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순간이 좋아! 통영의 봄

통영에 오기를 잘했어

by 박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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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저녁에 먹다 남은 커피가 있어요.


식었겠지?

어쩔 수 없지.

왜 어쩔 수 없어?

버리면 되잖아.


아, 버리면 되는 거였어요.


통찰력이 이런 거로군요.

미쳐 생각 못해서, 자유롭지 못했죠.


다시 뜨거운 커피를 탑니다.

사기로 만든 컵이 뜨거워서요 다이소 코팅 장갑을 써요.


커피를 마시기 위해 글을 쓰는 게 아닐까?


아마, 맞을 거예요.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서 커피부터 떠올렸으니까요.


침대 위의 저 까만색은 정체가 뭘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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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이런 방이었어요.


늘 첫날 방처럼...


첫날 제 다짐이었습니다.

수많은 다짐들에 미안합니다.


까만색의 정체는 다른 쪽 장갑이 아닐까 싶군요.

빤스는 확실히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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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 로스터즈 수다 카페 가보세요."


이미 숙소로 가는 길이었어요.

30분 이상을 되돌아 가야 해요.


되돌아 가기


정말 싫어요.

여행자들은 끄덕끄덕할 거예요.


되돌아 갑니다.


좋아하면 해요.

좋은 카페라잖아요.

되돌아가는 게 뭐 어때서요?

좋아하는 게 아예 없는 삶이 슬프죠.


맛있는 커피

멋진 공간

딱 그때여야 건질 수 있는 사진


통영 최고의 카페로 저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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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 우짜를 드셔 보세요!"


추천은 늘 설레죠.

우동과 짜장의 합성어랍니다.


글을 쓰는 사람이잖아요.

정보보다도 글을 쓴 사람의 마음이 먼저 보여요.

엄청 맛있어.

엄청 새로워.

자신감으로 밀어붙이는 문구가 아니라요.

주저하는 문구죠.


이럴 바엔 따로 먹겠다는 사람 여럿 봤음


굳이 안 써도 될 문구를 써요.

발끈하는 사람

실망하는 사람

걱정부터 되는 거죠.


그 마음 잘 알죠.

제가 그런 사람이라서요.


나만 맛있으면 어쩌지?

나만 재미있는 글이면 어쩌지?


자신감 만땅, 불도저 같은 사람이 부럽죠.

우리의 약함엔 따뜻함도 있어요.

상처 없는 세상을 꿈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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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냉면집에 가면요.

물냉면이 그렇게 무서웠어요.

물에 냉면을 말아서 어찌 먹죠?

늘 비빔냉면이었죠.

어른들이 한 번만 먹어보라고 해도 절대 안 먹었어요.

맹물 맛 모르는 사람 있어요?

그 맹물에 면을 담근 걸 어떻게 먹어요?

어른이 되면 그 맛이 좋아지나 보죠.

어른은 외계인, 물냉면은 외계인의 냉면.


우동 짜장면에서 비슷한 공포를 느껴요.

묽은 짜장면이라.

짜장면에 물만 더 부은 건 아닐까?


지금은 비빔냉면보다 물냉면을 훨씬 좋아해요.

물이 그 물이 아닌 걸 알게 된 거죠.

아, 우짜도 제 취향입니다.

국물을 좋아해요.

우짜의 국물은 밍밍하지 않네요.

짜장면에 가까워야 한다.

이런 분은 절대 드시면 안 돼요.

저는 계속 국물을 떠먹었어요.

짜파게티에서 가장 맛있는 건 면발이 아니라

자작자작 남은 국물이죠.

밥도 비벼먹었죠.

그 맛난 짜파게티 국물을 어떻게 허비하나요.


그 맛난 국물이 찰랑찰랑

그게 바로 꿈의 짜장면, 우짜

아니 꿈의 짜파게티


통영의 우짜는 대만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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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이 맞게 드셨어요. 거북당 꿀빵이 원조예요."


꿀빵 사건 정리


인스타그램으로 거북선 꿀빵을 추천 받음

거북당 꿀빵을 발견, 꿀빵 여섯 개를 한 번에 흡입

거북선 꿀빵 발견. 아, 거북선 꿀빵이랬는데. 자책

원조는 거북당, 거북선은 원조 아님


우리가 생각하는 최고는 몇 꺼풀 가려진 거짓일 수도 있겠어요.


꿀빵은 스승님이었어요.

꿀빵 경전을 지금부터 기록해야 할까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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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그만!


거북당 꿀빵

거북선 꿀빵

명량해전 꿀빵


이순신 장군까지 등장

나머지 이름이 다 꿇어야 하잖아요.

너무 셉니다.


이순신 장군이 살아 계셨다면

절대 허락 안 하셨을 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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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도 해도 정말 너무 하는군요.


그런데 맛있을 것 같지 않나요?

불멸의 보글보글 돼지국밥

마지막 한 술까지 끓다가

입안에서 장렬히 전사하는 국밥이겠죠?


배달까지 하는 바쁜 식당이더라고요.

돼지국밥이 배달까지 된다는 게 제겐 좀 낯설군요.

낯설 것도 없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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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 한 번만 더 올려 주실 수 없을까요? 경산이 너무 멀어서일까요? 참가하시는 분이 적어요."


대구에서 모임이 있잖아요.

저는 통영에서 버스 타고 가요.

몇 분이 오시든, 따뜻하고, 즐거우면 그만.

저를 위해 자리를 마련해 주셨으니까요.

마음이 급하실 거예요.


그저 좋아요.

그저 감사해요.


5월엔 코카서스 3국으로 떠나요.

비행기 티켓도 없고

노트북 컴퓨터도 못 샀어요.

신한카드 5일 날 40만 원이 빠져나가니까

당장은 아무것도 할 수 없죠.


자, 박민우는 코카서스 3국에서 신나게 놀 수 있을까요?

3천 시간 동안의 코카서스 책이 나올 수 있을까요?


나올 수 있습니다.


박민우의 꿈을

박민우의 놀이를


즐거운 마음으로 지켜봐 주세요.

약한 촛불이 힘차게 흔들립니다.

반짝임은 더 맹렬해져 가네요.


함께 반짝입시다.

반짝반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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