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재경 Nov 24. 2017

엄마 말을 안 들으면 힘들더라

아이와의 커뮤니케이션

자식을 잘~ 키우고 싶은 엄마의 마음은 다 똑같을 거 같아요. 과연 자식을 잘 키운다는 게 어떤 걸까요? 아무리 책과 강연을 찾아보아도 뾰족한 지름길은 없는 것 같아요. 그저 엄마 아빠가 반듯하게 열심히 균형을 잡으려 애쓰는 삶을 살고, 부모가 먼저 끊임없이 배우고 수련하고. 서로 사랑하려 노력(?)하며, 표현도 따뜻하게 하도록 훈련하고, 편식하지 말고, 꾸준히 운동하고. 그런 부모 아래서 아이들 역시 힘 있게 뻗어 나가는 걸 보면, 아.. 나는 이렇게 모자란데 어쩌자고 엄마가 되었을까... 싶어요. 


저는 아들에게 뭔가를 바라는 욕심이 슬금슬금 생기면요, 그 마음을 자꾸 발로 차 버리고, 그저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자 하고 마음을 다잡아요. 제가 생각하는 '더 넓은 세상' 은 처음 시도하는 것 전부를 말해요. 처음 먹어보는 음식, 처음 가 보는 곳, 처음 읽어 보는 두꺼운 책, 처음 만나는 사람 등등등. 의외로 안 해본 일에 도전하려면 용기와 마음먹기가 필요하답니다. 싫어도 일단 한 번 해 보라고 말해요. 나한테 잘 맞는지 안 맞는지를 알아볼 시간이 필요하니까요. 이런 경험이 반복되면 유연한 사고와 행동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아요. 


LA로 가는 비행기에서 11시간 내내 눈이 빨개지도록 영화와 게임을 하던 아이는, 조금 자두는 게 컨디션 조절에 좋을 텐데.라는 제 조언에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엄마는 걱정 말고 자라고 하더라고요. 어떻게 할까 잠시 망설이다가 저는 그냥 자버렸어요. 아니나 다를까, 컨디션이 나빠지면 바로 기침이 시작되는 아들은 며칠을 고생했지요. 한약 맛이 고약하게 나는 티를 진하게 우려내어 서 너번 마시고서는 겨우 나았어요. 귀국 비행기에서는 엄마 말을 안 들으면 힘들더라. 하고는 바로 끄고 잠을 청하더라고요. 요 녀석. 그걸 벌써 알아채다니!


특히, 소중한 것은 '사람과 부대끼는 경험' 같아요. 상대방과 함께 시간과 에너지와 마음을 써야 가능한 진한 경험. 기꺼이 일상을 내어주는 아이의 친척, 제 친구 어른들, 아이의 친구 가족들과 시간을 함께 하며 그 가정마다의 룰을 지키고, 밀도 높은 관계를 가져가는 것. 가끔 제 일상을 침범하는 꼬마 손님들은 저는 언제나 환영입니다. 소통에 열린 제 친구들 역시 언제나 OK 사인을 줍니다. 친구네 집에 가서 자는 건 너무 민폐 아니냐고요...? 서로 너무 선을 지키다 보면, 같은 극의 자석이 밀어내는 것처럼 가까워지지 않더라고요. 


다른 집에 머물다 보면, 그 집의 룰을 얼른 익혀야 해요. 어떤 친구네서는 샤워 후 흔적을 남기지 않고 보송한 욕실인 것이 중요했고, 어떤 집에서는 식사를 먼저 마쳤을 때엔 "May I be excused?"라고 양해를 구하는 게 중요한 룰이었고요. 어떤 집에서는 강아지와 잘 어울려야 했어요. 각 가정의 룰을 지키는 것은 공간의 주인인 가족들의 취향을 존중하는 배려 같아요. 상대방이 내 일상에 훅 들어오는 것도 반갑지만,  우리 집의 룰을 존중하고 배려해 주면 함께 하는 시간은 더욱 행복했어요. 기꺼이 시간과 에너지, 마음을 내어 주는 친구들이 오히려 고맙기도 해요. 


어느 날 저녁, 문득, 준서야, 엄마는 어떤 엄마야. 하고 물었더니 언제나 열심히 노력하는 엄마지.라고 대답합니다. 그러더니, 금방 고쳐 다시 말합니다. 엄마는 좋은 엄마야. 제가 생각했던 대답이 아니어서 좀 당황했어요. 그래서 사실 할 말이 없어서, 어. 그래. 더 좋은 엄마가 되도록 노력할게.라고 답했더니, 아들은 정색하며 엄마. 더 노력할 필요가 없어. 지금도 충분히 좋은 엄마야. 그러니까 엄마는 좀 쉬는 연습을 해야 해.라고 대답합니다. 뭐지? 언제 저렇게 커버렸지? 

이곳은 왕복 80키로를 달려, 밥 먹고 게임하고 밥 먹고 게임하던 마인크래프트 캠프. 
여긴 친구네 집에서 친구의 쌍둥이 아들들과. 둘을 깨끗하게 씻겨 내보낸 형아 스러움. 
샌프란시스코 미술관에서 몸을 배배 꼬다가 여행책이라도 읽는... 미안. 우린 취향이 다르지만, 미술관만큼은 포기할 수가 없어.
생전 처음 보는 친구와도 말도 안 통하면서도 잘 놀아서 고맙더라. 아들. 얼굴은 잘 안 보이는 사진들로 골랐어. 
밴쿠버 그랜빌 아일랜드 안 눈이 호수같이 깊고 파란 할아버지 화가 www.jackdarcus.com 의 작업실에서. 


작가의 이전글 긴 겨울용 플랜테리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