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평생 이런 세상은 처음이다. 가장 듣기 좋은 말
The Giant Chiangmai Thailand
어머니, 아버지는 어디를 가는지 모르신다. 나는 안다. 땅 형님도 안다. 나무 카페로 간다. 치앙마이에 왔다고 아무나 갈 수 없다. 차가 있어야만, 반나절을 써야만 다녀올 수 있다. 마지막 15분 길은 가파르기까지 해서, 전문가의 손을 빌려야 한다. 트럭버스 썽태우가 대기하고 있다. 차를 세우고, 썽태우로 갈아탄다(혹 가고자 하는 이들은, 썽태우를 이용하기를 추천한다). 어머니, 아버지는 천장에 붙은 쇠막대를 꼭 쥐신다. 차가 흔들릴 때마다, 손에 힘이 들어간다. 바람이 들어온다. 덜컹거리는 차에서 아버지는 차양막을 내리려고 안간힘을 쓰신다. 콜록콜록. 찬 바람이 아버지의 기관지를 성가시게 하는 중이다.
-아니, 그러니까 겉옷을 가지고 오라고 했잖아요.
-추워서 그러간디?
-아버지, 손잡이를 꼭 쥐고 계셔야죠. 사고 나요.
-아니, 이, 이게 뭐야? 여보, 이게 다 뭐예요?
위태로워 보이는 썽태우 뒷칸에서 어머니는 아열대 숲의 나무들에 압도되신다. 차양막을 치려던 아버지의 손도 멈춘다. 아열대의 뚱뚱한 나무들이 가파른 산길을 휘덮고 있다. 널찍한 이파리들이 이불처럼, 옷감처럼 펄럭인다. 거대하지만, 푸르게 건강해서, 아무런 위협도 느껴지지 않는다. 매사에 시큰둥하다. 좋은 걸 봐도 좋은 줄 모른다. 그때까지 내가 평가한 어머니, 아버지는 바위 같은 여행자였다. 아무것에나 반응하지 않는 여행자였을 뿐이다. 깊고 깊은 곳에서, 선택적으로 반응하는 황금의 안테나가 이제 흔들림을 허락한다.
-아니, 어떻게 이럴 수가 있을까?
어머니에겐 이럴 수 없는 풍경이다.
-보기 좋구만. 아주 잘 자랐구만.
아버지에겐 기특하고, 훌륭하다. 몸이 튕겨지는 위협이 사사로워지고, 자연이라는 흔한 단어가 폭발하고, 부풀어 오른다.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을 켜신다. 한 컷이라도 찍고 싶다. 내가 보고 있는 풍경이 거짓말일 수도 있다. 찍어야 한다.
-아, 아버지. 제가 찍을게요. 꼭 좀 잡으시라고요. 좀!
나의 감정도 오르막길처럼 가팔라진다. 썽태우에서 내린 어머니와 아버지는 흔들리는 구름다리를 만난다. 구름다리는 양팔을 활짝 벌리고 있는 가지들과 연결되어 있다. 나무다. 나무가 맞다. 올라오면서 봤던 나무들이 한순간에 난쟁이가 되는 나무다. 거인의 나라, 거인들의 정수리를 모두 볼 수 있는 나무가 겨드랑이를 한껏 벌리고 어머니와, 아버지를 맞이하고 있다. 전체를 볼 수 없다. 부분, 그것도 나무의 윗부분만 간신히 눈에 들어온다. 이제는 혼란스럽다. 늘 땅에서, 나무의 꼭대기를 상상했다. 지금은 땅을 상상하고, 밑동을 짐작해야 한다. 구름다리를 건너고, 펼쳐진 수많은 테이블을 본다. 나무의 겨드랑이쯤에 마룻바닥을 만들었다. 그리고 테이블을 놓았다. 가장 좋은 자리에 있던 손님들이 일어선다. 우리의 자리가 된다. 펼쳐진 산이 보인다. 산 정상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기분이 된다. 발밑으로는 거대한 나무의 나머지가 있다. 절벽이고, 전망대다. 살다 살다 거대한 가지들을 천장 삼아서 커피를 다 마시다니. 새소리를 듣다니. 케이크를 썰다니.
이런 세상이 있을 리가 없다. 눈 앞에 있다. 거짓말, 그런데 참말.
전부인 줄 알았던 세상이, 일부임을 깨닫게 되는 순간. 황금의 안테나는 기지개를 켠다. 수만 개의 안테나가 공작새처럼 활짝 펼쳐져서는, 태양을, 한결 달아진 바람을, 원숭이의 비명 소리를 빨아들인다. 참으로 어이없는 감정이다. 충격은 나눠서 소화해야겠다. 지금은 도무지 정리가 안 된다. 용처럼 똬리를 틀고, 무지개처럼 아치를 그리는 황홀이, 어머니와, 아버지를 칭칭 감는다. 내가 쏜 화살은 명중했다. 가장 큰 상은 내 것이 되었다.
PS 매일 글을 씁니다. 저의 행복을, 전율했던 순간을 나누고 싶습니다. 그렇게 조금씩만 더 행복해져서, 조금씩 더 기운을 챙기고, 조금씩 누군가를 향해 웃어줄 수 있었으면 해요. 이 여행은 1월에 이미 다녀온 여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