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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민우 May 31. 2021

'롤린' 역주행으로 본 성공 계발서들의 거짓말

간절하면 이루어진다면서요?


브레이브 걸스 '롤린' 들어 보셨나요? 군부대에서 시작해서, 국민 역주행 곡이 됐어요. 역대급 신드롬이죠. 역주행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죠. EXID의 '위아래'가 먼저였죠. 더 거슬러 올라가면 크레용팝의 '빠빠빠'가 있겠네요. 저는 역주행을 볼 때마다 시크릿 류의 자기 계발서들이 떠오르더라고요. 이들은 희망을 버리지 않았던 걸까? 실패 속에서도 성공을 확신했을까? 브레이브걸스나 EXID 인터뷰를 보면 성공을 확신한 것 같지는 않더라고요. 브레이브 걸스는 '운전만 해'도 반응이 영 시원찮아서 해체 수순을 밟죠. 먹고는 살아야 하니까,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고, 의류 사업을 시작하고요. EXID 인터뷰를 봐도요. 


솔지 - '이 곡까지 잘 안되면 뭐할 거야'라는 말도 했었어요. 현실적인 계획도 세워놨었고요. '일단 여행부터 가자' 이런 얘기도 했던 기억이 나네요.

하니 - 정말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난 거죠. 그래서 아직까지도 기쁜 거고요. 정말 끝을 생각하고 있었어요. 데뷔한 지 3년이 됐지만 활동한지는 1년이 채 안됐으니까요. 처음부터 상처도 났었고요. '위아래'를 발표하기 전에는 열정으로만 가득 차 있었다기보다. 이 일이 정말 힘든 일이구나라는걸 알고 있었던 그런 시간들이었어요.

정화 - 우리의 의지 문제라기보다는 주변 상황 때문에 끝을 생각했어요.


인터뷰 어디에도 확신은 읽히지가 않아요. 노력은 했지만, 안 될 수도 있겠다. 대단히 현실적으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죠. 그런데 빵 터졌어요. 남들이 뭐라 해도 성공, 성공, 성공, 우리는 성공할 거야. 이런 자세는 아니었지만, 대박을 터뜨린 거죠. 시크릿 류의 책을 보면 확신하라고 하죠. 확신이 성공의 원동력이 된다고요. 그렇게 성공한 예도 많이 있었으니, 그런 책들이 불티나게 팔리는 거겠죠.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성공을 누구보다 간절히 외치고, 부적처럼 가슴에 품고 잤던 사람 중에 실패한 사람들은? 이루지 못한 사람들은? 저런 책은 사기다. 반품을 요구했을까요? 아뇨. 그냥 조용히 숨죠. 굳이 목소리를 내지 않아요. 아니, 더 냉정하게 보자면 실패자의 목소리는 화제가 되지 않아요. 아무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죠. 그래서 간절하면 이루어진다 류의 책들이 아무 시비도 없이 순조롭게, 지속적으로 팔리는 게 아닐까요? 그렇다고 긍정적인 태도가 무의미한가? 긍정의 자세는, 지금의 상황을 밝게 만들어요. 같은 노력을 부정적인 힘으로 할까? 긍정적인 힘으로 할까? 상식적으로 봐도 긍정적인 힘이 더 세지 않겠어요? 자신의 잠재력을 활용하는데, '긍정'만 한 촉매제가 어디 있을까요? 하지만 종교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일리 있는 의견이어야지, 무조건 된다. 사이비 종교 영역으로 가는 건 광기처럼 보여요. 꿈의 방향성도 중요한데, '이룸' '성과'에만 초점이 맞춰지는 것도 부작용이라고 생각하고요.  즐거운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고, 결과 역시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게 정답 아닐까요? 어쩌면 진짜 성공은 세속적인 인간의 잣대로 매겨지는 게 아닌지도 모르죠. 진짜 성공은 스스로에 대한 적당한 긴장감과 겸손함, 자부심이 합쳐진 균형미에서 오는 게 아닐까 싶어요. 이룰 때도 행복하고, 이루기 전에도 행복한 사람. 이루지 못했을 때도 역시 당당한 사람이 진짜 성공의 주인공이 아닐까요? 제 개인적인 의견인데요. 브레이브 걸스나 EXID가 성공했던 건, 그들의 성공을 바라는 이들이 어마어마하게 많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누군가의 희망이 되세요. 소원이 되세요. 반드시 이뤄질 거예요. 아, 저도 이렇게 사이비 종교를 만드는 건가요? 


PS 매일 글을 씁니다. 따뜻한 사람이고 싶어요. 따뜻하게 늙고 싶어요. 내가 먼저가 아닌, 우리가 먼저인 사람이고 싶어요. 지금은 너무 그런 사람이 아니라서, 희망하는 거죠. 나보다 아름다운 사람을 샘내지 않는, 내 안의 아름다움을 확신하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https://brunch.co.kr/@modiano99/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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