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책 제목 짓기의 어려움

제목으로 떼돈 좀 벌어보자

by 박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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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일 또 원고를 붙들고 있었다. 방콕 맛집 책 원고다. 하루도 빠짐없이 일기를 쓰기로 다짐했다. 4월 9일 일기를 못 썼다. 한 번 무너지면, 무너지는 거야. 나의 일기장은 이미 누더기. 그래도 괜찮다. 누더기도 예쁘다. 예전처럼 나 안 해. 백점이 아니면 무의미. 떼를 쓰고 싶지 않다. 그냥 작은 하루로, 작은 시공간을 들여다보고 싶다.


방콕 맛집 책 원고를 보고, 넘기고, 또 보고. 스스로가 강박증 환자가 되어 교정하고 있다. 또 오타가 나오고, 수정해야 할 사항이 나온다. 미칠 것 같다. 본문의 카페 하나가 멀리 이사를 갔다. 주소만 바꿔서 낼까? 빼기로 한다. 카페 하나 때문에 반나절을 허비하게 해서는 안 된다. 주변에 뭔가가 더 있어야 한다. 혹시 문을 닫아도, 가게가 없어져도 다른 곳에 가면 된다. 여행자의 시간은 황금. 아끼고, 아껴야 한다. 그래서 뺀다. 그냥 식당 소개만 하면 끝. 애초의 기획은 한 달 짜리였다. 그게 3년이 되어간다. 치명적 이유는 게으름. 내가 게을러서다. 그래, 게으른 내가 식당을 모으고, 원고를 채웠다. 사진과 글이 끝났으니, 끝이어야지. 식당이 사라진다. 문을 여는 것보다 더 쉬운 게 망하는 것. 식당이 별로여서? 아니다. 건물주와 싸우고, 사장이 아프고, 손님들이 배신한다. 직원들의 배신도 흔한 변수다. 여전히 좋아도, 지겨울 수 있다. 새로움에 밀린다. 오래된 것만으로도 의미가 되려면 10년은 붙들고 있어야 한다. 2살, ,3살 카페는 갓난쟁이 카페를 이길 수 없다. 그래서 스토리가 필요하다. 주인장이 바리스타 챔피언이어야 하고, 잘 생긴 시베리언 허스키가 꼬리를 흔들어야 한다. 아이들이 뛰어놀 큼직한 정원이 있어야 하고, 주차 공간이 넉넉해야 한다. 끊임없이 잘 나야 한다. 새로움을 투입하지 않으면, 급노화뿐이다.


나는 방콕 맛집 책으로 떼돈을 벌고자 한다. 단골집만 추렸다. 기계적인 나열은 안된다. 그런 정보책이야 흔하니까. 내가 좋아하는 이유를 쓴다. 그것만 읽어도 재미가 되도록. 책 속 가게는 아이돌이 되어야 한다. 성지가 되어야 한다. 모든 식당을 다 가 봐야 해. 덕후가 나온다. 책 속 식당을 다 가본 독자가 나온다. 인증한다. 나도, 나도. 덕후가 줄을 잇는다. 초기에 시도하지 않으면, 영원히 불가능한 임무다. 몇몇 식당은 사라질 것이다. 원고를 쓰고, 책을 내기 직전. 최소 열 개 이상의 식당이 사라졌다. 다른 식당으로 바뀌거나, 폐허가 됐다. 허무한 신기루로 성을 짓고자 한다. 때려치우고 싶었다. 원래는 빼려고 했던, 남들 다 아는 식당들이 차라리 효자들. 나만 아는 식당들로만 채웠다가는, 책이 나올 때쯤 30%는 사라져 버렸을 것이다.


자, 이젠 제목 장사를 해야 할 때.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치명적인 제목이다. 곱씹어 볼수록 아름답고, 기발하다. 아이디어가 넘치는 재기 발랄한 사람이라 자부했다. 아니다.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 고루한 틀에 갇혀서, 그 안에서만 맴돌았다. 이런 섹시한 제목, 내 안에는 없다. 진부한 내가 제목으로 떼 돈을 벌고자 한다. 어, 이 책 뭐지? 제목에서 일단 멈춤. 최소한의 자극이 담기면 더 좋다. 밀봉된 책을 찢고, 어떻게든 본문이 읽고 싶어지는 제목은 뭘까?


후보 1번


아, 안 가르쳐주고 싶다. 나만의 방콕 단골집


나는 진짜 안 가르쳐주고 싶다. 나만 알법한 곳은, 평생 나만 알고 싶다. 그런 마음을 담았다. 얼마나 좋기에 독차지하고 싶지? 비밀은 반드시 빼앗고 싶기 마련이다. 이미 당신흔 흔들렸다. 망설이지 않고 주문할 게 뻔하다.


후보 2번


이토록 황홀한 한 끼, 방콕


제목은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다. 제목이 살아서 독자를 끌고 다닌다. 모든 한 끼가 다 황홀해진다. 방콕 여행의 필수품이 된다. 황홀한 한 끼는 황홀한 하루를 보장한다. 기대하고, 만끽한다. 환각제 같은 책이 되어서는, 방콕 여행자를 들었다 놨다 하게 된다.


후보 3번


먹겠다는 별들이 방콕으로 갔다


다소 엉뚱한 제목으로, 작은 틈을 만든다. 이 틈은 독자들의 상상으로 채워진다. 무슨 책이야? 맛집 책 제목이 왜 이래? 엉뚱해서 마음에 들어. 잘 모르겠는데 그냥 좋아. 논리가 아닌 감성을 건드린다. 감성은 차라리 신의 영역. 예측할 수 없다. 엉뚱해서 폭발할 수도 있고, 엉뚱해서 폭망 할 수도 있다.


후보 4번


입 짧은 여행 작가의 방콕 단골집


제목에서 신뢰감이 뿜뿜. 개돼지처럼 양만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래. 입이 짧대. 여행작가래. 그런 작자가 뽑은 맛집이래. 틀림없겠네. 방콕에서 실패 없이 맛집만 섭렵하려는 이들을 사로잡는다. 책 구매로 이어지는 독자를 확실하게 확보할 수 있다.


후보 5번


대충 먹으면 몸살 나는 그대에게 - 방콕 맛집 편


식탐으로 똘똘 뭉친 이들의 지지를 한 몸에 받을 제목. 아무거나 먹어. 대충 먹어. 동행자의 말 한마디에 상처 받는 이들이 사볼 것이다. 제대로 먹고, 더 좋은 곳에서 먹겠어. 욕심 많은 여행자가 솔깃해질 수밖에 없는 제목. 실제로 나는 대충 먹으면 종일 쓸쓸하다.


자, 여러분이라면 어떤 책에 손이 가시겠습니까? 저는 흔들리는 사람입니다. 솔직한 의견으로, 대박 책의 첫걸음을 도와주세요. 당신의 댓글은 성지가 되옵니다. 감사합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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