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니스 가이드 초록생활
벚꽃이 가랑비처럼 바람을 타고 날던 그 봄, 달리기를 시작했습니다. 자연 속을 달릴 때는 빗자루를 타고 나는 마녀 키키가 된 것처럼 자유로웠습니다. 마침 코로나 시절이라 길에 아무도 없어 벚나무가 나를 위해 꽃잎 카펫을 깔아준 듯했습니다.
꽃비를 사이를 달리며 몸에 닿던 봄바람의 감각은 망막에 닿던 바람, 귓불에 들리던 소리, 피부에 닿던 시원함으로 세포에 새겨졌습니다. 나무가 뿜어주는 향기, 나뭇잎이 가려주는 여름의 뜨거운 햇빛, 가랑비 내리던 날 피부를 타고 흐르던 빗줄기, 길에서 만나는 새와 고양이와 강아지, 벌레들, 온갖 생명체가 감각을 깨웠습니다.
매일 들판을 달리며 자연과 친해졌습니다. 그리고 불특정 생명체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졌습니다. 인동초 꽃향기를 킁킁 맡는 제 옆에서 궁둥이를 실룩거리며 꿀을 먹는 벌을 발견했을 땐 화들짝 놀라기보단 귀여워 미소가 지어졌고, 너구리를 조심하라는 현수막을 지나 나뭇가지 사이에 숨어 저를 바라보는 너구리를 만났을 땐 사람을 만난 두려움이 느껴져 안쓰러웠습니다. 너를 어쩌지 않아, 걱정 마. 추운데 고생이 많네…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그 마음은 사람을 향하는 마음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제가 입은 노란 원피스를 보고 꿀벌이 집안에 따라 들어왔습니다. 무의식적으로 슬리퍼를 들고 꿀벌을 내리쳤습니다. 몸을 움찔거리며 죽어가는 그 모습이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모릅니다. 봄날 노란 원피스를 입은 제 실수였습니다. 그 노란 원피스를 벗어 바로 재활용함에 넣었습니다. 반환점에 있는 내 왕벚나무의 꽃가지를 꺾어간 자리에 남은 삐죽삐죽 잘려나간 흔적을 발견했을 땐 함부로 찢긴 피부를 보는 것 같이 아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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