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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추억 8090

그때 우리를 사로잡았던 추억의 프랜차이즈들

지금도 있나요?

by 박민우
쟈뎅 카페 이미지가 없네유. 그래서 최근 갔던 방콕 카페. 이쁘쥬?

1. 그 시절 커피 좀 마신 사람들의 카페 쟈뎅(Jardin)


저에겐 최초의 커피 프랜차이즈였어요. 90년대 초반이었을 거예요. 로투스라는 비스킷도 처음 먹어 봤죠. 커피를 주문하면, 로투스 비스킷을 하나씩 줬죠. 달달한 계피향이 어찌나 신비롭던지요. 그걸 커피에 촉촉 담가 먹으면, 파리지엥이 된 느낌이었죠. 실제로 파리지엥은 안 그런다고요? 지금 그게 중요한가요? 커피를 주문하는 게 이리도 복잡하구나. 라테니, 카푸치노니 하는 이름이 낯설기만 했죠. 쟈뎅에서 무사히 커피를 주문해서 마시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었어요. 우산 꽂은 파르페나 먹는 것들과는 염연히 달랐죠. 나 서울 사람이야. 나 강남에서도 놀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싸구려 자부심을 느끼려고 자뎅에 갔죠.


2. 피자헛의 라이벌 피자인(Pizza inn)을 아시나요?

어마어마한 뉴욕 피자(이탈리아 이민자가 운영하는)

모르실 거예요. 피자헛의 강렬한 라이벌이었어요. 강북의 고등학교를 다녔는데, 개신교 학교였어요. 1년에 한 번씩 압구정동 광림 교회에서 예배를 봤어요. 친구들이랑 돈을 모아서 압구정 피자인에서 피자를 주문했죠. 샐러드 바가 있었어요. 강남은 피자만 시키면 샐러드를 그냥 주는구나. 피자보다 샐러드 바가 더 신기했죠. 지금도 확실하지는 않아요. 샐러드 바를 무료로 이용해도 되는 건지, 따로 돈을 내는 건지요. 우린 도둑놈이 되어서 돌아가며 한 접시씩 담아서 허겁지겁 먹어댔죠. 피자인은 제겐 그래서 '강남 피자'였어요. 강남 부자들은 피자만 먹지 않더라. 샐러드라는 걸 먹더라. 문화 충격이었죠.


3. 좀 사는 사람들의 경양식 집 코코스(Coco's)

가로로 길쭉한 하얀색 건물이었어요. 미아리는 서울의 대표적 서민동네였죠. 여기가 미국인가? 일본인가? 주변과 전혀 안 어울리는 부티나는 건물이 그곳에 있었죠. 나중에 알았죠. 일본계 프랜차이즈라는 걸. 역시 나중에 알았죠. 미도파 백화점에서 수입한 체인점이란 걸. 미도파 백화점을 모르시다뇨? 우리 어릴 때 진짜 백화점은 미도파 백화점뿐이었어요. 신세계 백화점은 에스칼레이터가 없었고, 롯데백화점은 롯데쇼핑이었어요. 나중에 개명했어요. 백화점이 아니었다고요. 지금 미도파 백화점은 롯데 백화점 영플라자로 바뀌었더군요. 코코스에 앉아서 돈가스를 먹을 때 얼마나 감개무량했는지 몰라요. 재벌 2세는 왼손에 나이프, 오른손엔 포크. 재벌 흉내가 결코 쉽지 않더군요. 저에겐 꿈의 궁전 같은 곳이었죠.


4. 오면 다 망하는 미국집들 - 웬디스, 하디스, 타코벨, 데니스


저는 하디스 햄버거 좋아했어요. 햄버거 빵이 부드럽더라고요. 또 뭐가 있더라? 패밀리 레스토랑 베니건스, 시나몬 롤이 유명했던 시나봉, 베이커리 카페 오봉팽 등이 없어지거나 시들해졌죠. 미국에 가서 유명하다는 맛집을 가면 뭉클하지는 않더군요. 와, 이거야. 그런 감동이 의외로 없었어요. 당시에도 미국에서 왔으니까 처음엔 환장하고 먹었는데, 그냥 미국병이었던 거죠. 미국 거니까 맛있겠지. 이 맛이 그냥 최고인 거겠지. 저부터도 몇 번 가고 안 가게 되더군요. 그리고 지금 생각해 보니 다들 사라졌어요. 패밀리 레스토랑 메뉴도 몇 개만 빼면 배만 불렀죠. 그냥 멋지고, 그냥 있어 보였을 뿐. 그래도 고마워요. 그곳은 어쩐지 비버리힐스 같고, 어쩐지 할리우드 같았으니까요.


5. 평생 안 망할 줄 알았는데 - 아이스베리, 레드 망고


이미지 도용하기 싫어서 설빙 망고 빙수와 방콕 코코넛 아이스크림으로 대체합니다. 데헷

이 두 프랜차이즈는 전국을 휩쓸었죠. 아이스베리는 커다란 대접에 아이스크림, 빙수가 푸짐하게 나왔죠. 과일을 얼마나 때려 부었는지 무게가 3kg이나 나가는 메뉴도 있었어요. 뭔가 혁신적이고, 뭔가 진취적이었죠. 졸업도 안 한 대학생이(연대 경영학과) 이룬 성공 신화라 더욱 화제였죠. 빙수계의 김밥 천국 같은 느낌도 들었고요. 젊은 창업주는 그만 도박에 손을 대고, 도박빚을 갚기 위해 사기까지 치다가 구속됐죠. 레드 망고는 미국 교포 회계사가 하와이 과일 요거트를 보고 차린 미국 아이디어죠.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었어요. 이렇게 고급진 생각을 해내다니. 아이스크림인데 안 느끼해. 왠지 건강해지는 것 같아. 얼린 요거트는 종교처럼, 구원처럼 죄책감 없이 아이스크림을 먹고픈 사람들을 빨아들였어요. 미국 아이디어지만, 미국 사람들도 환장하더군요. 결국엔 거액에 미국에서 상표권을 사가요. 그 이후로는 잠잠하네요. 예전만 못한 거겠죠. 빨간색 동그라미가 인상적이었는데 말이죠. 영원할 것 같아도, 참 그게 안 쉬워요. 소비자들은 어찌나 냉정한지 사라진 줄도 몰라요. 저나 되니까 이렇게 기억으로라도 챙깁니다. 에헴


PS 매일 글을 씁니다. 착한 사람이고 싶어요. 좋은 사람이고 싶어요. 글을 쓰면 제가 착해지는 것 같아요. 좋은 일을 하는 것 같아요.


PS 내용과 상관 없는 이미지를 채운 이유는, 관련 이미지가 없거나, 도용하기 싫어서요. 피자 먹는 사진은 나름 뉴욕 소호 네임드 피자칩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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