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만 남은 것 같은 쓸쓸함
참 이상하죠? 안락한 삶을 꿈꾸지만, 안락한 때는 글이 잘 안 써져요. 딴 거 하고 싶고, 놀고 싶어요. 글이 빨리 '해치워야 하는' 무엇이 되는 거죠. 어제 저는 종일 불안에 떨었어요. 소시민의 삶은 늘 이렇죠. 갑자기 불법 체류자가 되면 어떻게 하지? 잡혀 가는 건가? 벌금을 얼마나 물어야 하지? 늘 연장해 오던 '한 달'이 갑자기 사라지면서 일이 손에 잡혀야 말이죠. 제가 태국을 왜 좋아했죠? 이런 식으로 사람들을 내쫓는 건 경우가 아니잖아요. 저도 엄연한 사람이라고요. 물체가 아니고요. 코로나로 모든 여행자들이 왕래가 어려운 걸 헤아려줄 수도 있잖아요. 그렇게라도 내쫓겠다는 건가요? 사랑했던 연인에게 버림받는 느낌도 들고, 지금까지의 애정도 무르고 싶고, 갑자기 돌변한 상황을 어찌 해결해야 하나. 막막함이라는 단어 외에는 딱히 표현할 단어가 안 떠오르더군요.
-10월 31일까지 연장되었습니다.
태국 친구에게 하소연을 했더니 태국 정부에서 운영하는 긴급 콜 서비스 번호를 가르쳐 주더군요. 10월 31일까지 자동 연장이 되었답니다. 그럼, 그렇지. 우리 태국이 그렇게 모진 나라는 아니었구나. 이제 저는 대책을 세워야 해요. 여행자들은 봐주겠지. 막연한 기대감은 산산조각이 났으니까요. 한숨을 돌렸지만, 내 안의 찬 바람은 여전히 쌩쌩 불어요. 어떻게든 되겠지. 그런 자세는 어제부로 끝났어요. 한국은 추석 연휴로 다들 조금은 느긋하신가요? 저야 뭐, 늘 느긋했죠. 무슨 요일인지도 모르면서 살아요. 일요일과 월요일의 경계, 그 서글픈 두려움이 없어요. 얼마나 공평한가요? 대신 저는 하루아침에 쫓겨날 수도 있고, 사고라도 나면 동정은커녕 욕만 몰아서 먹는 사람이 됐어요. 이 시국에 왜 나가서 일을 만드냐? 배가 처불렀으니 싸돌아 다니지. 욕받이 1등이 되어, 멍석말이를 당하겠죠.
방 안에서 방콕의 하늘을 봐요. 어제와 별반 다르지 않고, 딱히 더 예쁘지도 않아요. 나갈 수도 있지만 나가지 않아요. 요 며칠 방에만 있어요. 자유로울 것 같지만, 매일 쓰는 글에 치여서 대체로 감옥 살이 중이죠. 글을 쓸 때는 이런 마음이 참 괜찮아요. 나는 더욱 쪼그라들어서, 아무 기대감 없이 글과 마주하죠. 이 글을 끝내고 나를 기다리는 건 고독한 시간뿐이니까요. 기대 없는 감정이 슬플 것 같아도, 굉장한 안정감을 줘요. 순간에 집중할 수 있는, 매끄럽기 그지없는 시간이죠. 최선을 다하려면, 안락함은 장애가 아닐까요? 안락함과 상관없이 늘 최선을 다하는 사람은 이미 이룬 사람이죠. 망해도, 시한부 선고를 받아도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을 테니까요. 저처럼 나약하고, 변덕이 화투장처럼 뒤집히는 사람은 외로워야 해요. 이런 서늘한 바람이 불어 줘야 해요. 내 존재가 위태로울 때, 나를 증명하고픈 욕망은 도드라지니까요. 거창한 미래는 필요 없어요.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당장의 화두와 씨름하는 다부진 나만 필요할 뿐이죠. 그래서 지금 이 글을 쓰는 마음은 의외로 가벼워요. 그리고 주어진 이 문제 역시 반가워요. 어떻게든 해결될 것이고, 저는 또 어딘가에 있을 거예요. 한국일 수도, 태국일 수도 있죠. 또 아나요? 새로운 나라에 있을 수도 있죠.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요. 떠돌이의 장점은 사실 흔들림이죠. 흔들림이 조금 거세졌다고, 격랑으로 배가 흔들린다고 배를 버릴 순 없죠. 대신 월요일의 공포는 내게 없으니까요.
PS 매일 글을 씁니다. 당연히 추석에도 쓸 거고, 추석 전날에도 씁니다. 기계적인, 오기로 가득 찬 매일이 아닌, 사랑으로 가득 찬 매일, 매일의 글쓰기이고 싶습니다. 연휴 기간 이렇게 많은 분들이 신청해 주셔서, 사실 저는 외로운 사람이 아니죠. 오늘 밤 마감입니다. 감사합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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