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니?
무슨 말을 하고 싶은데? 하고 묻자 아이는 박자를 맞춰가며 예준아, 안녕, 방학 잘 보내,라고 대답했다. "그건 어제 편지에도 썼잖아. 다른 말 없어?" 나는 아이가 다른 단어들을 떠올리기를 재촉하며 기다렸다. 아이는 입술을 내밀고 곰곰히 생각했다. 그러니까 친구에게 정말 하고 싶은 다른 말이 없는지, 친구에게 묻고 답을 듣고 싶은 특별하고 색다른 말은 없는지 고민하면서. 얼마 동안 생각하던 아이는 없어, 라고 말했고 나는 몇번이나 그랬던 것처럼 안녕이라는 단어를 점점이 찍어 색칠공부 책에다 썼다. 안녕이라고, 안녕하라고, 잘 보내라고, 그러다 자꾸 붙들려들어가 생각하게 되었던 원미 우동을 떠올렸고 눈물이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내게는 어떤 기회가 있었던 걸까. 그러니까 그건 내가 어떻게 다르게 흘러가게 할 수 있는 여름이었던 걸까. 죄의식이 밀려올 때마다 강하게 부정해왔지만 아이의 부탁으로 그 말을 적어보던 그 순간, 나는 아이가 옳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안녕, 이라는 말이야말로 누군가에게 반복해서 물을 수 있고 그렇게 물어야 하는 일이라는 것, 비록 이제는 맞은 편에 앉아 있지 않은 사람에게라도 물을 수 있는 일이라는 것, 그것의 일산의 여름을 지켜내는 일이라는 걸.
우리가 가능했던 여름 p48-49 - 김금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