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오래 같이 갈 줄은 또 몰랐지
방콕 인근에 꼬끄렛이라는 작은 인공섬이 있어요. 자전거 타고 골목골목 다녀 보세요. 치앙마이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요. 7년 전쯤일 거예요. 꼬끄렛 작은 옷가게에서 이 셔츠를 발견했죠. 오,예쁜데. 그때는 외출복으로 입었고, 지금은 잠옷이 됐죠.어깨 쪽 봉제선이 우두둑 뜯어져 버렸네요. 이걸 재봉해서 입는 건 오버일까요?엄청나게 아끼는 옷은 아니에요. 누가 집어 갔어도, 전혀 눈치 못 챘을 거예요. 먼 여행에도 함께했죠. 여행 중 막 입기에 딱이었으니까요. 크게 마음 주지 않았는데, 이렇게 누더기가 되니까 짠해지네요. 곁에서 오래 같이 있어 줬구나. 그걸 꼭 알아줘야 할 필요까진 없었겠지만, 분명 네가 없는 시간은 이전과는 다를 거야. 그래도 버릴게. 잠깐 울컥했던 거야. 질척대지 말자.
심으뜸 밴드라고 아시나요? 이걸 무릎에 걸치고 앉았다 일어서기, 엎드려서 다리 쳐들기 이런 걸 하면 엉덩이에 힘이 꽉 들어가요.섹스 앤드 더 시티(Sex and the city)에서 열혈 섹스 전도사 사만다가 그러죠.
-엉덩이가 흘러내리는 남자는용서가 안 돼
나이 많은 남자와 데이트를 하다가 늙은 남자의 엉덩이에 충격을 받죠. 타고난 납작 엉덩이라서 한때 열심히 했네요. 지금은 또 안하고 있어요. 더 멋져 보이려고 하는 운동은 동기부여가 안 돼요. 매일매일이 생기가 있으려면, 근육이 필요하다. 제가 운동을 하려는 이유죠. 다시 열심히 해보려고요. 심으뜸 밴드 강력히 추천합니다. 하체 운동에 최고예요.
한국에 있을 때는 미역을 사진 않죠. 3분 미역국이면 몰라도. 방콕 마트에서 샀어요.마른 미역 한주먹이 엄청나게 분다는 거 다들 아셨나요? 처음엔 양조절에 실패했어요. 그렇게까지 어마어마해지는지 몰랐죠. 요거 하나 있으면 미역 냉채, 미역국,미역무침. 어렵지 않게 건강한 한 끼를 먹을 수 있죠. 피시 소스를 팬에 달궈서 캐러멜라이징을 한 후에 미역, 참기름 같이 볶다가 물붓고 중불로 20분 끓이면 캬아. 태국 시골에서 한식집 차릴 건데요. 너무 대박나면 안되거든요. 적당히 바빠야죠. 그래서 시골에 열 겁니다. 쉽게 못 오게 ㅋㅋㅋ
방콕에 왔던 독자가 제 주거래 카페중 한 곳에 이책을 남겨놓고 갔어요. 감동이지 않나요? 첫 페이지를 열 때부터 심장이 쿵
삶은 하나의 게임이다. 맘껏 즐겨라
재미있게, 그리고 온 힘을 다해 그대가 맡은 구실을 하여라.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해 근심하지 마라.
훅 들어오더군요. 모든 페이지가 아주 좋아서, 읽고, 또 읽어요. 읽을 때마다 위로가 돼요. 인도라는 나라가 참 신비로워요. 언뜻 개막장이지만, 인간을 머리 꼭대기에서 바라보는 지혜로운 이들도 인도에 살죠. 오쇼 라즈니쉬, 크리슈티나 무르티. 제게 많은 영감을 준 두 사람입니다. 이 책은 인생 책이 되었습니다.
네 카페로 출근해요. 카페에서 글을 쓰려고요. 옷이 없는 편이지만 그래도 셔츠가 꽤 돼요. 손이 가는 옷은 편한 옷이네요. 무조건 편해야 해요. 내가 어떻게 보일까? 타인의 시선에 연연하던 청춘의 제가 의심스러워요. 제가 정말 그랬나요? 결코 좋은변화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죽을 때까지 긴장하고, 예뻐 보이려고 애써야죠. 그게 주는 생동감이 얼마나 큰데요. 요즘에 제가 꽃무늬 남방 몇 개를 매일 바꿔입고 아침 인사를 드리잖아요. 예를 들면
이런 옷차림요. 요걸 50% 할인해서 3천 원에 샀어요. 이걸 입고 옥상에 올라가서 아침 인사 동영상을 찍어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올리죠. 화려한 옷이 주는 설렘이 있어요. 전사가 갑옷을 입듯이요. 즐겁고자 하는 사람은 꽃무늬 남방을 입어야 하나 봐요. 이렇게 가성비 넘치는 소비가 또 있을까 싶어요.
오늘 주섬주섬 주변의 것들을 사진 찍고, 글을 쓰면서요. 기분이 좋아졌어요. 너무 사소해서요. 늘 주위에 있었지만 눈여겨 볼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들이라서요. 제가 이런 시공간에 있군요. 글 덕분에 또렷해졌어요. 사소할수록 찬란하다. 기분 좋은 깨달음이네요. 바람이 부나요? 태양이 따가운가요? 코끝으로 무슨 냄새가 스미고 있나요? 더욱더 작아져서 우리를 스치는 사소함을 감지하자고요. 그렇게 그러면서 살아요.
PS 매일 글을 씁니다. 아주 작은 울림이었으면 해요. 너무 거창한 거 말고. 너무 위대한 거 말고. 그렇게 친구로, 만만함으로 기억되는 글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