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의 커뮤니케이션
자식을 잘~ 키우고 싶은 엄마의 마음은 다 똑같을 거 같아요. 과연 자식을 잘 키운다는 게 어떤 걸까요? 아무리 책과 강연을 찾아보아도 뾰족한 지름길은 없는 것 같아요. 그저 엄마 아빠가 반듯하게 열심히 균형을 잡으려 애쓰는 삶을 살고, 부모가 먼저 끊임없이 배우고 수련하고. 서로 사랑하려 노력(?)하며, 표현도 따뜻하게 하도록 훈련하고, 편식하지 말고, 꾸준히 운동하고. 그런 부모 아래서 아이들 역시 힘 있게 뻗어 나가는 걸 보면, 아.. 나는 이렇게 모자란데 어쩌자고 엄마가 되었을까... 싶어요.
저는 아들에게 뭔가를 바라는 욕심이 슬금슬금 생기면요, 그 마음을 자꾸 발로 차 버리고, 그저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자 하고 마음을 다잡아요. 제가 생각하는 '더 넓은 세상' 은 처음 시도하는 것 전부를 말해요. 처음 먹어보는 음식, 처음 가 보는 곳, 처음 읽어 보는 두꺼운 책, 처음 만나는 사람 등등등. 의외로 안 해본 일에 도전하려면 용기와 마음먹기가 필요하답니다. 싫어도 일단 한 번 해 보라고 말해요. 나한테 잘 맞는지 안 맞는지를 알아볼 시간이 필요하니까요. 이런 경험이 반복되면 유연한 사고와 행동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아요.
LA로 가는 비행기에서 11시간 내내 눈이 빨개지도록 영화와 게임을 하던 아이는, 조금 자두는 게 컨디션 조절에 좋을 텐데.라는 제 조언에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엄마는 걱정 말고 자라고 하더라고요. 어떻게 할까 잠시 망설이다가 저는 그냥 자버렸어요. 아니나 다를까, 컨디션이 나빠지면 바로 기침이 시작되는 아들은 며칠을 고생했지요. 한약 맛이 고약하게 나는 티를 진하게 우려내어 서 너번 마시고서는 겨우 나았어요. 귀국 비행기에서는 엄마 말을 안 들으면 힘들더라. 하고는 바로 끄고 잠을 청하더라고요. 요 녀석. 그걸 벌써 알아채다니!
특히, 소중한 것은 '사람과 부대끼는 경험' 같아요. 상대방과 함께 시간과 에너지와 마음을 써야 가능한 진한 경험. 기꺼이 일상을 내어주는 아이의 친척, 제 친구 어른들, 아이의 친구 가족들과 시간을 함께 하며 그 가정마다의 룰을 지키고, 밀도 높은 관계를 가져가는 것. 가끔 제 일상을 침범하는 꼬마 손님들은 저는 언제나 환영입니다. 소통에 열린 제 친구들 역시 언제나 OK 사인을 줍니다. 친구네 집에 가서 자는 건 너무 민폐 아니냐고요...? 서로 너무 선을 지키다 보면, 같은 극의 자석이 밀어내는 것처럼 가까워지지 않더라고요.
다른 집에 머물다 보면, 그 집의 룰을 얼른 익혀야 해요. 어떤 친구네서는 샤워 후 흔적을 남기지 않고 보송한 욕실인 것이 중요했고, 어떤 집에서는 식사를 먼저 마쳤을 때엔 "May I be excused?"라고 양해를 구하는 게 중요한 룰이었고요. 어떤 집에서는 강아지와 잘 어울려야 했어요. 각 가정의 룰을 지키는 것은 공간의 주인인 가족들의 취향을 존중하는 배려 같아요. 상대방이 내 일상에 훅 들어오는 것도 반갑지만, 우리 집의 룰을 존중하고 배려해 주면 함께 하는 시간은 더욱 행복했어요. 기꺼이 시간과 에너지, 마음을 내어 주는 친구들이 오히려 고맙기도 해요.
어느 날 저녁, 문득, 준서야, 엄마는 어떤 엄마야. 하고 물었더니 언제나 열심히 노력하는 엄마지.라고 대답합니다. 그러더니, 금방 고쳐 다시 말합니다. 엄마는 좋은 엄마야. 제가 생각했던 대답이 아니어서 좀 당황했어요. 그래서 사실 할 말이 없어서, 어. 그래. 더 좋은 엄마가 되도록 노력할게.라고 답했더니, 아들은 정색하며 엄마. 더 노력할 필요가 없어. 지금도 충분히 좋은 엄마야. 그러니까 엄마는 좀 쉬는 연습을 해야 해.라고 대답합니다. 뭐지? 언제 저렇게 커버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