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해! 내가, 우리 집단이 제일 억울해

저도 꽤나 억울합니다만

by 박민우

저도 억울해요. 글을 쓰는 직업은 책을 내면 인세를 10% 정도 받아요. 요즘은 1쇄, 그러니까 2천 부 못 파는 작가가 90%죠. 책 한 권 내면 이백만 원 벌어요. 능력이 안 돼서 그런 거죠. 누구를 탓하겠어요. 받아들일게요. 왜 도서관에서 그냥 대여해 주죠? 책이 한 번 대여되건, 열 번 대여되건 저한테는 1원도 돌아오는 게 없는 걸까요? 제 책 속지가 너덜너덜해진 도서관 책을 누군가가 찍어서 보내주더군요. 얼마나 빌려 봤으면요. 노래방에선 노래 한 번만 불러도 따박따박 저작권료가 들어온다면서요. 글은 뭐가 다른 거죠? 글 쓰는 사람이 만만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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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에서 주야장천 제가 나온 여행 프로그램이 재방송되는데, 왜 저는 1원 한 푼 받지 못하는 걸까요? 계약서에 그런 조항이라도 있어요? 우리 합의한 적 있나요?


요즘 억울한 분들이 광화문에 많이들 모이시네요. 자기 사정은 자기들이 제일 잘 알죠. 그 억울함 미천한 제가 어찌 속속들이 알겠어요. 하나는 알아요. 자신의 억울함이 중요한 만큼, 남들의 억울함도 중요하다는 거요. 저는 가난한 작가지만, 제 책을 빌리는 사람도 팍팍한 삶임을 알아요. 책 좋아하는 사람은 소장의 기쁨도 너무들 잘 아니까요. 빌려보는 이들도 마음 편치 않다는 걸요. 그래도 제 글이 읽히는 게 좋아요. 나라 예산이 펑펑 남아도는 것도 아닐 텐데요. 저는 늘 가난했으니까, 가난이 딱히 괴롭지도 않아서요. 화가 안 나요. 그러니까 제가 등신이죠. 자기 몫을 챙기는 건 상식이죠. 맞아요. 제가 등신 맞아요. 재방송을 여러 번 해주는 것도 고마워요. 저만 보면 채널 돌리는 거 아닐까? 겁 좀 먹었거든요. 여기저기서 재방송으로 틀어준다는 건 볼만하다는 거니까요. 초심으로 돌아가서 그저 감사해요.


그러니까 너희들도 입 닥치고 양보하면서 살아라? 에이, 설마 그런 말이겠어요? 자신이 지지를 받으려면, 상대방의 입장도 헤아릴 수 있어야죠. 억울함이 억울함과 연대해야죠. 의사가 늘어나기를 바라는 사람들 마음은 이해하시는 거죠? 현재 인원으로도 충분한 거 맞죠? 코로나로 의료진들이 뼈를 갈며 고생한다. 이런 말들이 많았잖아요. 의사분들이 생색 꽤 내셨잖아요. 미래에 또 그런 일이 얼어나면 그 뼈 좀 나눠서 갈아라. 그게 지금 일반 국민들이 바라는 거예요. 고생이 조금이라도 분산되어야 안정적인 의료 서비스가 가능하니까요. 뼈는 우리가 갈겠다. 더 갈겠다. 굳이 의사 늘려서 개고생 나누고 싶지는 않다. 그건가요? 미래에 새로운 코로나가 발발하면 인원 확충 없이 대처 가능한 거죠?


종교의 자유 좋죠. 대신 다른 종교에게도 열린 마음이신 거죠? 이슬람교인들이 광화문에서 예배의 자유를 허하라. 공공시설에 기도실을 만들어라. 시위하면 생수 돌리며 도와주실 거죠? 혹시 자신들 말고는 다 지옥불행이라 생각하시나요? 마귀 들린 영혼들과 말 섞고 싶지 않으신가요? 자신들에게 향하는 따가운 시선은 사탄의 핍박인가요? 이 순간만 견디면 진짜 알곡이 되는 건가요? 쭉정이가 걸러지는 시간이에요? 이 시련이 혹시 반가우신가요?


억울한 사람들 중에 더 억울한 사람들은 늘 조용해요. 그게 당연한 줄 알고 살았으니까요. 혹시 목소리라도 키웠다가 자신에게 돌아올 화가 두려워서요. 그게 거대한 희생이 되어서 세상이 돌아간다는 걸 알아주세요. 입도 뻥끗 안 하는 사람들이 세상 감사해서 입 닥치고 사는 게 아니에요. 자신의 억울함이 관철될수록, 조용한 사람들의 살점을 도려내요. 덜 억울한 세상이 됐다. 여러분이 만족하는 결과는 그렇게 오는 거예요.


PS 매일 글을 씁니다. 작은 배려가 모여서 거대한 지구가 푸르게 빛나고 있어요. 세상이 더 좋아짐을 믿습니다.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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