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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변화를 읽을 수 없는 나이가 됐어요

모두 이해하려는 노력보다는, 내 이해가 늘 부족함을 명심하려고요

by 박민우

인터넷에서 난리가 난 사진이에요. 제가 충격을 받은 건 '난리'가 났다는 거예요. 처음엔 이상하다는 것조차 눈치를 못 챘어요. 측두엽 손상이란 말도 이해를 못 했고요. 다운펌을 했는데 찌그러졌다는 걸 이제는 알겠어요. 위만 볼록하고, 옆이 찌그러지기는 했네요. 하지만 깜짝 놀랄 만큼, 세상 사람들이 한결 같이 어이없어할 만큼 망친 머리라는 걸 전혀 못 받아들이겠어요. 헤어 디자이너이자 유튜버 금강연화가 화제의 주인공을 다시 다듬어서 오른쪽 머리로 만들어 줘요. 오른쪽 머리도 자고 일어나면, 왼쪽 머리 되는 거 아닌가요? 저라도 왼쪽 머리면 화나죠. 다운펌을 왜 하겠어요? 전국구급 화제성이 있느냐는 거죠. 나라면 가만 안 놔둔다. 당장 환불받아라.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그 지점을 저는 이해할 수 없어요. 솔직히 바가지 머리가 국민 머리일 때부터, 약간 웃겼거든요. 웃긴 게 최고지. 자신의 머리를 개그로 승화시켜서 이웃과 친구에게 기쁨을 주려는 걸로 해석했어요. 그 바가지도 완성형이 있고, 망친 형이 있다는 게 사실은 더 충격이에요. 완벽한 곡선의 바가지는 '아름다움'이란 걸 오늘에야 알았어요. '웃김'은 한 스푼도 없는 진지함이었다니. 환불을 거절한 원장님에게도 그래서 분노하지 않았어요. 다운펌 할 때 재료도 꽤나 썼을 테고, 자신의 노동도 공짜는 아니니까요. 돈을 돌려준다는 건, 원장으로서 자존심 문제기도 하니까요. 이 일로 난리가 나자, 원장은 환불을 해줘요.


-부가세 빼고, 40,500원 환불받았습니다.


부랴부랴 환불을 해줬네요. 부가세는 또 왜 뺐을까요? 사과하겠다고 결심했다면, 깔끔하게 전액을 돌려줘야죠. 이 부가세로 또 한 번 난리가 나요.


-부가가치세까지 환불받아야 해요!! 사업자들끼리 거래에서도 공급의 환입 등이 있으면 수정세금계산서 끊어서 다시 계산해요! 미용실은 세금계산서 발급 안하는 사업자이더라도 공급 안했는데 부가가치세를 받아가는건 없어요! 진짜 꼭 받아가세요. 금액이 문제가 아니라 정말 어이가 없어서 그래요!


-부가세는 최종소비자가 부담하는 간접세입니다. 또한, 환입(=환불)은 부가세에 포함하지 않기 때문에(총매출액에서 차감하기 때문) 부가세까지 돌려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부가세가 포함된 45,000원의 부가세는 4,500원이 아니라 4,091원 입니다 ^__^


-내 생각엔 카드로 다시 긁어서 취소시키는 방법이 아니라 계좌로 입금했기 때문에 매출은 그대로 들어가서 업주 입장에선 부가세는 그대로 낼듯 근데 그건 잘못된 서비스를 제공한 업주입장에서 본인이 감당해야할 사안이고 부가세도 백십분의 십만 걷어가는데 왜 4500원을 제하고 주는지.. 참 여러모로 별로인듯


와, 요즘 친구들 정말 똑똑하지 않나요? 조금이라도 손해 덜 보려는 원장도 참 장사 못 하죠? 요즘 친구들 돈 처리의 부정확함이 이토록 치명적이라는 걸 또 배워요. 제가 만약 이런 경우를 당해도, 미용실 다시 안 가는 선에서 그치죠. 부르르 떨 만큼의 에너지는 없어요. 이 친구들 말이 맞죠. 액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태도의 문제죠. 상식의 문제죠. 저는 그냥 상종을 말자. 이렇게 종료하고, 내 평화를 우선 챙기고 싶은 거고요.


-편의점 알바 할 때 십 분씩 늦게 교대해주는 알바에게 살인 충동을 느낍니다.


이런 글에 같이 공분하는 사람들을 보고도 깜짝 놀랐어요. 교대 시간에 늦는 게 화날 일인 건 맞지만, 제가 생각하는 분노보다 훨씬, 훨씬 세더군요. 십 분을 강탈당한 분노는 분명 세대마다 차이가 있을 거예요. 억울하게 십 분(약 천 오백 원)을 강탈당한 사실이 견딜 수가 없는 거죠. 제가 만약 사업을 한다면, 회식은 일과 시간에, 퇴근 시간은 칼같이 지켜줘야 해요. 업무인가? 아닌가? 모호한 건 아예 시킬 생각도 말아야 하고, 내 기준으로 예쁘다, 안 예쁘다를 강요해서도 안 돼요. 나이를 먹을수록, 과거의 가치에 더 가산점을 줘요. 그때가 더 좋았다. 하지만 그런 게 어디 있겠어요? 그때, 더 젊었던 내가 그곳에 있었으니까 좋은 거겠죠. 과거 지향적인 사람일수록, 뇌도 굳어요. 변화 없는 세상을 자꾸 주장하게 되니까요. 내가 꼭 십 분에 안달복달할 필요는 없지만, 부가세 10%의 행방에 분노할 필요는 없지만, 그런 친구들이 요즘의 친구들임을 알고 있는 건 정말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만약 편의점 알바를 하면 십 분 일찍 가려고요. 십 분을 선물로 주면 얼마나 좋아하겠어요? 몸으로 때우는 선행이라도 좀 해야죠. 돈이 없으면요.


PS 매일 글을 씁니다. 같은 곳을 봐도 좋고, 다른 곳을 봐도 좋아요. 시간에 휩쓸려서, 죽음에 이르는 생명체임을 명심한다면, 용서와 관용도 그리 어렵지는 않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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