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지 않아요 - 공포의 카페 손님

부기 빠지면 잘 생긴 손님

by 박민우
line_1552904532265.jpg 방콕 맛집 책 대지가 나왔어요. 열심히 수정 중입니다.

몇 번을 멀리서만 바라봤던 카페야. 우리 단지는 논밭으로 둘러싸여 있지. 편의점만 있어도 좋겠다. 불가능한 꿈은 5년 전 GS25가 이루어줬어. 편의점 옆으로 카페도 생겼지. 테이블은 하나뿐이지만, 커피는 완벽. 옆옆에 어엿한 카페가 또 문을 연 거야. 테이블이 열 개나 되는, 내가 바리스타요, 이거슨 로스팅! 이런 카페더라고. 내가 청담동에서 어? 7천 원 커피 마실 때도, 어? 하나도 안 당당하지 않은 사람이야. 1,500원 무인 카페를 주로 이용하다 보니, 3,500원일 것 같은 이 집 아메리카노에 멈칫할 수도 있는 거 아니야? 아니, 아니. 오해하지 말고. 3,500원 커피를 아예 못 마시는 사람이겠어? 청담동에서도 하나도 안 떨고, 7천 원 커피 마신 내가? 리필되냐고 물어도 본 사람이야. 된다고 할 때, 긴장감이 소변관으로 졸졸졸 흘러나오더라. 비싼 커피는 두 잔 주는구나. 아예 비싼 것도 아니네. 가난뱅이는 아예 비싼 줄 안다니까. 논밭에서 제일 잘난 카페지만, 나 정도 되면 하나도 안 떨고 들어가야지.


내 얼굴도 문제가 되긴 해. MTS 롤러라고 바늘이 촘촘촘 롤러야. 이걸로 얼굴을 사정없이 문지르면, 피멍이 들어. 그리고 나면 조금씩 젊어진대. 아프지. 부작용도 걱정돼. 젊어질 거야. 괜찮을 거야. 긍정적인 게 나빠? 곧 잘 생겨질 거니까, 아파도 돼. 피멍 들고, 좀 부어도 돼. 이 꼴로 어딜 나가면 안 되지만, 압구정동 마스크 언니들 때문에 용기를 냈지. 전면 공사를 다 하고도 커피 마시러 오더라고. 부기가 빠지면 돌아다니는 것도 옛말인 거지.


3,500원과 피멍. 두 가지 장애를 넘어서, 카페 문을 열었어. 심호흡 안 했어. 자존심 상해서. 마스크는 썼지. 부분부분 피멍인데, 아가씨가 내 얼굴은 쳐다도 안 보더라고. 그것대로 좀 섭섭했지만, 드디어 들어왔다고. 칭찬이 더 어울리는 시간이지. 커피도 2,500원이네? 천 원을 아낀 기분이 들어서, 잠깐 오줌이 마려웠지. 내 핸드폰은 갤럭시 노트 9이고, 삼성 페이가 된다는 게 너무 자랑스러워. 2년 후면 할부가 끝나고, 자유의 몸이 돼. 더 늙어도 좋으니, 2년 후가 내일이었으면 좋겠어.


"저, 계산이 됐나요?"


자리에 앉아서 마스크를 조심스럽게 내리다가, 깜짝이야. 계산이 됐는지를 왜 내게 묻지? 갤럭시 노트를 건네받고, 단말기에 문지른 건 그쪽입니다만!


"계산이 안 된 것 같아요. 다시 한번만 줘 보시겠어요?"


나는 재빨리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왜, 계산이 안 된 거죠?"


일부러 울림통을 끝까지 넓히고, 저음으로 물었지. 그녀는 대답도 안 하고, 한 번 더 긁더라. 젠장, 나는 또 신한카드 어플을 확인해 봐야 하는 건가? 그러더니, 그러더니, 금고에서 2,500원을 꺼내서 주는 거야. 현금 2,500원.


"아, 계산이 됐었네요."


2,500원으로 사람을 가장 기분 나쁘게 할 수 있는 방법 백 가지 중에 3등 저도의 짓거리를 이 처자가 한 거지. 500원 동전애 새로 생겼다는 게 이토록 기분 나쁜 거였어? 신한 카드로는 어쨌든 5천 원이 빠져나가잖아. 5천 원 커피를 마신 듯한 이 더러운 기분, 책임져, 책임지라고. 피멍 때문에 화난 표정이 하나도 안 드러나서, 이래저래 속상하더라. 커피를 들고 나오는데 안녕히 가세요도 안 하네? 이 정도면 문전박대 아니야? 내가 우스워? 나는, 왜 이리 내게 집중할까? 좋은 글쟁이가 되려면, 나는, 나를 좀 더 남처럼 볼 필요가 있어. 내게 집중하면, 나만을 위한 글이 돼. 세상에 퍼질 글을 쓰려면, 좀 놓아주라고. 느닷없이 현명해져서 엘리베이터를 타. 거울 속에 기괴한 얼굴이 하나 있는 거야. 부산행 영화에 나오는 단역배우인가? 대충 피멍이라고 생각했는데, 특수효과 얼굴이었어. 마스크로 가려지지 않는, 압도적 섬뜩함. 칼로 난자된 얼굴이 커피를 들고 있더라고. 그녀는 얼마나 떨었을까? 왜 계산이 안 된 거죠? 물었을 때, 그녀는 멘탈이 너덜너덜해졌겠어. 시체 해부실 얼굴이 삼성 페이를 쓰다니. 내 손에 2,500원을 건네는 그 순간이 얼마나 싫었을까? 그녀를 용서하고, 내 몰골에 화를 내기로 했지.


지금 내 머릿속


노화, 돈, 여행, 노트북 장만


어제 삼성 노트북 9 always 체험단 신청을 했다. 10명 안에 들면, 공짜 노트북이 생긴다. 노트북이 생기면, 5월 조지아 여행 프로젝트가 훨씬 가까워진다. 당장은 백만 원뿐이다. 현실만 생각하면, 여행은 없다. 희망이 생겼다. 잘 살고 있다.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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