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혐오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

어떤 혐오가 정당한 걸까요?

by 박민우

부모님이 모두 전라도 분이세요. 어릴 때부터 아버지는 한이 많으셨어요. 경상도 하면 이를 가셨죠. 농심 라면이 롯데와 한 핏줄이란 이유로 삼양 라면만 고집하셨어요. 신라면이 국민 라면이 됐을 때도, 삼양에서 나온 이백냥만 먹으라고 하셨죠. 롯데에서 나오는 건 모두 해태에서도 나오니, 절대 롯데 걸 사면 안 되는 거였어요. 칠성 사이다 말고 세븐업(당시엔 해태에서 수입했어요), 월드콘 말고 브라보콘, 맥콜이 전국을 휩쓸 때도 해태 보리텐(롯데에서는 비비콜을 팔았죠), 밀키스 대신에 크리미를 마셔야 했어요. 그런데 가끔 이해 못할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전라도 놈들은 절대로 믿지 말아라. 이러시는 거예요. 다른 사람도 아니고, 전라도 태생인 아버지가 또 그리 말씀하시는 이유는 뭘까요? 몇 번 사기를 당하셨거든요. 아버지 인맥이 거기서 거기니, 그 사람들 사이에서 사기도 당하고, 친구도 사귀고 하신 거죠. 이런 양가감정으로 평생 갇혀 사셨어요.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죠. 독재 정권에 시달렸고, 광주 민주화 항쟁의 피해자도 엄연히 전라도 사람들이니까요. 기득권의 철저한 배제에 어떻게 아무 감정이 들지 않을 수 있겠어요? 그런 생각은 해요. 아버지가 경상도에서 태어나셨다면, 전라도 편을 들어주셨을까? 그들의 억울함을 챙길 분은 아니라는데 전 재산을 걸 수 있어요. 지역감정은 자신이 태어난 곳에 절대적 영향을 받죠. 태어난 곳이 떡고물이라도 더 떨어진다면, 그냥 눈 감아야죠. 그 떡고물이란 게 사실 크게 실감도 안 나잖아요. 단지 덜 억울한 정도죠. 개개인이 노력을 해서 얻었다고 생각하지, 어느 지역에 태어나서 대단한 부귀영화를 누린다고 생각하기는 어렵죠. 지금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열 번째 정도의 경제 대국이라고, 모두가 행복하고, 화가 없나요? 전혀 그렇지 않잖아요.


대표적인 혐오로는 남자가 여자를, 여자가 남자를, 젊은 세대가 기성세대를, 기성세대가 젊은 세대를 혐오하는 게 있겠네요. 인종과 종교에 대한 혐오도 있을 테고요. 저라고 그런 감정에서 자유롭겠어요? 얼마 전에 런던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던 한국인이 칼부림당하는 장면을 유튜브로 봤어요. 주변에 다른 유튜버가 고함을 질러서, 강도가 놀라 도망가더군요. 흑인인지는 확실하지는 않지만, 어두운 피부였어요. 소름 끼치는 게, 도망갔다가 다시 오더군요. 자전거를 뺏으려고요. 사람 같지가 않더라고요. 자전거 한 대 훔치려고, 사람을 죽이려 들다뇨? 먹잇감만 노리는 굶주린 하이에나 같았어요. 저런 놈들이 백인보다 동양인을 더 사람으로 안 본다. 그런 생각에 몸서리가 쳐지더군요. 그놈이 미친놈인 건데, 비슷한 외모의 다른 사람들까지 싸잡아서 비호감이 돼요. 신기하죠?


남자니까 여자들의 목소리가 과하다는 생각을 늘 했어요. 남자들이 그렇게 행복하면, 왜 여자보다 평균 수명이 더 짧을까요? 위험한 현장에는 모두 남자예요. 공사 현장이라든지, 전쟁터라든지요. 어떤 건 더 갖고, 어떤 건 덜 갖는 거 아닌가요? 그런데 왜 여자들은 일방적으로 피해자인 척하는 걸까요? 그러니 여자들의 소리를 듣기가 싫어져요. 머리가 다 아프려고 해요.


여자로 태어났다면 어땠을까요? 일단 육체적으로 남자보다 약해요. 그런데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성적인 피해를 안 당해본 사람이 없어요. 남자들은 일방적으로 모두 성범죄자 취급한다고 억울해 하지만, 여자들 입장에선 오죽하면 그러겠냐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요. 2010년부터 2015년 8월까지 연인이나 헤어진 연인으로부터 살해당한 여성은 총 645명이에요. 3일에 1명 꼴로 살해당했어요. 통계에 잡힌 것만 이 정도예요. 그걸 내가 저질렀냐고? 화를 내는 남자들에게, 뉴스를 이렇게 바꿔 보면 어떨까요? 조선족이 한국인 645명을 살해했다. 이런 뉴스라면, 조선족이어서가 아니다. 살인자가 살인을 했을 뿐이다. 조선족에겐 죄가 없다. 이러실 건가요? 조선족 추방에 광분하며 동의하지 않을까요? 여성들이 느끼는 공포는 결코 과장이 아니에요. 스토커들에 대한 범죄 형량 좀 보세요. 딸 있는 집에서 발 뻗고 자기가 쉬울까요?


우리는 아무리 상상해도, 상대방의 어려움을 공감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요. 그러니까 그들의 주장이 와 닿지가 않아요. 내 어려움, 내 억울함은 누구보다 더 잘 알죠. 그러니까 이해의 불균형이 심해질 수밖에 없어요. 부정적인 일을, 그 사람이 속한 집단과 연결시키는 데는 굉장히 신속해요. 반대는 아니에요. 선한 행동을 한 사람을 그 집단과 연결시켜서 칭찬하는데 인색해요. 위대한 업적을 이룬 성별이라든지 소수자를 그 집단과 연결시키려고 하지 않아요. 동성애자를 혐오하면 아이폰(현재 CEO 팀쿡이 동성애자)도 쓰면 안 되고, 차이콥스키의 음악에 감동해서도 안 되고, 비행기를 타서도 안 돼요. 레오나르도 다빈치 덕분에 동력을 이용해 비행하는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으니까요. 우리의 사고는 균형 감각에서는 한참 떨어져 있어요. 그 감정을 과신하고, 핏대를 세우죠. 일반화의 감옥에 갇혀서요. 일반화에는 아무런 논리도 없어요. 그 집단을 어떻게 소수의 샘플로 정의 내릴 수 있겠어요? 모든 사람이 다르고, 대부분의 사람은 선하다. 이 정도가 팩트 아닐까요? 그러니 차라리 사람들을 더 만나세요. 글로, 정보로 해석한 오류 투성이의 가상 인물 말고요. 실제로 만난 좋은 사람들이, 머릿속 편견을 깨는 데는 최고더라고요. 여전히 좋은 사람은 많은데, 혐오는 들끓어요. 사랑하고 살기에도 짧은 시간임을,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아챘으면 해요.


PS 우린 모두가 부족합니다. 부족하니까 서로를 찾고, 나누며 사는 거 아닐까요? 그러니 조금만 더 친절해져요. 나를 위해서요. 내 안의 친절함은, 진짜 좋은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되어 줄 거예요.


PS 구독 신청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꾸벅

https://brunch.co.kr/@modiano99/1270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태국 방콕 24시, 나의 일상 키워드(건강 정보 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