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솟아 나는 새잎, 차오르는 에너지

식물이 주는 심리 치유의 효과

이사 온 집에서 첫겨울을 맞을 때, 주택은 춥다는 소리에 겁을 잔뜩 먹었어요. 식물이 냉해를 입을까 걱정도 되고요. 겨울철 실내 온도는 20도 정도로 유지했는데, 사람은 조금 춥게 느끼지만 식물에겐 아주 적당한 온도였고, 당연히 식물이 얼어 죽는 일은 없었습니다. 혹시 건조해서 잎이 마를까 봐 매일 아침 스프레이를 해 주었어요.


상상해 보셔요. 머리는 다 헝클어져서 잠이 덜 깬 부스스한 얼굴로 카우보이처럼 오른손 왼손에 각각 스프레이를 들고 권총처럼 번갈아 가며 손잡이를 당기는 아줌마. 혼자서도 웃음이 터져버릴 만큼 우스꽝스럽지만 정신 나간 몰입하는 재미가 있어요. 100개의 식물에는 약 1리터의 물이 필요하니 꽤 오랫 동안 스프레이로 물놀이와 총놀이를 할 수 있습니다.     

 

물기를 머금은 잎은 방금 목욕을 하고 나온 아기의 얼굴처럼 말갛고 예뻤어요. 싱그러운 얼굴로 웃으며 고마워요. 하는 것 같고요. 잎 표면에 송골송골 맺히는 물방울엔 희미한 연두색부터 진한 초록까지 폭넓은 그러데이션이 보이는데, 색에 예민한 저에겐 행복한 디테일이에요. 뭐니 뭐니 해도 가장 기분이 좋을 때는 정성껏 돌본 식물이 새잎을 틔울 때예요.      

아로우카리아의 새 잎. 포비 머리같기도, 우주선의 프로펠러 같기도. 뽀로롱!

특히 아로우 카리아. 이 나무는 아가 손을 닮기도 하고, 우주선의 프로펠러를 닮기도 한 다섯 손가락을 머리 위로 솟아 올립니다. 처음엔 조막손처럼 작은 다섯 잎으로 고개를 내밀지만 조금 지나면 아가 손 같고, 며칠 더 지나면 우산처럼 자라 있어요. 얼마나 귀여운지 새잎이 나기를 계속 기다리게 됩니다. 포비 머리 같은 새 잎.     

 

무심하게 생긴 이 나무에도 생명 에너지는 차올라 새로 나는 잎은 부드럽고 연한 녹색을 띱니다. 아로우 카리아의 잎은 손으로 잡아보면 뻣뻣하지만, 새잎은 탄성이 있어요. 가시만큼 뾰족하지는 않아도 힘이 있어 피부에 닿으면 조금 아프기도 해요. 아주 아가가 있는 집에서는 신경 써서 키워 주셔얄 거 같아요.     

고무나무의 새잎도 좋아해요. 이 나무는 잎사귀를 부드러운 포장지로 한 번 싸서 틔워 올립니다. 처음엔 빨간 꼬챙이처럼 뾰족하게 고개를 내미는데 돌돌 말려 있던 잎이 펴지면서 껍질은 떨어지고 새잎은 반짝거리는 자태를 뽐내며 완전히 펴져요. 굳이 껍질을 제거해 주지 않아도 스스로 떨구는데, 저는 늘 과잉 친절을 베풉니다.  

    

새잎 틔우길 돕고 싶은 마음인지, 껍질을 보기 싫은 마음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꼭 껍질을 떼다 잎에 상처를 내 하얀 라텍스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 걸 보기도 해요. 그저 기다려야 하는데......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이 아무 말 없이 기다려주는 일이 아닌가 합니다. 일 년이 넘고 일 년 반이 지나서야 이제 겨우 껍질을 그저 볼 수 있는 인내심이 생겼습니다. 사실은 그저 바라봐 준다기보다 얼른 고개를 돌려 외면하는 편에 가까워요.     

 

아레카야자. 쭉 뻗어올린 새잎에서 부채처럼 펴졌다가, 다시 잎 하나하나 늘어뜨려요.

아레카야자의 새잎은 펼쳐진 잎들 사이에서도 금방 알아챌 만큼 힘차게 솟아오릅니다. 처음엔 뾰족하게 쑥 내미는데, 꼭 싱크로 다이징 선수들의 쭉 뻗은 다리 같아요. 소리 소문 없이 조용하게 솟구쳐 올라오는데, 자기 마음에 들면 부채처럼 잎을 펴기 시작합니다. 가만히 두면 자기 입맛대로 잎을 키워 펼칠 터인데 저는 또 이상한 오지랖이 발동해 잎을 하나하나 펴 주고 싶어 져요.      


참 희한한 마음이에요. 아직 다 자라지도 않은 잎을 가닥가닥 떼어 놓으면 성장이 빨라질까요. 빨리 자라면 또 어디에 쓰려나. 다 자기 몫이 있는 건데.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면 얼른 고개를 돌려 버립니다. 때로는 산수화 속 강물 따라 흘러가는 배처럼 산 구경 강 구경해가며 유연하게 그냥 사는 것도 좋더라고 위안해 봅니다.      

유칼립투스 사진은 많아요. 너무 좋아하니까 여러번 샀다 죽였다 했거든요. ^^

유칼립투스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식물이에요. 알싸하면서도 시원한 향이 너무 좋거든요. 아로마 원액을 책상 앞에 놓고 수시로 향을 즐길 정도로 유칼립투스를 좋아해요. 잎에 코를 묻고 킁킁거리면 시원한 향은 기도를 타고 폐까지 넘어가고, 머리로 이동하는 한 줄기는 뇌를 개운하게 해 줘요. 꽃집에 갈 땐 언제나 데려올 만큼 페이보릿 식물입니다.      


유칼립투스의 새잎은 자기 마음대로 아무 데서나 튀어나와요. 물을 좋아하고 이 녀석은 삐지기도 잘 하는데요, 조금만 마음에 안 들면 잎이 쪼글쪼글해지거나 퍼석해져요. 까다로운 녀석. 자기 기분 내키면 잎 사이사이에 불규칙하게 작은 잎을 멋대로 틔워 올리는데요, 완전 기분파예요. 모시고 사는 대표적 식물. 예쁘고 향이 좋은 식물들은 벌레도 좋아합니다. 관리가 아주 까다로운 편이라 식물에 꽤 자신이 붙은 중급 이상이 도전해 보실만한 식물이에요.


매일매일 다른 모습으로 반겨주는 식물을 보면 왜 ‘반려식물’이라 불리는지 이해할 수 있어요. 말은 못 하지만 교감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어요. 목이 마르다고, 벌레가 힘들게 하면 힘들게 한다고, 화분이 작아서 불편하다고 온몸으로 말하는걸요. 그 신호를 얼른 알아채는 게 200개의 식물을 관리하면서도 허덕이지 않는 비결이라면 비결입니다.    

  

실제로 녹색은 보기만 해도 뇌의 알파파를 증가시켜 심신을 안정시켜준다고 합니다. 그저 바라만 보고 있어도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되는 치유의 효과가 있어요. 곧 봄이잖아요. 식물이 가장 예쁜 계절이에요. 새잎을 밀어내며 생명 에너지를 뿜어내는 싱싱한 식물들과 함께 일상을 살아갈 긍정 에너지를 풀 충전하길 바라 봅니다.


170만뷰 넘어 180만뷰를 향해 가고 있습니다.

많이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식물이 주는 몸과 마음과 생각의 건강에

함께 도전해 주시는 분들이 늘어 보람있고요.

초보에게 출간 제안 해 주시는 출판사께도 감사드립니다.

브런치는 독자님들께서 잔잔하셔서 조금 심심해요. :)

재미있고 유익하셨으면 많은 응원 = 공유 하트 구독 부탁드립니다.


이전 08화 식물 셀레브리티, 아레카야자, 고무나무, 떡갈나무
brunch book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우리 집이 숲이 된다면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