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아름다운 통영 봉수골
"작가님 봉수골에 벚꽃이 활짝 폈어요."
이런 제보, 저런 추천. 혹시라도 놓칠까 봐, 저보다 더 전전긍긍. 감사하죠.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고. 설렁설렁 제 마음을 들키지 말아야겠어요. 언제부터인가 안 봐도 그만
안 봐도 그만!
인 사람이 됐어요. 비슷한 말로는 못 봐도 그만
누구나 그렇죠. 사실. 어쩌겠어요. 못 봤으면 못 본 거죠. 안 봤으니, 끝인 거죠. 제가요. 제가 좀 더 덤덤할 거예요. 벚꽃이 졌으면 어쩌지? 약간은 걱정했어요. 약간만. 그 벚꽃이 모두 꺼지고, 모자이크처럼 점점점 죽은 날개들만 가득해도 괜찮아요. 때를 놓친 쓸쓸함이니까요. 저를 비켜간 수많은 아쉬움 중 하나니까요. 아쉽다는 감정이 얼마나 소중하냐면, 애틋한 마음이 낳은 새끼니까요. 애틋함 한 판을 가지고 태어났는데요, 열다섯 알을 썼어요. 열다섯 알 남았죠. 아쉬운 마음이면, 열다섯 알 싱싱하다는 거니까요. 확인했으니 됐어요. 태국에는 벚꽃이 없어요. 비슷한 것도 있고, 백화점 앞에 진짜 벚꽃나무로 장식도 해요. 아예 없는 건 아니죠. 벚꽃나무가 한 두 그루로 '있는'게 아니잖아요. 모이고, 모여서 웅장하게, 오케스트라처럼 울리고, 퍼져야 벚꽃이잖아요. 태국 친구에게 보여줘야겠다. 동영상이라도 찍어야겠어. 버스를 타고 통영 벚꽃의 성지 봉수골로 갑니다.
꾸벅 졸아요.
졸다가, 번쩍
이거야. 찍어야 해. 꿈인지, 생신지. 꿈속에서도 벚꽃, 눈앞에도 벚꽃. 꿈보다, 눈 앞의 벚꽃이, 이 풍경이 어허, 더 아름답습니다. 꿈보다 좋은 풍경이라뇨.
안 봐도 그만
이라고 건방을 떨었더니, 나를 버스에 집어넣고, 졸게 하네요. 사력을 다해 볼 것. 가위에 눌린 사람처럼, 발버둥을 칩니다. 겨우겨우, 그렇게 한 컷, 그렇게 한 컷. 나는 부족한 사람입니다. 나는 아픈 사람입니다. 입에선 헛소리가 나와요. 헛소리라고 해두죠. 아닐 수도 있어요. 부족한 사람입니다. 맞죠. 부족한 사람이 부족함을 아네요. 부족하지 않아요. 헛소리가 아니네요. 꿈인가, 꿈이 아닌가? 꿈이 좋은가? 깨는 게 좋은가? 풍경인가? 나인가? 모두 부질없어요. 부질없으니, 찬란하네요. 내가 활짝 피었습니다. 부질없는 몸뚱이도 곧 벚꽃의 날개처럼 바닥에 우수수. 그러니 찬란합니다. 내 소중한 늙은 몸뚱이가 가는 목으로 대롱대롱, 꺾이고, 꺾이고, 섭니다.
2019년 봄을 잡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