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모두 변하나 봐! 진짜로요

변하지 않는 게 사실 어디 있겠어요?

by 박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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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유튜브에 곽정은의 영상이 떠서 클릭을 했어요. 이런 사람이었어? 제가 기억하는 곽정은은 쌈닭이었어요. 무슨 말만 하면 발끈하는 피곤한 성격의 여자였죠. 영상에서 자신의 코수술 이야기를 고백하면서, 타인의 시선과 콤플렉스에 대해 담담하게 이야기해요. 남의 시선에 노예가 되면 행복해질 수 없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해라. 주제 자체는 딱히 특별할 게 없는데, 진정성이 느껴지더라고요. 의도된 설정일 수도 있겠죠. 제가 사람을 꿰뚫어 보는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 하지만 사람은 변하더라고요. 곽정은도 변한 게 아닐까 싶어요. 사람 쉽게 안 변한다는 말이 정설처럼 받아들여지지만 안 그렇더라고요. 저만 봐도요. 제가 이렇게 외국 음식을 한국 음식처럼 즐겨 먹었던 사람이 아니에요. 낯선 음식에 촉각을 곤두 세웠죠. 중고등학교 때 가장 이해가 안 갔던 친구들이 사과 나눠 먹는 애들이었어요. 저렇게 이빨 자국이 선명한 걸, 또 들이대서 먹는 애들은 비위도 안 상하나? 라면 국물도 그땐 좀 귀했어요. 그 국물을 뺏어 먹겠다고 달려드는데, 그것만 봐도 헛구역질이 다 나더라고요. 지금요? 제가 캄보디아에서 왕거미, 메뚜기, 뱀, 개미탕을 먹은 사람입니다만. 장기 자랑 시간에는 늘 엎드려만 있었어요. 누가 저 노래시킬까 봐요. 엎드려 있는데도, 저를 지목하면 그놈에게 살인 충동까지 느꼈죠. 지금요? 잘은 못해도 그냥 해요. 군대에서는 상도 받았어요. 스킨과 로션도 챙겨 주더라고요.


가치관도 많이 달라졌죠. 이십 대 때는 신분 상승의 욕구가 누구보다 강했어요. 구질구질하게 살고 싶지 않았거든요. 강남 8학군 출신이거나, 특목고를 나온 아이들에겐 괜히 더 호감이 거는 걸 어쩌겠어요? 집안이 좋은 아이들에겐, 노골적이지 않게 세련된 방식으로 가까워지고 싶었어요. 부자 친구들이랑 어울리면, 저절로 신분 상승이 된 것처럼 즐겁기만 하더라고요. 약속 장소가 청담동이나 압구정동이면, 그것 자체로도 자랑스러워지는 거예요. 갤러리아 백화점 건너편 꼬르꼬소모에 앉아만 있어도, 연예인이 된 것처럼 가슴팍이 다 웅장해지더라니까요. 지금요? 지금도 집안 좋은 사람, 남이 볼 때 우와 하는 직업. 궁금해요. 호감도 가고요. 예전이 100이었다면, 지금은 10? 그 10도 오래는 못 가요. 저와의 접점이 없다면, 실체가 없는 거나 마찬가지라서요. 서로의 취향이나 주파수가 맞지 않으면 일단 내쪽에서 강력하게 피곤해해요. 이 사람에게 맞추기 위해서 노력해야 하는구나. 그런 생각이 들면, 모든 의욕이 0이 되어 버려요. 그 자리를 벗어나고만 싶어지죠. 그러다 보니, 나이를 먹고 나서 새로운 인연은 1년에 한 명 될까 말까예요. 만나던 사람만 만나는 거죠.


허지웅에게도 비슷한 감정이었어요. 예전엔 거부감이 많이 들더라고요. 자의식만 강한 빈껍데기라고 생각했어요. 요즘 그의 글을 보면서, 같은 사람 맞나? 그의 글이나 발언을 여러 번 보게 돼요. 크게 아파서이기도 하겠지만, 어쨌든 과거의 허지웅보다 훨씬 따뜻하고, 성장한 허지웅이 있더군요. 우리는 모두 좋아하는 연예인, 안 좋아하는 연예인이 있을 거예요. 고작 인터뷰나 영화, 드라마, 무대에서 모습만 보고 그 연예인을 짐작하죠. 뉴스에 나온 스캔들이나, 기자들의 뒷담화를 참고해서요. 그것도 일부 중의 일부예요. 아예 나갈 수 없는 이야기들이 훨씬 더 많죠. 순하게 생긴 배우가 사실은 욕쟁이 안하무인이어도 알 수가 없어요. 현장에서 쉬쉬하면요. 그런데 그런 사람들도 어느 순간 달라지기도 해요. 크게 아프거나, 가족을 잃거나, 종교에 귀의하거나 하면요. 사람 절대 안 변한다. 이 믿음으로 사는 것보다는, 변할 수 있다, 이 마음으로 사는 게 낫다고 봐요. 모든 걸 고정된 형태로 보려고 하면, 유연해질 수가 없어요. 자신도 변한다는 걸 인식하려면, 세상도, 사람도 변한다는 걸 알아야 해요. 변하는 순간을 포착할 능력이 생기면, 세상 보는 눈도 달라질 거예요. 유연한 사람에겐 포용력이 있어요. 내면의 빛으로 주변을 환하게 하죠. 열심히 연습하려고요. 저의 고정관념을 털어내는 연습부터 꾸준히 해야겠어요. 모든 사람을 편견 없이 보는 사람이고 싶어요. 좋은 사람이 되는 첫걸음이 아닐까 싶어요.


PS 매일 글을 씁니다. 모자란 사람이 쓰는 글이에요. 그러니 정답이라 생각하지 마시고, 이런 생각도 하는구나. 편한 마음으로 읽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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