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20대 남자들은 왜 그렇게 화가 났을까?

그들의 증오를 가볍게 봐도 될까요?

by 박민우

깜짝 놀랐어요. 부산 폭력사건 영상에 달린 댓글들을 보고요. 지하상가에서 연인 사이에 시비가 붙었나 봐요. 남자가 여자를 잔인하게 때려요. 스마트폰으로 찍고, 발로 걷어차고요.


-먼저 선빵 날린 게 여자면 맞아도 싸다.

-왜 남자를 건드리나? 때리고, 안 맞을 줄 아는 게 여자들 종특.

-그렇게 맞는다고 안 죽어요. 살인 미수는 무슨


여자가 먼저 때렸다(영상만으로는 확실하지 않음), 여자도 폭력을 썼다, 여자는 뭘 믿고 남자를 때렸나(영상을 보면 남자의 심한 폭력에 대한 반격이었음). 잔인한 폭력에 안타까워하는 사람이 소수더군요. 다수가 여자도 까불면 맞을 각오해야 한다. 깜도 안 되면, 개기는 것부터 반성하라. 이런 논리로 흐르더군요. 그런 말을 한 사람들이 다 젊은 사람인 걸 어떻게 아냐고요? 그건 제 짐작이죠. 우리가 자랄 때는, 이런 분위기가 아니었으니까요. 맞은 사람이 어떻게 됐나? 물리적으로 약한 사람을 쓰러진 상태에서도 발로 걷어차는 건 살인이다. 대부분은 그 지점에서 분노했을 테니까요.


실제로 20대 남자는 툭 불거져서 보수 성향을 지니고 있죠. 같은 세대 여자들보다 훨씬 더 노골적으로요. 인간은 이성적 존재가 아니에요. 저도 지금의 스무 살로 태어났다면, 그들의 사고방식을 따랐을 거예요. 최소한 이해는 할 수 있었겠죠. 지금 그들의 감정을 이해하기가 버거워요. 태어날 때부터 도 닦고, 삼라만상을 깨달을 수는 없어요. 이십 대는 철이 좀 없어도 돼요. 하지만 이건 철이 있고, 없음의 문제를 떠난 것 같아요. 가치관은 또래의 영향이 절대적이죠. 요즘처럼 뉴스도 제대로 보지 않는 시대는, 자신이 몸 담고 있는 인터넷 커뮤니티가 여론을 주도하죠. 이십 대 남자들은 스스로가 가장 억울한 세대라고 생각해요. 다른 세대보다 훨씬 더 심각하게요. 이유로는 페미니즘을 들더군요. 기성세대는 남녀차별이 분명히 있었고, 기성세대 남자가 떡고물을 주워 먹고 책임은 젊은이들에게 떠넘긴다는 거예요. 공정함이 생명인데, 양보만 하라니까 미치고 팔짝 뛰는 거죠. 그냥 먹고살기도 눈알 튀어나오게 힘든데, 뭘 더 양보하라는 거냐는 거죠. 양보할 여력이 있다면, 더 좋은 직장에, 직위, 부동산을 가진 기성세대가 해야죠. 안 그래도 찌들어 사는데, 가해자 취급까지 하면 어쩌냐는 거죠.


이십 대 여자들은 과연 이십 대 남자들의 논리에 동의할까요? 아닐 걸요? 늘 당연하게 생각해서 모를 뿐, 여전히 남자들의 세상이죠. 데이트 폭력, 살인은 누가 하나요? 섹스 몰카, 화장실 몰카는 누가 찍나요? 가해자는 떳떳하고, 피해자는 평생 상처뿐인 삶을 받아들여야 하죠. 육아는 여전히 남자는 선택이죠. 여자는 육아를 책임지지 않는 선택지는 없어요. 그런데 남자들이 억울하다고요? 군대 문제는 언제까지 우려먹을 건가요? 우리가 군대 안 간다고 한 것도 아니잖아요?


성들의 억울함은 과거부터 이어진 이슈인 반면에, 남성들의 억울함은 확실히 기성세대와 달라요. 요즘은 성적 상위권은 여성들이 휩쓴다면서요? 고시도 이젠 거의 남자 턱밑까지 쫓아왔고요. 외아들, 외동딸이 대부분인 가정에서 단 한 명의 자식에게 몰빵하니까요. 딸이라는 이유로 대충 키우지 않으니까요. 오히려 기성세대처럼 지고 살지 말라고, 하나밖에 없는 딸자식에게 강한 자립심을 주입하죠.


자신이 살아온 환경은 자신들이 가장 잘 알죠. 우리는 관찰자일 뿐이죠. 우리 기준으로는 아쉽더라도, 섣불리 단정지어서는 안 돼요. 슬픈 건 가장 왕성한 연애의 나이에, 이성을 적으로 규정한다는 거예요. 보기만 해도, 샴푸 냄새만 맡아도 심장이 콩닥거리지만, 나는 너를 미워하겠다. 우린 잘못 없다. 원인 제공은 너희들이 먼저다. 이런 양가감정의 세대가 등장했어요. 일부가 아니란 건, 여러 지표가 보여주고 있어요. 사랑도 하고, 미워도 하면서 정이 들까요? 그런 구태의연한 방식으로 흐를 것 같지는 않아서요. 이런 날 선 대립을 해결하기 위해선, 양쪽 다 받아들일 수 있는 공평함이 우선되어야 해요. 하지만 기준이 서로 다르니, 공평함이란 방법도 뜬구름이 될 수밖에 없죠. 자신이 더 억울하고, 상대가 더 개이득인 성별을 바라보면서 화를 내고 있어요. 남자들이 더 화가 나 있는 건 분명해요. 그들을 납득시킬 수 있는 방법이 과연 있기는 할까요? 가장 예쁜 나이에 증오로 가득한 모습이 안타깝기만 하네요. 사랑만 해도 짧은 시간이라 청춘인데요.


PS 매일 글을 씁니다. 대단한 철학까지 제시할 순 없어도, 함께 생각할 거리 정도는 나누고자 합니다. 조금이라도 더 나아진 세상이었으면 해요.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스무 살의 내가, 마흔여덟 살 나를 찾아온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