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 가드닝 | 뭐 해서 먹고살지?
정말 창업하게 되었습니다. 우연히 일어나는 어떤 일에서 해결의 실마리가 생기곤 합니다.
남편은 휴대폰 디자이너로 취업했습니다. 스마트폰이 출시되기 전 휴대폰은 형태가 다양했습니다. 모토로라의 스타택은 반을 접어 손바닥에 착 달라붙는 사용감이 일품이었고, 번호를 누르는 버튼을 덮는 플립이 있던 폰도 있었습니다.
휴대폰을 구입할 땐 모토로라, 삼성, LG, NEC, 소니, 노키아 같은 다양한 브랜드의 디자인을 보고 고르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그때 남편이 진행했던 프로젝트 중 하나는 디즈니랜드에서만 판매되는 귀여운 미키마우스 휴대폰입니다. 지금도 그 휴대폰은 저희 집에 남아 방문하시는 분들께 재미를 드리고 있습니다.
남편의 회사에선 일본 회사와 함께 휴대폰을 만들었습니다. 막내 디자이너는 부품 제조 업체와 조립 공장을 찾아 대만, 홍콩, 심천, 싱가포르 등 여러 도시로 출장을 다녔습니다. 혼자 집에 있으면 심심하니, 남편을 따라 가 근처의 시장과 백화점을 돌며 예쁜 살림살이를 하나씩 샀습니다.
주방 가위나 저울, 긴 손잡이가 달린 스테인리스 티팟, 양념 스푼 같은 소소한 것들이었습니다. 그냥 두면 어디서 샀는지, 어떤 추억이 맺혀 있는지 깨끗하게 잊어버리니까, 기억하고 싶어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기록했습니다.
그걸 보고 친구들이 내 것도 한 개씩 더 구해 줄 수 있느냐 물어왔고, 구입할 수 있게 옥션에 올려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래서 가위 한 개, 티팟 두 개 이런 식으로 상품을 등록했고, 주문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날은 전혀 모르는 사람이 구입하기도 했습니다. 수많은 상품 속에서 어떻게 알고 샀는지 놀라울 때가 있었습니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 뭘 믿고 사나 신기하고 고마워서 오래오래 기분 좋게 쓰시라는 손편지와 함께 직접 구운 생강쿠키를 한두 개 넣었습니다. 시간이 있을 땐, 예쁜 포장지로 상품이 백화점 선물코너를 들렀다 온 것처럼 포장해 보냈습니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친구들이 옥션에 수수료 주기 아깝다며, 그냥 네 쇼핑몰을 만들라고 조언을 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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