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야가 좁은 사람에게 주는 고통스러운 충격 요법, 코로나
사완칼록이라는 곳에 와 있어요. 굉장히 낯선 지명일 거예요. 수코타이는 들어 보셨죠? 수코타이는 태국의 경주 같은 곳이에요. 태국에는 여러 왕조가 있었어요. 수코타이 왕조는 태국을 최초로 통일한 왕조예요. 이전까지는 태국도 캄보디아 영토였고요. 사완칼록은 독립된 주였다가, 수코타이 주에 합쳐져요. 태국의 내로라하는 여행지들이 좀 많나요? 사완칼록은 그런 여행지와는 거리가 멀어요. 말이 길어진 이유는 제가 글을 쓰는 카페가 아침부터 손님들로 분주해서예요. 9시부터 손님들이 북적북적, 기념사진을 찍고, 공간을 돌아보느라 바빠요. 우리나라도 입소문 퍼진 곳은 이런 식이죠. 카페나 식당은 이제 외진 곳에 있어도 돼요. 주차 공간이 충분하고, 규모가 크면 사람들은 와요. 사진발이 위치보다 훨씬 더 중요해졌어요. 그 변화를 읽은 사람들은 돈을 벌죠. 기존의 관점으로 우리는 틀린 해석만 할 수밖에 없어요. 전 이렇게 태국이 구매력이 있는 나라인 줄 몰랐어요. 방콕이면 모를까, 나머지 도시들은 인구가 적아요. 방콕이 인구가 팔백만 명대고, 두 번째로 큰 도시 논타부리가 이십칠만 명이예요. 방콕만 빼면 대도시는 없다고 봐도 돼요. 몇십만 도시 구매력이 얼마나 대단하겠어요? 그나마 사람이 몰리는 읍내 정도면 모를까요. 차로만 와야 하는 이 곳이 사람들로 미어터져요. 제가 묵는 숙소도 빈방이 없어요. 연말 특수인 건 맞지만, 코로나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취소 중이거든요. 누구나 아는 관광지도 아닌데, 사완칼록에 빈방이 없다니까요. 태국의 중산층은 여행에 돈을 써요. 여유가 있고, 돈을 쓰는 중산층이 태국에 두텁게 존재해요.
지금 중국, 베트남 욕하는 사람들만 보이죠? 코로나의 원흉과 코로나 배신 국가로 낙인찍혔죠. 그건 그거고, 사업은 별개죠. 내수가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몇 안 되는 나라 중 두 나라죠. 지금이 기회다.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내수를 잡기 위해 뛰는 사람들은 숨어서 웃고 있죠. 잘 버는 걸 세상에 들킬 필요가 없으니까요. 선진국과 후진국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어요. 잘 사는 나라는 역동성이 떨어지죠. 불이 잘 안 붙어요. 성장하는 나라는 돈이 돌아요. 새롭게 부자로 진입한 계층은, 새로운 상품에도 우호적이에요. 쥐뿔도 모르는 가난뱅이 주제에, 돈 이야기를 꺼낸 이유 역시 '변화'를 강조하고 싶어서예요.
코로나가 아니었어도 와야 할 변화들이었어요. 개인주의로 세상과 단절된 삶은 예전부터 이어져 온 흐름이었죠. 비혼 주의가 늘고, 자신의 방에서 의식주를 해결해요. 소통은 서툴고, 밥을 굶어 본 기억은 없어요. 젊은 세대는 개인적으로는 절박할지언정, 다른 세대에 비해선 풍요로운 어린 시절을 보냈죠. 월세가 부담스럽고, 학자금 융자로 청춘을 노예처럼 살아야 하지만, 뮤지컬 티켓을 하고, 페스티벌과 핼러윈 복장에 돈을 써요. 호텔은 생일 파티의 일반적인 장소가 됐고, 아프리카 TV나 유튜브에서 몇 십만 원을 쏘는 통 큰 소비도 딱히 욕먹지 않아요. 심리적 가치, 문화적 가치를 이해하는 세련된 세대들이에요. 자기네들끼리만 이해하는 줄임말에 쾌감을 느끼고, 이게 웃긴가 싶은 병맛 짤은 재빨리 저장해요. 자기도 써먹어야 하니까요. 기성세대와 다르고 싶은데, 그 방식이 상당히 지엽적이에요. 기성세대의 모순과 당당히 싸우려는 전투력은 없어 보여요. 법을 어기는 거에 치를 떨지만, 타인을 공격하거나, 불법 다운로드까지 엄격하게 감시하는 것 같지는 않아요. 그들 역시 더 어린 세대와 갈등을 겪을 테지만, 입을 다물 거예요. 기성세대를 혐오한 만큼, 꼰대가 되어서는 안 되니까요. 못 마땅해도 못 본 척할 거예요. 세대와 세대는 물과 기름처럼 나뉘고, 이질감은 더욱 커질 거예요.
변화무쌍한 세상에서 기존의 방식으로는 망할 수밖에 없어요. 인터넷 공간이 전부인 세대가 대세가 되어 가고 있으니까요. 미친 듯이 변해야 해요. 변화의 방법은 각자의 해석과 외부의 도움이 합쳐져야죠. 책도 많이 읽으셔야 해요. 뛰어난 사람들은 알아서 변화를 읽을 테지만, 보통의 사람들이 변화 없이 살아남기란 불가능해요. 코로나가 많은 이들의 삶을 초토화시켰어요. 파괴는 새로운 탄생의 과정이기도 하죠. 읽어낸 사람들은 착실히 준비하고, 실천하고 있어요. 이 상황이 힘든 사람일수록, 새로 태어나는 단계임을 받아들여야 해요. 풍덩 뛰어들 수밖에 없어요. 변화의 광풍 바깥은, 아무것도 없어요. 즉 변화가 이 시대의 본질이에요. 성장통, 즉 고통도 기본값이에요. 고통 없는 변화는 없고, 변화 없는 생존도 없어요. 잔인한가요? 그 잔인함 역시 대대로 내려온 상식이었어요. 갑자기 그 상식이 너무 크게 다가와서 당혹스러울 뿐이죠.
PS 매일 글을 씁니다. 2020년 매일 글을 채워서 보냈어요. 2021년도 그러려고요. 글이란 게 재밌어요. 쓸수록 내 안이 비워져요. 그리고 무언가로 채워져요. 공감으로 채워지고, 댓글로 완성되고, 후회로 심란해져요. 글도 움직이고, 나도 움직여요. 그걸 각성하기란 쉽지 않아요. 쓰는 순간만큼이라도, 깨닫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PS 성황리에 마감할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밤 열 두시까지만 구독 신청 받겠습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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