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시한 일상 보관소 - 일종의 디지털 아카이브

나중엔 이런 기록이 분명 의미가 있을 것 같아서요

by 박민우

1. 핑크핑크 힙업 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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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하체와 엉덩이가 극히 부실해서, 한국에서 사 왔어요. 일명 심으뜸 힙업밴드. 하체 운동할 때 무릎에 걸치고 하면, 엉덩이 쪽으로 자극이 잘 와요. 만 원 조금 넘었던 것 같은데, 그렇게 요긴할 수가 없어요. 여행 다닐 때도 가지고 다녀요. 단순해 보이는데, 쓸수록 기특한 물건이에요. 여러분들도 하나씩 장만해서, 집에서 엉덩이 키우세요. 하체가 튼튼해지면, 자신감이 넘치고, 활력도 생기더라고요.


2. 샤오미 백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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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애플이라는 샤오미에서는 백팩까지 만드는 거 아시나요? 샤오미가 진정한 문어발 끝판왕이에요. 쓰레기봉투를 스스로 묶어 주는 쓰레기통, 푸시업 바, 코털 깎기 등 손 안대는 게 없어요. 그래도 가방보다는 좀 덜 신기하지 않나요? 전류 단 1%도 흐르지 않는 그냥 천가방이에요. 지퍼 하나는 날아가 버렸지만, 깔끔하니 질리지 않아서 좋더라고요. 이것도 5년 넘게 가지고 다녔을 거예요. 출세한 가방이에요. 주인 잘 만나서, 뉴욕도 다녀오고, 조지아도 다녀온 가방입니다. 세계 어디에 내놔도 안 꿀리더라고요.


3. 이놈의 지긋지긋한 지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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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인 친구가 사다준 걸 거예요. 아는 사람이 지갑 장사를 한다던가 기억도 가물가물하네요. 일종의 구매대행인 거죠. 이삼만 원 정도 했던 것 같은데, 앞으로 십 년은 더 쓸 수 있을 것 같아요. 새 걸 사고 싶어도 이유가 있어야 사죠. 새 거가 딱히 필요하지도 않고요. 나이를 먹어서 좋은 게 뭔지 아세요? 뭘 잘 안 잃어버리더라고요. 이 지갑도 최소 7년은 됐을 거예요. 할아버지가 되어서도, 이 지갑 그대로면 왠지 좀 멋있을 것 같기는 하네요.


4. 책은 고전 위주로, 민음사 위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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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량이 많지 않은 데다가, 이북으로 읽기도 하고, 다 읽으면 주기도 해서요. 책이 많지는 않아요. 책이 제일 무거운 짐인 거 아시죠? 비행기에 싣고 오려면, 큰 마음먹고 가방에 넣어야 해요. 고전 위주로 가지고 있어요. 서머셋 모옴, 헤밍웨이, 까뮈, 밀란 쿤데라를 좋아해요. 마거릿 미첼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도 전편 다 소장하고 있고, '자기 앞의 생'을 쓴 로멩 가리(혹은 에밀 아자르)도 좋아하는 작가예요.


5. 곰돌이 푸우 플라스틱 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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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김치 담그려고 샀어요. 배추를 절일 만한 큰 통이 없더라고요. 곰돌이가 그려져 있으니 어린이용일 테고, 어린이 용은 환경 호르몬이 덜 나오지 않을까? 그런 말도 안 되는 기대감으로 사다 놓은 거예요. 몇 번 쓰다가 말았어요. 괜히 찜찜하더라고요. 쓸모가 없으니 버려야 하는데, 곰돌이가 너무 앙증맞아서 주저하게 되네요. 말 나온 김에 조만간 처분해야겠어요.


6. 내 보물 1호 아수스 노트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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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150만 원을 주고 산 아수스 노트북이에요. 그 돈이면 맥북을 사는 게 낫지 않냐고요? 맥북은 비싸기도 하고, 익숙하지도 않아서요. 괜히 애물단지 될까 봐 선뜻 용기가 안 나더라고요. 굳이 이렇게 비싼 걸 산 이유는, 당시에 현금이 좀 있었거든요. 비싸면 확실히 오래 쓰더라고요. 이것도 삼 년 이상 됐을 텐데, 여전히 쌩쌩하고, 쾌적해요. 게다가 가볍고, 크기도 A4 용지 크기예요. 다른 건 몰라도, 노트북은 앞으로도 비싼 걸 사려고요. 저는 노트북으로 밥벌이를 하는 사람이니까요.


7. 상당히 마음에 드는 슬림 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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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홍대에서 글쓰기 강의를 한 적이 있어요. 그때 한 수강생에게 받은 선물이에요. 밴드가 달려 있는, 참신한 아이디어 제품이에요. 저 밴드의 용도는 뭔지 잘 모르겠어요. 그냥 예뻐서 좋더라고요. 볼펜도 몇 개 안 들어가는데, 그래서 더 좋아요. 고급스럽고, 깜찍한 게 볼수록 기분이 좋아진달까요? 평소에 필통 잘 쓰지도 않는데, 또 이렇게 갖게 되니 좋기만 해요. 물욕이라는 게 쉽게 없어지는 게 아니더라고요.


8. 싸구려 비치 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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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사천 원 줬을 거예요. 베트남 하노이에서 소나기가 퍼부울 때 샀어요. 비는 내리지, 신던 신발은 끈이 떨어졌지. 급하게 사느라, 깎지도 못 했어요. 원래 잘 깎는 성격도 못 되고요. 바닥이 엄청 미끄러워서, 신고 다니면 위험해요. 미끄러지기 딱 좋죠. 겉만 보면 멀쩡해서, 선뜻 버릴 수가 없더라고요. 끈이 어서 빨리 떨어져야 새 걸 살 텐데, 여전히 쌩쌩하네요. 이걸 끝까지 신는 게 진짜 미련한 짓이라고 생각해요. 몇 년씩이나 신고 다녔다는 것도 신기하고요. 물건도 다 인연이 있더라니까요. 이걸 이렇게 오래 신고 다닐 줄 누가 알았겠어요?


9. 노란색 유니클로 방수 재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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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매 운동 한참 전에 산 거니까, 이해해 주실 거죠? 이 노란색 재킷도 참 신기해요. 대단히 예뻐서 산 것도 아니고, 오래 입어야지. 굳은 결심한 적도 없어요. 십 년은 입은 것 같네요. 뜯어지거나, 찢어지는 재질이 아니어서 삼십 년도 더 입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으슬으슬하다 싶을 때 입기 딱 좋아요. 더운 태국에서 으슬으슬해질 일이 뭐가 있냐고요? 카페 에어컨이 좀 심하게 쌩쌩한 곳이 있어요. 얼어 죽을 것처럼 추워요. 그런 곳에서 걸치기 딱 좋더라고요. 있을 땐 무심한데, 없어지면 두고두고 허전할 것 같은 재킷이네요.


10. 나만의 홈트레이닝 기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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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령과 휠 슬라이드, 그리고 또 아령. 그런데 아령에 오렌지 색 손잡이가 달려 있죠. 아령을 케틀벨로 쓸 수 있는 신박한 아이템이에요. 케틀벨을 따로 안 사도, 있는 아령을 활용할 수 있어서 샀어요. 그런데 케틀벨 운동은 잘 안 하게 되더라고요. 휠 슬라이드도 손이 안 가요. 휠슬라이드를 잡고, 앞구르기를 하면 배가 끊어질 것 같더라고요. 몸이 화석처럼 굳어가는 것 같아서 뭐라도 해요. 확실히 운동을 하는 게, 안 하는 것보다는 낫더라고요. 여러분, 운동하며 살아요. 고된 순간이 주는 미묘한 쾌감이 은근 짜릿하지 않습니까?


PS 매일 글을 씁니다. 누가 그러더라고요. 우리 안의 영혼은 영원불멸의 존재라고요. 실감이 안 나는데, 내가 쓴 글은 영원히 남는다. 그것 또 맞는 말이라서요. 영혼과 글이 전혀 무관한 것도 아니고요. 진짜 우린 불멸의 존재일까요? 궁금하네요. 가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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