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여행자가 본 여행지로서 한국의 매력

최대한 외국인의 관점에서

by 박민우

1. 시간 가성비가 이보다 훌륭할 수 없다


고속도로와 고속철, 비행기까지 너무도 잘 갖추고 있죠. 게다가 삼면이 바다고, 산지가 70%인 지형이죠. 갑자기 산이고, 갑자기 바다죠. 바다가 보고 싶어. 산이 보고 싶어. 마음만 먹으면 두 시간이면 충분해요. 직장인이 짧은 시간을 쪼개서 왔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죠. 제주도와 부산은 정말 가기 쉬우면서도 서울과는 전혀 달라요. 강원도도 이제는 고속철이 뚫렸군요. 아예 다른 나라 같은 느낌마저 들죠. 다들 규모도 상당히 큰 편이고요. 다양함을 짧은 시간에 골고루 맛볼 수 있어요. 큰 장점이죠.


2. 거대하고, 미래 지향적이면서 옛날도 있는 - 어메이징 서울


감히 '어메이징'이란 표현을 썼어요. 예전엔 사실 추한 도시였죠. 성냥갑 아파트만 다닥다닥, 회색빛 생존형(?) 건물들. 그때도 장점은 있었죠. 다른 나라 대도시에선 보기 힘든 널찍한 강(한강), 북악산과 경복궁, 고층 빌딩의 극단적인 조화, 대도시의 활력(누군가에게는 숨 막힐 수도 있지만) 등이 있었죠. 나라가 잘 살게 되니까 공원이 빠르게 발달했죠. 녹지가 많아졌어요. 부암동으로 가는 길의 예쁜 주택가, 삼청동의 한옥 마을, 재래시장들, 근본 없는 간판으로 떡칠한 먹자골목, 창의적이고 아름답기까지 한 옥외 광고들이 미친 조화를 이루고 있죠. 고요하고 싶어도, 들썩이고 싶어도 그 소원 우습게 이룰 수 있죠. 사람으로 따지면 다중 인격 그 자체인데, 도시는 그런 모습이 장점이죠. 서울은 극단적으로 다른 것들이 어울려 있어요. 어디에서 왔건 서울은 별천지처럼 느껴지죠. 뉴욕엔 경복궁이 없고, 도쿄엔 난장판스러움이 없고, 상하이엔 골목의 정취가 적죠(없지는 않으니까).


3. 정말 재밌는 한국 사람


남의 시선을 극단적으로 의식하는 한국 사람은 외국인 칭찬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죠. 손님은 모두 환영이에요. 재워주고 싶고, 먹여주고 싶죠. 모든 나라가 우리나라 같은 줄 알았죠. 아침 출근길 사람들은 독일 사람처럼 무표정하죠. 노래방이나 클럽에선 남미 사람처럼 화끈해요. 수학도 잘하고, 음주가무도 좋아하는 특이한 민족이에요. 술만 마시면 친구하자고 달려들죠. 전설의 뮤지션들이 한국 콘서트에 감동 먹고 가죠. 영어권 나라도 아닌데 떼창을 하고, 아무것도 아닌 동작 하나에도 환호해 주죠. 온도차가 극명한 사람들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탁구공 같죠. 냉탕과 온탕을 수시로 오가는 한국 사람은 확실히 희귀해요. 일을 해도, 놀아도 끝을 보죠. 제가 외국인이라면 한국인이랑 어울리는 것만으로도 엔도르핀이 퐁퐁 솟을 것 같아요.


4. 안전함은 극단적일수록 좋다


밤길을 걸으면서 큰 위협을 느끼지 못하죠. 카페에 노트북 놔두고 화장실도 쉽게 가죠. 서울 같은 대도시도 얼마든지 밤 산책이 가능해요. 파리 기차역에서 당당히 제 캐리어를 끌고 가던 도둑놈이 떠오르네요. 표 사려고 잠시 한 눈을 팔았더니, 자기 것인 양 끌고 가더군요. 소리를 질렀더니 가방만 쓱 놓고는 가더군요. 파리에선 거의 매일 소매치기와 맞닥뜨렸네요. 로마, 바르셀로나도 소매치기 소굴이죠. 브라질 리오 데 자네이로에서 납치를 당했던 후배,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역시 납치당해서 돈 다 뜯기고 풀려난 일본인 의사가 떠오르네요. 뉴욕은 생각보다 밤길이 위협적이진 않았지만, 사이렌 소리가 5분마다 한 번씩은 나더군요. 아픈 사람도, 죽는 사람도, 화제도 다른 도시보다 월등이 많아서일까요? 뉴욕이나 샌프란스시코에선 노숙자가 어디에든 있다고 생각하세요. 아무래도 혼자 밤길을 걷기에는 유쾌하지 않은 도시죠.


5. 이렇게 다양한 걸 먹을 수 있는 나라는 없다


음식 천국 중국이란 나라가 바로 옆 나라인데도 감히 이렇게 주장합니다. 점심에 뭐 먹을까? 된장찌개, 김치찌개, 부대찌개, 비빔밥, 청국장, 짜장면, 짬뽕, 돈가스, 순대국밥, 칼국수, 냉면, 초계국수, 막국수, 고등어구이 정식, 제육볶음. 생각나는 대로 쓰니 끝도 없네요. 그만 쓸게요. 작정하고 쓰면 수백 종류도 넘죠. 이렇게 수많은 가짓수로 점심 메뉴를 고민할 수 있는 나라는 단연코 없어요. 당장 나가면 다 먹을 수 있는 메뉴들이잖아요. 어느 나라 음식이 더 맛있다. 우리나라 음식이 제일 맛있다고는 말 안 할게요. 그건 주관적인 거니까요. 이렇게 많은 메뉴도 부족해서 더 새로운 치킨, 더 새로운 피자들이 속속 등장하죠. 싫증도 잘 내고, 꽂히면 몰아주기도 잘하죠. 메뉴 하나 성공했다고 넋 놓고 있다가는 금세 뒤쳐지죠. 점심은 샌드위치가 당연한 서양 사람들에겐 광적인 식탐이죠. '아, 먹을 게 없다' '오늘은 딱히 당기는 게 없지 않아?' 이런 발언으로 다른 나라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하죠. 이렇게 재미난 나라예요. 여행지로서 한국은 더 부각될 거예요. 빠르게 좋아지는 걸, 세계에서 제일 쉽게, 우습게 해내는 나라니까요.


PS 매일 글을 씁니다. 내일은 또 박민우가 무슨 글을 쓸까? 그런 기대를 누군가는 하고 있다고 믿으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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