을 해 주시기도 하셨다. 어떤 방송 프로그램에서는 편집하지 않고 그대로 내 보낸 강연은 내가 처음이었다고, 초보에게 과한 칭찬을 해 주시기도 했다. 이건 모두 식물의 힘이다.

  식물을 만나 내 삶도 달라졌다. 식물은 늘 자기가 있는 곳에서 최선을 다한다. 변명하지 않고, 남 탓도 하지 않고, 자기 속도로 자기의 삶을 산다. 나도 식물을 닮고 싶다. 나의 소명은 ‘식물이 전하는 몸과 마음과 생각의 건강을, 지속 가능하며 창조적인 라이프 스타일로 연결하는 것’이다. 지구 상에 있는 식물은 70만 종이 넘는다니, 앞으로 알아갈 세계가 얼마나 다양하고 재미있을지 두근두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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