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떠돌이
저는 7월에 돌아갈 항공권이 있어요. 에어아시아에서 프로모션할 때 말도 안 되는 가격에 샀어요. 편도 5만 원정도 했을 거예요. 6월까지는 비행기가 없어요. 그럼 7월에는 뜰 수 있을까요? 7월에 비행기가 뜨지 않는다면 저는 새로 비행기 티켓을 끊어야 해요. 비행기 가격은 얼마나 또 폭등할까요? 좀 싸지면 가지, 뭐. 못 돌아가는 핑계들이 하나, 둘씩 늘면서 저는 방콕에서 오래, 오래 머물게 될까요? 몇 달인 줄 알았더니, 몇 년이 되어 있는 건 아닐까요?
한국 전쟁 때 이산가족들은 못 보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요? 곧 찾겠지. 곧 보겠지. 그게 평생이 됐죠. 생각을 줄여야 해요. 답도 안 나오는데, 이런 고민은 하등 쓸모없죠. 아니야. 혹시 모르니까 지도를 한 번 봐요. 비행기가 끊겨도 라오스를 거쳐서 중국까지는 어떻게든 가겠군요. 고속 기차를 타면 쉽게 칭다오까지는 가겠어요. 거기서 배를 타면 인천. 하나도 안 어렵네요. 일단 중국까지만 가자. 아니야. 걸어서 한국까지 가보는 건? 인적 없는 숲속에서 혼자 잘 수 있을까? 리장에서 청두로 넘어가는 험한 산들을 두 발로 관통할 수 있을까?
키르기스스탄에서 만났던 프랑스 여자는 말을 타고 타지키스탄에서 키르기스스탄 국경을 넘더군요. 원래 자기 말도 아니었어요. 타지키스탄에서 사서, 키르기스스탄에서 팔아요. 야리야리한 극강의 미녀였어요. 말과 헤어질 때 너무 가슴이 아팠대요. 동물과 교감하는 재주를 가진 사람들이 있잖아요. 이 여자도 그런 비범한 재능이 있어 보였어요. 대신 지갑을 잃어버려서, 숙소 사람들이 십시일반 돈을 걷어서 줬네요.
중국 청두에서 리장으로 넘어갈 때였어요. 천 길 낭떠러지 길이었죠. 겨울이어서 눈길, 빙판길이었죠.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가는 곳에서 마주 오는 차가 퍼져버린 거예요. 어쩌겠어요. 다들 버스에서 내려서 차가 올 때까지 마냥 기다렸죠. 천하의 오지로도 견인차가 오더군요. 삼천 미터 이상 되는 고산지대도 먹고 살아야 하는 사람들은 못 이기죠. 버스가 드디어 움직여요. 풍경이야 말해 뭐 합니까? 이 세상 경치가 아니죠. 온통 하얀 세상에서 점 두 개가 움직여요. 너무 작아서 벌레인가 싶죠. 그게 하얀 세상에서 유일하게 움직입니다. 뭘까? 뭘까? 그 두 점이 점점 커지더니, 결국 사람이 되더군요. 사람이었어요. 두 명이 낑낑대면서 자전거 페달을 밟아요. 여기를 어떻게 자전거를 타고 올라오지? 저는 내내 오던 길이라 그 끔찍함을 알죠. 그냥 눈과 돌덩이, 모래와 바람의 세상이죠. 끝도 없이 오르막이고, 끝도 없이 벼랑길이죠. 버스로도 2박 3일을 달렸어요. 저 연약한 자전거로 어떻게 가겠다는 걸까요? 그들은 그래도 갈 거고, 그래서 내내 신비롭습니다.
우리는 모두 갇혔죠. 코로나는 생각보다 강력하네요. 말을 타고 국경을 넘던 그 아가씨를 생각해요. 히말라야 산자락을 자전거 하나로 돌파하던 두 개의 점을 생각해요. 방법이 없다면, 만들어야죠. 저는 한국에 갈 거예요. 어떻게든요.
PS 매일 글을 씁니다. 제가 가진 작은 힘을 증명하기 위해서 써요. 저는 이렇게 삽니다. 이런식으로 존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