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 가드닝 | 뭐 해서 먹고살지?
딸의 영원한 뮤즈는 엄마입니다. 색감, 촉감, 아름다움을 알아보는 눈은 엄마로부터 왔습니다. 엄마를 따라 어릴 때부터 동대문 시장, 남대문 시장을 다녔습니다. 엄마는 딸 넷을 키우면서도 옷을 만들어 입혔기 때문입니다. 엄마는 일본 잡지책을 보고 큰 달력 뒤에 옷본을 그린 다음, 잠자리표 가위로 옷감을 잘라 싱거 미싱으로 드르륵 박아주셨습니다.
엄마의 빠른 손이라면 금세 할 일을, 아이들이 다 잠든 밤에 만드느라 몇 밤이 걸렸습니다. 딸들에게 마음에 드는 옷을 입히고자 하는 엄마의 열망은 예술가의 그것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엄마가 재봉틀을 꺼내면 그 옆에 앉아 색실을 풀어 돌돌 말고, 묶고, 단추를 이리저리 대 보며 형태와 색상을 즐겼습니다.
엄마는 단추를 다 먹은 갈색 비오비타 병에 담아 두셨습니다. 뚜껑을 열 때 단추들이 유리를 도르륵 치면 마라카스 연주 같았습니다. 줄무늬가 있는 단추, 금색 무늬가 있는 단추, 크리스털이 촘촘히 박혀 있는 단추, 형형색색의 단추를 늘어놓고 옷감에 대 보는 놀이를 하다 보면 12시를 알리는 괘종시계가 울렸습니다.
엄마의 주방엔 알록달록한 스푼과 포크가 있었습니다. 수저통 앞에서 무슨 색으로 먹을까 하는 것이 하나의 의식 같았습니다. 알록달록한 스푼은 손에 착 달라붙는 사용감, 부드러운 촉감, 입술에 닿았을 때 차갑지 않은 온도가 좋았습니다. 미숫가루와 꿀을 섞어 크림처럼 먹을 땐 늘 연두색 스푼을 썼습니다.
남대문 시장에서 알록달록한 스푼과 포크를 발견했을 때, 어릴 때 엄마 찬장을 만난 것처럼 반가웠습니다. 어릴 때 단추를 갖고 놀던 것처럼 여러 색상의 스푼과 포크를 놓고 색상을 맞춰 사이트에 올렸는데 반응이 있었습니다. 상품 재고를 넉넉하게 보유해야 하기 때문에 주문량이 얼마나 되는지도 모르고 발주를 넣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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