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상처도 풍경이 마데카솔입니다
-어머니, 일출 보러 갈래요?
-어미는 많이 걸으면 무릎이 아파.
-못 걷겠으면, 그때 돌아오자고요.
-나가더라도 해가 뜨면 나가자. 무서워.
-일출 보러 갈 건데, 해 뜨고 가자고요?
-아, 좀 그냥 나가아아
새벽 네 시 반부터 어머니, 아버지는 불도 켜지 못하고 눈만 말똥말똥. 도미토리 인생 이십 년. 자고 있는지 깨어 있는지, 그걸 모를까! 아버지는 나가자는 말이 반갑다. 아버지와 나. 큰 소리가 오갔다. 여보 왜 그랬어요? 가뜩이나 예민한 애를. 아니, 내가 뭘? 나 없는 사이 둘은 내 얘기만 하셨다. 둘은 반성하고, 작아지고를 반복하셨다. 아들이 깰 때까지 꼼짝도 않으신다. 아들이 깨야 숨도 편히 쉰다. 아들은 부모가 불편하지만, 부모는 아들이 전부다. 낯선 나라, 모든 게 처음. 우리가 화나게 한 아들, 잠이라도 편하게 자게 해 줍시다. 못된 아들은 이미 다 눈치챘다. 그러니까 나갑시댜. 나 아니면 백 미터 이상도 못 나가는 겁쟁이님들. 겉옷 챙기세요. 물은 제가 챙길게요.
-얼마나 남았니?
-40분 더 걸어야 해요.
-더 못 걷겠다. 집으로 가자.
-네, 알겠어요. 잠깐만요.
윤라이 전망대는 숙소에서 5km. 걸어서 한 시간 십이 분이 걸린다. 구글맵이 계산한 지구인 평균 걸음으로 그렇게 걸린다. 무릎이 안 좋은 일흔둘의 어머니는 한 시간 반, 아니 두 시간을 걸어야 한다. 오르막 길이 더 남았다. 못 걷겠다. 어머니의 포기는 지혜롭다. 나는 두 손을 번쩍 든다. 오는 차를 향해 손을 흔든다. 나는 차를 세울 수 있다. 세울 수 있어야 한다. 하얀색 트럭이 선다.
-차 안으로 들어가요. 저는 뒤에 타면 돼요.
까맣게 탄 농부가 활짝 웃는 얼굴로 우리를 태운다. 운전면허도 없는 무능한 아들은 두 손을 번쩍 들어서 차를 세웠다. 당연히 정상까지 갈 줄 알았다. 내 간절함은 갈림길까지만이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온 가족이 열심히 고개를 조아린다. 20분 오르막이 남았다. 못 걷겠다던 어머니는 쌩쌩해지셨다. 태어나 처음으로 히치하이킹이란 걸 해봤다. 모르는 사람의 배려. 이런 하루가 있었던가?
-어머 무슨 꽃이 이렇게 화려해? 여기는 학교야? 왜 이렇게 한자가 많아?
윤라이 전망대로 가는 길은 차이나 타운이다. 중국인 학교, 식당이 보인다. 일부러 왔다면 실망하겠지만, 우리에겐 못 올 수도 있었던 곳. 조잡한 벽화, 성의 없는 기념품들이 즐겁다.
-아니야, 너만 보고 와.
윤라이 전망대 입장료 20밧. 800원. 800원 아끼련다. 너만 보고 와. 어머니도, 아버지도 같은 마음. 말도 안 되는 소리 마세요. 60밧을 내고 입장권 세 장을 받아 든다. 20밧을 내자마자 봄의 개나리꽃처럼 사람들로 가득하다. 어떤 풍경을 느끼려면 몇 초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게 뭔가 싶다. 부족한 수면에 입을 쭉 내밀고 떡진 머리를 긁던 사람들이 카메라를 찾고, 여기, 여기. 빨리 안 찍고 뭐해? 각성한 뇌의 명령에 다급해진다. 피어오르는 안개는, 마침 뚫고 오는 태양에 급격히 무너지는 중이다. 남은 안개는 어떻게든 산들을 둘러싸고는, 구름처럼 두꺼운 생을 꿈꾼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사람들이 몰리는 곳에서, 그들과 같은 포즈로 찍고, 찍어 준다. 이런 풍경인 줄 알았다면, 무릎이 문드러져도 왔지. 못 왔으면 어쩔 뻔했어? 기분 좋은 철렁임. 여보 얼굴에 뭐 묻었어. 그래, 거기, 거기. 이왕 찍는 거 예쁘게 찍혀야지.
-아들아, 어미는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다.
나의 목표였다. 그 말을 들었다.
-여기, 여기서 좀 찍어 봐. 안 보여? 그래, 거기. 거기.
아버지는 눈에 보이는 모든 풍경을 솜씨 좋은 아들이 담길 원하신다. 표현 못 하는 염색체 XY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감동한다. 우리의 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 명심하며 살기 쉽지 않다. 너무 아름답다. 우리의 생이 좀 더 남았으면 좋겠다. 우리는 모두 죽는다. 기억은 훨훨 날아서 우리의 생을 축복하며 폭죽처럼 터질 것이다.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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