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준이에게

이유를 모르는 슬픔을 어떻게 놓아줬어?

by 모노

남준아 니 인스타 구경하다가 이 게시물에 꽂혔어.
꿈은 무한하고 세월은 모자라고.


남준아 내겐 기억나는 순간이 있어.
맨 방바닥에 누워 일요일 4시쯤을 지나던 어린 시절. 햇살은 기울어 가고 주변은 고요하고 시간은 째깍째깍 흘러. 잠도 오지 않고 노는 것도 마땅치 않던 그때의 나는 넘쳐나는 시간을 흘려버렸어. 이따금 현재가 못 견디게 부족하다 느껴지면 그때를 생각해. 이미 흘러가 어딘가에 닿았을 시간들을 붙잡고 싶어. 하나부터 열을 결정할 수 있는 어른이 되었는데도 내 안의 어딘가는 비어 있는 것 같아. 여기저기 어슬렁거리는 내 모든 시도는 허무함을 떨구려 하는 발버둥 같고.





언젠가 얘기할 기회가 생긴다면 묻고 싶어. 너는 무한한 꿈을 어떻게 정리했어? 세월이 모자란 것 같은 기분을 어떻게 다스렸어? 모든 걸 가졌는데도 텅텅 소리가 나는 마음을 어떻게 다독였어? 이유를 모르는 슬픔을 어떻게 놓아줬어? 어떻게 이 놈의 세상에 행복이 있다고 믿고 내달렸어? 현실에 발을 딛지 못하는 마음들을 어떻게 붙잡았어?





남준아, 메워지지 않는 마음들은 어디로 갈까.
글로도 음악으로도 가족으로도 메워지지 않는 마음들이 넘칠 때면 나는 강물에 두둥실 떠 있는 나뭇잎처럼 흘러만 가고 싶어. 어디로 도착할지 몰라도 좋으니. 남준아, 나는 자전거를 타도 슬픔이 사라질 것 같지 않아. 비가 오면 친구가 있다는 기분이 들어서 조금 낫다는 너는 오늘 괜찮니?

내 고된 몸을 받아줘. 내 지친 어깨를 두드려줘. 영원 따위 없는 세상이라도 네가 있다고 말한다면 나는 영원을 믿을 거야. 슬픔이 넘치는 날에 너에게 닿고 싶은 마음으로 써본다. 원래 행복하면 슬프다는 네 말을 믿어보며.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아름다움이 결국 우리를 살린다