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생명력은 정말 강합니다. 산모가 유방울혈로 고생할 때 어른의 손길로 어떻게 해도 뚫리지 않던 유선이 갓 태어난 아이의 흡철반사 행동은 길을 만들고야 맙니다. 아기는 체중의 1/3에 달하는 머리를 가느다란 목으로 기어이 들어 올리고, 넘어지고 넘어지고 또 넘어지면서도 결국 끝끝내 걷습니다.
그렇게 하루하루 경이로운 생명의 힘을 보여주던 아들이 쫑쫑쫑쫑 달리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어느 날 퇴근한 내게 달려와 한쪽 허벅지를 안고 “엄마, 사양해”하며 볼을 비볐습니다. “사량해”가 뭐냐고 되물으려다, 표정을 보곤 그쳤습니다. 아이는 두 눈을 꼭 감고, 입가에는 미소를 띤 채 내 다리에 볼을 부볐습니다. 아이는 서툰 발음으로 사랑한다는 마음을 표현한 것입니다. 그 ‘사랑해’는 평생 들어본 그 어떤 ‘사랑해’보다도 진하고 강했습니다.
지난 주말 아름다운 제주 정원 베케에서 아이의 그때 표정처럼 사랑을 가득 담은 표정을 만났습니다. 정원 방문객은 겨우내 언 땅을 뚫고 올라오는 비비추의 새 잎과 수선화의 잎을 보며 미소 지었습니다. 식물의 생명력과 아이의 생명력은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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