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명절

우리의 노력은 어디로 가나

by 모노


결혼 후 첫 명절, 형님과 단둘이 몇 시간 동안 전을 부치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대성통곡한 역사가 있다. 그때까지 인간인 줄 알고 잘난척하며 살던 내가, 전 부치는 뒤집개, 설거지하는 식기세척기라는 걸 깨달아서이다.


나를 뒤집개로 강등시켜놓고선 남편은 양해나 설명도 없었다. 남편 본인도 가부장 피라미드 하위 계급인 가련한 인간이라고 생각하는 듯 했다. 당신은 인간이기라도 하지. 나는 식기세척기라고.

나는 다음 해 명절부터 남편을 부엌으로 불러들였다. 남편이 같이 전을 부치자 아주버님도 도련님도 자연스럽게 부엌으로 모였다. 불만스럽게 보시며 라테는 말이야.. 를 연발하던 어머니도 차차 괜찮아지셨다.

요거 몇 줄 쓰는데 오랫동안 투쟁한 기분이 들면서 뒷골이 당긴다.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남편의 아버지의 어머니 아버지 제사에 쓰일 음식을 십 년째 만든다. 그 노력들은 어디로 가나... 십 년째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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