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PD 메시지다. 용남면에서 시내로 가기가 쉽지 않다. 카카오 택시를 한 번 불러 봤는데, 오지 않았다. 시내로 가는 버스는 배차 간격이 세 시간. 타지 말란 소리다.
"작가님, 제가 모셔다 드릴게요."
서 PD 덕에 편히 간다. 서 PD가 스파크 운전대를 잡으면, 나도 힘이 들어간다. 확신 없이 방향을 트는데, 그럴 때마다 눈이 감긴다. 화물 트럭이나, 벽에 박을 것만 같다. 나는 도로 주행만 다섯 번 떨어진 희귀 생명체. 내가 운전대를 잡으면, 그들의 생사는 고무줄을 당기듯 급히 돌아간다. 그래서 무면허로 산다. 나를 위해서, 옆좌석의 누군가를 위해서. 티베트인들은 그래서 열심히 기도를 한다. 불경이 새겨진 마니차를 손으로 돌린다. 문맹률이 높은 그들만의 기도 방식이다. 마니차를 돌리는 게 일상인데, 절벽으로 이어진 눈길 버스에서 유난히 열심히 돌리더라. 동티베트에서 운남성으로 넘어가는 길이었다. 서 PD의 스파크가 그 정도의 위협은 아니다. 그래도 마니차가 있었으면 좋겠다. 열심히 말고, 대충이라도 돌리고 싶다. 우리의 삶은 늘 아슬아슬. 스파크를 통해 진리에 가까워진다. 차가 더 커진다고, 안심하는 자는 어리석다. 늘 불안하게, 늘 조심조심.
통영 RCE 세자트라 숲 사람들과 작별 인사를 한다. 기념 촬영을 한다. 함께도 찍고, 한 명씩 돌아가면서도 찍는다. 나와의 순간이 기념이 된다. 여행하며 글을 쓰고 살았더니, 조금 특별한 존재가 됐다.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마음이 끓는 지점에 인연이 있다. 우리가 끓는다면, 만난다. 어디 한 번 두고 봅시다.
통영 터미널. 10시 5분. 분당 야탑역으로 가는 버스는 10시 40분. 맥도널드에서 맥 커피를 마신다. 스타벅스 커피보다 좋은데? 이디야 커피보다도 나은 듯. 서 PD가 쏜다. 서 PD는 정확히 스무 살 어리다. 서 PD의 스파크로 무사히 와서, 서 PD의 카드로 긁은 커피를 홀짝홀짝. 그리고 차를 놓친다. 성남으로 가는 버스는 10시 20분. 서 PD가 10시 40분이라고 해서, 그 시간이 맞겠지 했다. 아니, 서 PD 일부러 그런 거 아니요? 멀쩡한 10시 20분 차를, 왜 10시 40분이라 묻는 거요? 작가님, 차 시간 모르셨어요? 저는 박 PD가 40분 차라고 해서... 평화는 사라지고, 일단 환불이 가능한, 자비로운 한국 버스에 감사하며, 남부 터미널 버스표를 새로 끊는다. 그리고, 또 이런저런 대화.
서 PD는 버스로 올라가는 나를 끝까지 배웅한다. 중학생 때 밤을 새우며 읽었던 책, 그 책을 내가 썼다. 일부러 버스를 놓치게 한 것 같진 않고, 연장된 20분을 좀 좋아하는 것 같기는 하다. 그걸 나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굉장한 에너지, 혹은 인연. 나는 욕심이 많다. 지구 구석구석, 더 많은 서 PD가 있었으면 한다. 밤을 새우며 깔깔깔 내 여행에 머물기를 원한다. 새로운 여행을 꿈꿀 수 있기를 바란다. 견디는 시간 말고, 두근거리는 시간으로 잠을 청할 수 있기를. 그런 사람이 백만 명이 되면, 다단계로 옥장판만 팔아도 빌딩 세울 수 있다. 그러니 서 PD는 친구 생일 때마다 내 책을 돌리시오. 다단계의 다이아몬드 회원이 되어서, 순진한 친구들을 꼬드기시오. 맥 커피 잘 마셨소. 새로 시작한 유튜브 챙겨 보겠소. 건강히, 행복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