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민우 May 01. 2021

나의 시시한 일상 보관소 - 일종의 디지털 아카이브

나중엔 이런 기록이 분명 의미가 있을 것 같아서요

1.  핑크핑크 힙업 밴드 

제가 하체와 엉덩이가 극히 부실해서, 한국에서 사 왔어요. 일명 심으뜸 힙업밴드. 하체 운동할 때 무릎에 걸치고 하면, 엉덩이 쪽으로 자극이 잘 와요. 만 원 조금 넘었던 것 같은데, 그렇게 요긴할 수가 없어요. 여행 다닐 때도 가지고 다녀요. 단순해 보이는데, 쓸수록 기특한 물건이에요. 여러분들도 하나씩 장만해서, 집에서 엉덩이 키우세요. 하체가 튼튼해지면, 자신감이 넘치고, 활력도 생기더라고요. 


2. 샤오미 백팩 

중국의 애플이라는 샤오미에서는 백팩까지 만드는 거 아시나요? 샤오미가 진정한 문어발 끝판왕이에요. 쓰레기봉투를 스스로 묶어 주는 쓰레기통, 푸시업 바, 코털 깎기 등 손 안대는 게 없어요. 그래도 가방보다는 좀 덜 신기하지 않나요? 전류 단 1%도 흐르지 않는 그냥 천가방이에요. 지퍼 하나는 날아가 버렸지만, 깔끔하니 질리지 않아서 좋더라고요. 이것도 5년 넘게 가지고 다녔을 거예요. 출세한 가방이에요. 주인 잘 만나서, 뉴욕도 다녀오고, 조지아도 다녀온 가방입니다. 세계 어디에 내놔도 안 꿀리더라고요. 


3. 이놈의 지긋지긋한 지갑

태국인 친구가 사다준 걸 거예요. 아는 사람이 지갑 장사를 한다던가 기억도 가물가물하네요. 일종의 구매대행인 거죠. 이삼만 원 정도 했던 것 같은데, 앞으로 십 년은 더 쓸 수 있을 것 같아요. 새 걸 사고 싶어도 이유가 있어야 사죠. 새 거가 딱히 필요하지도 않고요. 나이를 먹어서 좋은 게 뭔지 아세요? 뭘 잘 안 잃어버리더라고요. 이 지갑도 최소 7년은 됐을 거예요. 할아버지가 되어서도, 이 지갑 그대로면 왠지 좀 멋있을 것 같기는 하네요. 


4. 책은 고전 위주로, 민음사 위주로 

독서량이 많지 않은 데다가, 이북으로 읽기도 하고, 다 읽으면 주기도 해서요. 책이 많지는 않아요. 책이 제일 무거운 짐인 거 아시죠? 비행기에 싣고 오려면, 큰 마음먹고 가방에 넣어야 해요.  고전 위주로 가지고 있어요. 서머셋 모옴, 헤밍웨이, 까뮈, 밀란 쿤데라를 좋아해요. 마거릿 미첼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도 전편 다 소장하고 있고, '자기 앞의 생'을 쓴 로멩 가리(혹은 에밀 아자르)도 좋아하는 작가예요. 


5. 곰돌이 푸우 플라스틱 박스 

이걸 김치 담그려고 샀어요. 배추를 절일 만한 큰 통이 없더라고요. 곰돌이가 그려져 있으니 어린이용일 테고, 어린이 용은 환경 호르몬이 덜 나오지 않을까? 그런 말도 안 되는 기대감으로 사다 놓은 거예요. 몇 번 쓰다가 말았어요. 괜히 찜찜하더라고요. 쓸모가 없으니 버려야 하는데, 곰돌이가 너무 앙증맞아서 주저하게 되네요. 말 나온 김에 조만간 처분해야겠어요. 


6. 내 보물 1호 아수스 노트북 

무려 150만 원을 주고 산 아수스 노트북이에요. 그 돈이면 맥북을 사는 게 낫지 않냐고요? 맥북은 비싸기도 하고, 익숙하지도 않아서요. 괜히 애물단지 될까 봐 선뜻 용기가 안 나더라고요. 굳이 이렇게 비싼 걸 산 이유는, 당시에 현금이 좀 있었거든요. 비싸면 확실히 오래 쓰더라고요. 이것도 삼 년 이상 됐을 텐데, 여전히 쌩쌩하고, 쾌적해요. 게다가 가볍고, 크기도 A4 용지 크기예요. 다른 건 몰라도, 노트북은 앞으로도 비싼 걸 사려고요. 저는 노트북으로 밥벌이를 하는 사람이니까요. 


7. 상당히 마음에 드는 슬림 필통

제가 홍대에서 글쓰기 강의를 한 적이 있어요. 그때 한 수강생에게 받은 선물이에요. 밴드가 달려 있는, 참신한 아이디어 제품이에요. 저 밴드의 용도는 뭔지 잘 모르겠어요. 그냥 예뻐서 좋더라고요. 볼펜도 몇 개 안 들어가는데, 그래서 더 좋아요. 고급스럽고, 깜찍한 게 볼수록 기분이 좋아진달까요? 평소에 필통 잘 쓰지도 않는데, 또 이렇게 갖게 되니 좋기만 해요. 물욕이라는 게 쉽게 없어지는 게 아니더라고요. 


8. 싸구려 비치 샌들 

삼사천 원 줬을 거예요. 베트남 하노이에서 소나기가 퍼부울 때 샀어요. 비는 내리지, 신던 신발은 끈이 떨어졌지. 급하게 사느라, 깎지도 못 했어요. 원래 잘 깎는 성격도 못 되고요. 바닥이 엄청 미끄러워서, 신고 다니면 위험해요. 미끄러지기 딱 좋죠. 겉만 보면 멀쩡해서, 선뜻 버릴 수가 없더라고요. 끈이 어서 빨리 떨어져야 새 걸 살 텐데, 여전히 쌩쌩하네요. 이걸 끝까지 신는 게 진짜 미련한 짓이라고 생각해요. 몇 년씩이나 신고 다녔다는 것도 신기하고요. 물건도 다 인연이 있더라니까요. 이걸 이렇게 오래 신고 다닐 줄 누가 알았겠어요?


9. 노란색 유니클로 방수 재킷 

불매 운동 한참 전에 산 거니까, 이해해 주실 거죠? 이 노란색 재킷도 참 신기해요. 대단히 예뻐서 산 것도 아니고, 오래 입어야지. 굳은 결심한 적도 없어요. 십 년은 입은 것 같네요. 뜯어지거나, 찢어지는 재질이 아니어서 삼십 년도 더 입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으슬으슬하다 싶을 때 입기 딱 좋아요. 더운 태국에서 으슬으슬해질 일이 뭐가 있냐고요? 카페 에어컨이 좀 심하게 쌩쌩한 곳이 있어요. 얼어 죽을 것처럼 추워요. 그런 곳에서 걸치기 딱 좋더라고요. 있을 땐 무심한데, 없어지면 두고두고 허전할 것 같은 재킷이네요. 


10. 나만의 홈트레이닝 기구들 

아령과 휠 슬라이드, 그리고 또 아령. 그런데 아령에 오렌지 색 손잡이가 달려 있죠. 아령을 케틀벨로 쓸 수 있는 신박한 아이템이에요. 케틀벨을 따로 안 사도, 있는 아령을 활용할 수 있어서 샀어요. 그런데 케틀벨 운동은 잘 안 하게 되더라고요. 휠 슬라이드도 손이 안 가요. 휠슬라이드를 잡고, 앞구르기를 하면 배가 끊어질 것 같더라고요. 몸이 화석처럼 굳어가는 것 같아서 뭐라도 해요. 확실히 운동을 하는 게, 안 하는 것보다는 낫더라고요. 여러분, 운동하며 살아요. 고된 순간이 주는 미묘한 쾌감이 은근 짜릿하지 않습니까?


PS 매일 글을 씁니다. 누가 그러더라고요. 우리 안의 영혼은 영원불멸의 존재라고요. 실감이 안 나는데, 내가 쓴 글은 영원히 남는다. 그것 또 맞는 말이라서요. 영혼과 글이 전혀 무관한 것도 아니고요. 진짜 우린 불멸의 존재일까요? 궁금하네요. 가끔! 

매거진의 이전글 중년의 사고를 청년모드로 바꿔 보겠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