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절망이 꼭 진실은 아닐 겁니다
단골 국숫집이 있었어요. 규모가 꽤 컸죠. 원래 본점이 따로 있고, 2호점이었는데 맛이 괜찮았어요. 맛 있는데 손님이 없더라고요. 오래 버틴다 싶었는데 2년 만에 문을 닫더군요. 한참을 빈 가게로 있었죠. 다음엔 샤부샤부 식당이 문을 열더군요. 태국 사람들은 샤부샤부를 굉장히 좋아해요. MK 샤부샤부는 국민 프랜차이즈죠. 웬만한 쇼핑몰에는 다 입점해 있어요. 한국인들도 태국 오면 한 번씩은 들르는 곳이죠. MK는 아니고, 좀 안 유명한 프랜차이즈 식당이었어요. 심각하게 장사가 안 되더군요. 저도 예전에 잠시 파스타집을 한적이 있어요. 손님이 없을 때 오만 생각 다 들고요. 무엇보다 시간이 참 안 가요. 누굴 말려 죽이려나 싶은 지옥이 시작되죠. 샤부샤부 식당을 지나칠 때마다 마음이 불편했죠. 한두 테이블에 손님이라도 있으면, 그나마 기분이 괜찮아지더군요. 망했죠. 한두 테이블 손님으로 식당이 유지가 되겠어요?
그 사이 길 건너 새우 구이 식당이 대박이 납니다. 태국엔 기가 막히게 맛난 민물 새우가 있어요. 큰징거미 새우라고요. 대가리 부분의 육즙이 기가 막혀요. 고소하지 않고, 꼬소해요. 개인적으로 랍스터보다 맛있더군요. 어쨌든 그걸 숯불에 즉시 구워서 내와요. 이 동네가 방콕에서도 중산층 주택가라서요. 현금 부자들이 꽤 많아요. 변변한 상가 건물이 없는데도 스타벅스가 잘 돼요. 싱싱한 새우를 먹으려고 가게 앞에 줄을 서더군요. 가게 자체는 작았어요. 옳다구나. 이거야. 샤부샤부로 망한 그 자리에 똑같은 새우 구이 식당이 문을 열어요. 같은 새우구이 집이면 에어컨 있는 식당이 백 번 낫죠. 처음 식당은 에어컨이 없어서, 숯불 연기에, 더위에, 모기, 파리에 시달려야 했으니까요. 세 번째 식당에서 드디어 빛을 보는군요. 상도덕에는 매우 어긋나지만, 건너편 식당도 그럭저럭 되더라고요. 가격도 비쌌어요. 시내 호텔 가격이더라고요. 방콕 사람들이 약지를 못해요. 비싸면 비싼대로 먹어요. 맛만 있으면요. 저는 몇 번 먹고 다시는 안 가죠. 우리나라 게장과 비슷한 게 있어요. 냉동으로 된 걸 내오더라고요. 아오.무슨 샤베트인 줄 알았네요. 그걸 한 마리에 만오천 원 받아요. 크긴 컸어요. 돈 아까워서 죽는 줄 알았죠. 그리고 다들 아시다시피 코로나가 빵 터졌죠. 다른 식당들은 배달로 어찌 활로를 찾던데, 여기는 잘 안됐나 봐요. 얼마전에 가보니 깨끗이 정리됐더군요. 또 망한 거죠. 같은 주인이 내내 망한 걸 수도 있고, 새로운 주인이 한 번씩 따로 망한 걸 수도 있죠. 사업을 재미 삼아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요. 없는 돈에 빚까지 끌어서 가게를 열죠. 그리고 망해요. 운도 지지리도 안 따라 주네요. 살아서 뭐하나. 생각만 많아지고, 돌파구는 안 보이고요. 지금 우리의 이웃들이 비슷한 처지에 놓여있죠. 코로나도 기회다. 영리한 사람들은 더 잘 벌고, 잘 살죠. 평범한 사람들은 성실하게만 살아서 가난해요. 망해요. 누군가의 위로도 폭력으로 느껴질 만큼, 24시간이 괴롭고, 비참하죠.
저는 엑스레이로 찍은 우리의 몸이 다 해골바가지라는 데에서 위로를 받아요. 아, 우린 결국 다 해골이구나. 똑같구나. 살점과 수분으로 채워져 있지만, 그걸 벗기면 흉측한 뼈다귀죠. 그런데 사람들은 안을 보지 않아요. 그래서 뼈다귀를 보면 흠칫 놀라요. 내 껍질 안에도 있는 건데, 왜 놀랄까요? 가려져 있어서요? 가려지기만 하면, 없는 게 되는 건가요? 인간의 감각이 그렇게 유한해요. 뼈다귀에 붙은 살점에 수분과 단백질을 공급하기 위해 돈을 벌어요. 그 정도만으로도 충분해요. 부귀 영화를 누리는 뼈다귀도 좋지만, 뼈다귀에게 대단한 걸 해주지 못해 절망하는 것도 좀 우습죠. 인간이 너무 대단하지 않으니, 절망도 한 치수만 작게 보자고요. 절망 다음엔 성공이 온다. 그것도 일부에 해당되는 이야기니까요. 절망과 친구하고, 다가오는 희망과도 친구하며 내가 누릴 작은 것들을 챙기는 삶이기를요. 우린 모두 뼈다귀로 돌아가는 시간을 버티고 있는 거니까요. 똑같이요. 공평하게 뼈다귀. 뼛가루.
PS 매일 씁니다. 청소를 하면서 느낀 건데 제 몸뚱이에서 머리카락이며, 몸가루가 많이 떨어지더군요. 돌이 모래가 되듯, 저도 그렇게 작아지고, 결국 가루가 될 테니까요. 아껴서 똥 되는 몸뚱이 말고, 끝까지 남는 글로 시간을 채울까 해요. 음, 그럴듯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