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참 이상해요. 평균적 시각에서 참 동떨어진 삶

사실 우린 모두 이상해요. 이상함이 모여 평균일 뿐

by 박민우

-너는 혼자서 밥이 넘어가니?

-남자끼리 파스타를 먹으러 가?

-혼자 여행하면 안 외로우세요?

-결혼도 아직 못 하셨어요? 타지에서 힘내세요!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묘해요. 최소한 저에게는 기분 나쁜 말은 아니에요. 깜짝 놀랄 뿐이죠. 아, 혼자 밥을 먹으면 힘든 거구나. 혼밥 난이도 1등은 삼겹살 집이라면서요? 혼자 삼겹살 먹으러 간 적은 없어요. 그렇게까지 좋아하는 메뉴는 아니라서요. 한상 떡 벌어지게 나오는 유명한 백반집도 눈치가 보이죠. 한 명 먹이려고 그렇게 준비한 게 아닐 테니까요. 장사하시는 분 입장이 돼서 자제해요. 복학생 때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여자 후배가 안 돼 보인다면서 내 앞에 앉아 밥을 먹더라고요. 내가 불쌍해 보일 수도 있겠구나. 외워야지. 이런 생각까지 들더라고요. 소시오 패스인가요? 밥 혼자 먹는 게 왜 이렇게도 아무렇지 않은 걸까요? 사실 맛에 집중하는 건 혼밥 아닌가요? 혼자 돈가스 먹기, 혼자 떡볶이 먹기, 혼자 비빔냉면 먹기, 혼자 만두 먹기. 다 너무 재밌어요. 차분하게 음식 한 번 씹고, 스마트폰으로 이런저런 세상 잡담 보는 게 얼마나 꿀맛인데요.


남자끼리 파스타 먹는 것도 굉장한 난이도라면서요? 순댓국밥이나 돼지국밥을 먹으러 가야 하는 거라고요? 파스타는 데이트 음식이니까요? 저는 모든 음식이 철저히 맛 중심이라서요. 먹고 싶은 걸 먹는 게 중요해요. 파스타가 김치찌개만큼 먹고 싶은데 사람 가려가면서 가야 하는 건 아니니까요. 남사스럽다고 안 가는 분들도 그분들 자유죠. 요즘 같은 세상 스타벅스 커피나 파스타에 의미 부여하는 건 심하게 올드하지 않나요? 파스타가 뭔가요? 이탈리아 백반이고, 김치찌개죠.


-혼자 여행하면 외로우시죠?


눈가가 촉촉해져서 묻는 분도 계시다니까요? 맞아요. 저도 봤어요. 혼자 여행하면서 힘들어하는 사람요. 좋은 곳을 봐도, 맛난 걸 먹어도 흥이 안 난대요. 억지로 다닌 셈이죠. 저는 사실 혼자라서 그렇게 재미나게 다녔어요. 같이 다녀도 좋아요. 마음에 맞는 사람과 동행하면, 그 나름의 재미가 또 크죠. 굳이 고르자면 혼자를 택하겠습니다. 화장실에서도 여유 있게 내 시간을 쓸 수 있고, 먹고 싶은 거, 쉬고 싶은 시간도 눈치 볼 필요 없으니까요. 혼자면 힘드신 분들이 혼자여서 안 힘든 사람보다 많기는 한가 봐요. 그러니까 제가 불쌍해 보이는 거겠죠? 그분들 바람대로 불쌍한 척을 해야 하나? 힘들지만 어떻게든 참고 다녀보겠습니다. 예의상 이런 멘트라도 쳐줘야 하나? 고민이 되더라고요.


결혼은 대단한 가치죠. 가정이 없었다면 저라는 개인도 없었으니까요. 사회적으로 부채의식이 있기는 한데,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 없어요. 제가 죄책감을 갖는다면, 아이가 없는 가정도 모두 죄인이어야 하잖아요. 결혼을 해야 행복하다. 아니다.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은 건 아니고요. 저를 불쌍하게 바라보는 분들을 볼 때마다, 진짜 행복한 가정생활을 하셨구나. 좋은 마음으로 바라보게 돼요. 양보도, 희생도 많았을 결혼생활일 텐데 그래도 성공적으로 완성해 내신 거죠. 사람들은 각자의 취향이 있어요. 왜 그렇게 됐는지는 본인도 잘 모르죠. 아, 혼밥이 좋은 이유는 어릴 때 형에게 너무 빼앗겨서예요. 제 몫을 주장하다가 얻어터진 적이 많았어요. 그러니 혼자 밥 먹는 게 얼마나 쾌적하겠어요? 무수한 이유가 취향을 만들어요. 제 경우를 봐도요. 그러니까요. 타인의 삶을 너무 안쓰럽게만 보지 마시라고요.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면 더더욱 존중해 주는 게 맞지 싶어요.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도와주는 게, 연민으로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보다 훨씬 생산적일 테고요. 그러고 보니 친척들 모여서 빈정 상하기 딱 좋은 추석이네요. 결혼이나, 대학, 진로 등등도 선을 넘지 말아 주세요. 본인 고민을 본인만큼 하는 사람은 세상에 없으니까요.


PS 우리에게 주어진 하루가 매일 하나씩 사라집니다. 그걸 명심하기 위해서 매일 글을 써요. 내게 남은 하루가 소중하고, 감사합니다. 세상 모든 사람에게 공평한 하루여서, 신기하고 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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