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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민우 Jun 19. 2021

나에게 바가지를 씌운 새우 장수를 고발합니다

내게 일어난 작은 불의에만 선택적으로 분노합니다

시장에서 마른 새우를 샀는데 백 그람에 120밧인 거예요. 양 많아 보이라고 빵빵하게 공기를 채워 넣었더라고요. 가격을 표시 안 한 이유야 뻔하죠. 아무도 안 사갈 테니까요. 태국 사람은 비싸다고, 물건 내려놓는 거 잘 안 하 거든요. 가격을 묻는 순간, 사겠다는 거나 마찬가지예요. 저도 집에 오니까, 바가지 썼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내가 외국인인 거 알고 사기 친 거지 뭐겠어요? 태국어라도 똑부러지게 잘했으면 만만히 봤겠어요? 십 년 넘게 살면서, 태국말도 제대로 못 하는 저를 탓해야죠. 마른 새우 백 그람이면 한 줌도 안 돼요. 그게 사천 원이 넘는다는 게 말이 되냐고요? 해산물의 나라 태국이에요. 한국이나 유럽이라면, 이렇게까지 분하지는 않았을 거예요. 그래서 마트에 가서, 마른 새우를 찾아요. 가격표를 봤더니 100그람에 150밧이더라고요. 더 비싼 거예요. 믿기지 않아서, 다른 마트에서 마른 새우 가격을 한 번 더 확인해요. 거기는 더 비싸더라고요. 적어도 시장 새우가 마트 새우보다는 쌌어요. 상태는 더 좋았고요. 사기를 당한 게 아니에요. 새우 장수를 사기꾼이라고 확신했는데 말이죠. 


사기를 당했으면 얼마나 당했겠어요? 천 원, 이천 원이겠죠. 하지만 분노는 천 원짜리가 아니죠. 두고두고 괘씸해요. 아이폰이, 갤럭시가 비싸다고, 분노하지 않아요. 알아서 가격을 책정했겠지. 이유가 있겠지. 마케팅비는 땅 파면 나오나? 비싸면 안 사면 되지. 너무나 자비롭게 알아서 이해해 줘요. 이상하지 않나요? 우리가 생각하는 마진은 이거다. 당당하면 사기가 아닌 게 돼요. 훨씬 더 가난한 서민들은, 빚까지 내가면서 그 비싼 걸 사줘요. 대안도 없어요. 달라는 대로 줘야 해요. 그런데도 너무나 고분고분하죠. 우리는 비싼 제품에 분노라는 스위치를 누르지 않아요. 더 큰 사기, 더 큰 비리는 보통 사람은 저지를 수도 없어요.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들끼리 크게 한 번 해 먹는 거죠. 수천 억 사기를 쳐도, 뻔한 길 돌아가는 택시 기사가 훨씬 더 얄밉죠. 나를 빙다리 핫바지로 보는, 택시 기사가 훨씬 미워요. 내가 만만한가? 그 생각만 하면 피가 거꾸로 솟죠. 광고가 별건가요? 사람을 홀리는 거죠. 예쁜 여자 연예인이 광고한다고, 소주가 맛있어질까요? 하지만 사람들은 광고 모델을 떠올리면서 소주를 골라요. 맥주를 골라요. 비리 연예인이 드라마에서 착한 역을 하면, 그 연예인은 이상하게 미워지지가 않아요. 만들어진 대본, 만들어진 연출인 걸 모르는 사람은 없어요. 그래도 마음속 분노는 타오르지가 않아요. 오열하는 연기만 생각하며, 가슴이 저릿해요. 지켜주고만 싶어요. 당신들이 그 사람에 대해서 뭘 알아? 본인도 잘 모를 텐데, 안다고 생각해요. '나 혼자 산다'에 나온 모습이, 백 프로 진실일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아요. 논리도, 지혜도 없는 사람들일수록 확신은 철옹성이에요. 그러니 목소리가 클 수밖에요. 


만만한 대상에게만 화를 내요. 연예인도 만만하면, 표적이 돼요. 늘 주인공이었던, 톱배우들은 스캔들도 어느 선에서 흐지부지돼요. 외모가 비호감일 경우엔, 훨씬 더 매서운 공격이 이어지죠. 막아주는 사람이 적어도, 너무 적어요. 비호감 외모가, 곧 성격이 돼요. 죄를 묻는 것 같지만, 그 죄라는 게 사람 가려가면서 묻죠. 스스로가 공평한, 정의의 사도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집단 린치를 가해요. 그래서 결국 약한 사람들끼리만 서로 물어 뜯게 돼요. 기득권 세상의 사람들은 이런 개싸움이 얼마나 한심하고, 재밌겠어요? 세상은 아주 정교해요. 놀아난다는 걸 눈치채기란 불가능에 가까워요. 이 지독한 세뇌의 세상을 모두가 자각하게 되면, 세상이 굴러가지 못하니까요. 그러니 스스로에 대한 확신은 일단 접어 두세요. 우리의 감정은, 늘 요란하고, 편파적이에요. 그 감정을 확신할수록, 비슷한 약자들과 으르렁댈 뿐이죠. 진짜 싸워야 할 사람들에겐 꼬리를 내리고, 만만한 상대들과 결전을 다짐해요. 그게 얼마나 공들인 조작인지를 의심해 보셔야 해요. 에휴, 저는 마른 새우 하나로 왜 이리 흥분을 하는 걸까요? 조금은 나은 사람인 줄 알았거든요. 그 가격은 바가지가 확실하다고 생각했어요. 마트를 돌아다니며, 마른 새우 가격을 확인하는 저의 광기는 어디에서 나온 걸까요? 바보는 늘 이런 식이에요. 확신도 쉽고, 결론도 빨라요. 그렇게 열심히 놀아났다가, 잠시 각성해요. 곧 또 멍청해질 거예요. 이 지독한 조종의 울타리에서 탈출하는 건 불가능하니까요. 그러니 자신에 대한 확신만이라도 거두려고요. 우린 제법 무시무시한 세상에 살고 있어요. 


PS 매일 글을 씁니다.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사람을 만나고 싶어요. 가보지 못한 길을 걷고 싶어요. 이런 감정이 평생 남아 있을 수 없음을 알아요. 두 다리가 움직일 때 조금이라도 더 돌아다니려고요. 코로나에서 자유로워지면 짐부터 싸야죠. 여러분도 그러실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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