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다 예술, 그냥 다 보석
비진도?
소매물도?
욕지도?
풍경은 소매물도가 최고인가 봐.
시간이 없으면 비진도에서 짧고 굵게 전망을 감상하면 되고.
욕지도는 해안선의 길이가 31km? 하루에 다 못 보겠네.
어디를 가야 하지?
이미 늦었지.
전날에 고민 끝내고 새벽부터 움직였어야지.
응?
카페 상표가?
의자가 세 개고, 사람이 한 명?
의도적인 레트로 감각
80년대 제약회사 이를테면 종근당이라든지
가 떠오른다.
과감하다.
가혹하다.
카페 ARIA를 그대로 살리려고, 사람을 세워 놨네.
카페면 사람을 앉혀야지.
저 사람은 평생 서 있어야 한다.
간판의 의식의 흐름대로 읽다 보면 디저트 괄호 열고(A~F)
아메리카노의 A?
커퓌의 F?
아냐, 그건 억지.
프라푸치노(Frappucino)의 F?
메뉴엔 프라푸치노가 없다.
대신 볶음밥(Fred rice)이 있다.
아, 아메리카노부터 볶음밥까지.
아메리카노는 2,800원
새우 볶음밥은 4,000원.
전국에서 가장 저렴한 새우볶음밥이 거의 확실.
나의 해석이 꼭 맞았으면 한다.
이집트 상형문자보다 더 흥미롭다.
"왜 사진을 찍으시는 거죠?"
중년의 남자. 카페에서 불쑥 나온다.
억울함이 이만저만
이 꼴로 사진 찍는 게 왜 이상하죠?
왜 수상하죠?
"여행 왔는데요. 간판이 특이해서요."
진실을 고하고, 목례도 살짝
마스크 때문에 붉은 얼굴의 수줍음이 드러나지 않는다.
죄를 안 지은 것 같지 않은 마음으로 뒷걸음질
"아, 그러세요."
아리아 남자는 끄덕끄덕. 카페 안으로 사라진다.
뭐요, 또 당신은?
나는 이해받았다.
우린 서로 쫄았 ㅠㅠ
300원?
300원 호떡? 저녁만 먹겠다. 20시간 이상 공복이 오늘의 숙제.
오늘 숙제 포기.
아니, 그냥 있는 거 주세요.
묵묵히 호떡 프레싱
저 무시하시는 거예욧?
두 개 살 거거든요.
한 개 손님 아니거든요.
"뜨거운 걸로 드세요."
울먹울먹
이제 막 구워진 호떡 두 장.
아니, 이런 멀쩡한 호떡 두 개가 6백 원이라니.
비진도의 풍경이 이걸 이겨?
찹쌀 다방이라뇨?
왜죠?
찹쌀과 연관된 건 단 하나도 없을 것 같아서, 몹시 궁금해요.
못 들어가겠어요.
가게앞주차금지
띄어쓰기 없는 이 다급한 경고를 무시하는
검은 색상의 아반떼 아저씨
뭐 믿고 그러시는 건가요?
통영 장갑인데
왜 장화인가요?
마르셀 뒤샹의 변기
예술인가? 오줌 받이인가?
굳이 전시라는 촌스러운 방법으로
예술을 과시하지 않는 초연함
프랑스 예술 혁명을 가뿐히 무시하는
통영 감각
아파트가 바닥을 쳤다
몰랐던 사실.
3월 통 큰 할인에 숲세권 아파트가 내 거가 된다.
아파트 조감도 어디에도 숲이 없다.
혼신의 미화가 가능한 조감도까지
철저하게 정직.
KTX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차마 역세권이라고는 말 못 하는
통영 코아루 아파트의 고민
당신의 올곧음, 너무나 대쪽
아파트는 바닥을 쳤습니다.
거짓말할 분들이 아니죠.
찹쌀 다방에서 바로 나오면 브룩스 호텔
뉴욕에서도 없는 너무 맨해튼 스톼일
아니, 첼시나 브루클린 쪽이겠어. 미쿡 정신 옴팡옴팡
방은 더 좋을 듯
시간의 때로 오해할 수밖에 없는 은은한 벽돌 좀 보세요.
크리스마스 미쿡 중산층 벽난로가 여기로군요.
브룩스 호텔의 야심작
카카오톡
페이스북
트위터
사장님 저 다 맞췄죠?
카카오톡, 페이스북, 트위터 아이디 있지만
안 가르쳐 주지롱
생략으로 수많은 해석이 가능
통영 거리는 그냥 갤러리
인도네시아 카페
오오, 사향고양이 똥, 커피 루왁을 파나?
아, 못 들어가겠다.
들어갈 용기가 안 납니다.
납치, 감금이 어울리는
쓸쓸한 지하로군요.
나중에 전해 들은 건데요.
어엿한 핫플레이스랍니다.
인도네시아 분들에게 고향의 음식을 파는 정통 인도네시아 식당
저 같은 사람은 들어갈 엄두가 안 납니다.
사장님
그리고 충격의 거북선 꿀빵
"작가님 거북선 꿀빵 드셔 보세요."
지나치다 발견한 거북당 꿀빵
1975년생 꿀빵이니까
원조 꿀빵일 테고.
거북선이 아니라, 거북당이겠지.
찰떡 같이 알아들었죠?
거북선도 있고
거북당도 있고
거북당엔 없는
유자 꿀빵, 초콜릿 케이크도 있고.
꿀빵 전쟁이 임진왜란이로군요.
저는 거북선을 먹었어야 했네요.
이미 내 속엔 여섯 개의 거북당 꿀빵 있습니다.
당분간 꿀방 금지.
명량해전 꿀빵까지
정말 다 죽어야 끝날 전쟁이로군요.
깨닫습니다(궁서체)
원효대사의 해골물까지는 또 아니고요.
섬 여행을 안 가기로 합니다.
자연풍경
너무 좋죠.
대부분의 여행은 어떤 풍경으로 시작하죠.
풍경을 떠올리며 짐을 싸요.
저는 그렇지는 않아요.
파키스탄 훈자를 여행하면서요.
뭔가를 놓게 돼요.
이 정도면 됐다.
거대한 히말라야 벼랑 끝을 달리면서요.
죽을 것 같은 공포와 그 공포의 값, 압도적 풍경
이 정도면 됐다.
더 멋진 풍경이어도 좋고
아니어도 좋고
곁이면 좋고
멀어도 좋고.
단, 풍경을 일부러 찾을 일은 없겠구나.
일부러 찾아가서는 압도될 일은 없겠구나.
네, 압도될 일이 없을 리가 있나요?
있을 거예요.
하지만 일부러 찾아갈 경우엔
풍경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그 풍경을 빨리 보고 끝내자.
일이 되어버려요.
내가 쏟은 시간과 돈을 먼저 생각해요.
돈값하는 풍경
에 목을 매죠.
통영 시내의 가게를 보고요.
간판을 보면서요.
사람들이 보여요.
생각이 보여요.
통영 사람들이 생각하는 세상
통영 사람들이 해석한 세상.
옛날이 있고, 지금이 있어요.
빠져들고, 흥이 나요.
풍성한 즐거움이 길에 있네요.
시끌벅적 길바닥이 제 여행이로군요.
어디를 가도, 쫑긋
저를 빨아들입니다.
보물창고입니다.
통영 시내에 더 빠져들어 보겠습니다.
즐기는 여행자가 되었어요.
제가 꿈꾸는 제 모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